수묵 현대화 실험 초기작부터
주제 탐구 작업으로 변화 거쳐
다양한 재료 시도한 근작까지
현대 미학 추구한 세계 '눈길'

"요즘 특히 고민하는 것이 우리 수묵화가 동시대 회화로서 스텝을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가 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표현 방법 등을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25일 만난 이철량 작가는 최근 작업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이 작가는 지난해 허백련미술상 본상을 수상, 이를 기념하는 전시 '시정유묵(市精幽墨), 지금-여기'를 시립미술관에서 지난 25일부터 갖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로 총 53점의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로 이뤄졌다. 한국미술사 최초의 미술운동으로 기록된 수묵운동을 펼쳐온 그의 고민이 담긴 작품들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표현, 생각 등이 인상깊다.
전시 가장 첫머리를 장식하는 작품 '무제' 두 점은 그의 평생 작업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그가 대학원 시절 수묵의 전통성, 현대성을 고민한 흔적을 안고 있다. 하나의 '무제'는 먹과 재료를 실험한, 또 하나의 '무제'는 소재를 실험한 작품이다.
그는 "당시만 해도 상상 속 풍경인 관념 산수 등을 다루던 시절이었는데 내가 경험하고 보는 것을 먹으로 그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그린 것이 플라타너스 나무이다"며 "앞서 그린 무제는 '먹으로 추상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양한 표현을 위해 파라핀을 사용, 재료적으로 실험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어진 '언덕' 작업에도 그의 실험 의지가 담겼다. '언덕'작업은 '동아미술상' 수상작으로 그를 화단에 센세이션하게 데뷔시킴과 동시에 서울미술관의 '문제작가전'에 걸리며 화단의 주목을 이끈 작품이다. '동아미술상' 수상작은 점으로 풍경을 그렸다면 '문제작가전' 전시작은 한 획 한 획으로 풍경을 담아냈다. 인정 받은 수상작의 풍을 유지할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 그는 "점으로 그려 상을 받았다면 이제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수묵의 표현 가능성을 다양하게 실험하던 그는 1980년대 중반, 주제를 탐구하는 작업으로 변화했다. 1980년대 광주 5월 등 민주화 열망 속 아픔과 사회 현상 속 비극을 목격하면서부터다. '신시' 작업은 이념과 대립, 사회갈등 속 다양한 생명체, 인간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2007년 들어서는 도시를 주제로 한 '도시'작업을 펼쳤다. 어느날 익숙하게 보이던 건물이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생기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 그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도시도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가는 "도시라는 것을 건조하고 인공적인 하나의 구조로만 생각하다 도시 속 건물, 공간 등이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 과정을 보다 보니 도시도 하나의 자연처럼 생명력이 있는 거대한 존재로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안에는 사람들이 담겼는데, 도시와 우리 인간을 함께 살아가는 유기적 관계의 생명체로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부터는 '또 다른 자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초묵을 사용한 '도시' 작업 때와는 달리 옅은 묵으로 작가 내면 속 또 다른 풍경을 담아낸 작업이다. 현대의 수묵을 실험한 그의 근작 또한 다양한 시도가 담겨 있다. 먹만 사용하지 않고 아크릴, 젯소 등을 사용하며 변화를 줬다.

윤익 시립미술관 관장은 "이철량 작가는 한국 수묵 운동의 기수로 동양화 지필묵 기법을 강조하면서도 현대적 미학을 추구한 작가이다"며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하면서도 교육자로서도 역할하는 등 한국 미술계에 크게 기여했온 점이 인정돼 지난해 허백련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9일까지.
한편 이철량 작가는 전북 순창 출생으로 홍익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0년 동아미술상, 2010 월간미술시대 한국미술작가 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1985년부터 2017년까지 전북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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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요" 다양성 예술의 장···광주에이블아트위크 개막
2025 광주에이블아트위크가 13일 개막했다.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강원래 작가, 정은혜 작가와의 아트토크가 개막 행사로 진행됐다.
"데뷔나 마찬가지니까 설레요."13일 개막한 2025 광주에이블아트위크에 참여한 전보은(27·여) 작가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이번 행사는 국제적으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다양성 예술인 장애예술 중 미술을 만날 수 있는 자리로 장애예술 아트페어이다. 전국의 220명 장애 작가가 광주를 무대로 800여 작품을 선보이며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참여 작가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이미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유명 작가부터 오랜 시간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는 물론 취미로 작업을 하다 이번 페어를 계기로 데뷔하게 된 신진까지.전 씨는 이번 행사로 자신의 작품을 주변인들이 아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이게 됐다. 어머니와 진도에서 올라온 그는 짧지 않은 이동거리에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설렘이 가득하다. 그가 선보이는 작품은 사람의 눈에 집중한 일러스트이다.그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해 연필이나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왔는데 시각장애가 있다보니 눈이 점점 안 좋아져 몇 년 전부터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다"며 "스무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그동안은 가족들이나 이웃들에게 내 그림을 보여줬다면 오늘은 정말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무대라 기대감도 크고 긴장도 많이 된다"고 말했다.이어 전 씨는 "이번 페어 참여도 우연하게 한 작가님이 내 그림을 보고 페어에 참여해보라고 해서 하게 됐다"며 "내 그림을 누가 봐줄까 많이 떨렸는데 여기 오니 내 작품을 칭찬해주는 사람도 있고 함께 온 어머니와 같이 울컥하기도 하다"고 웃어보였다.서울에서 온 이순화(64·여) 작가는 지난 2023년 열린 광주에이블아트위크에 참여하는 등 여러 페어 참여 경험이 많은 베테랑 작가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주로 회화 작품을 작업하고 있는 그는 무엇보다 작품이 잘 팔리기를 바랐다.이 씨는 "2023년에는 전체적으로 시장이 조정기였던 만큼 그때에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었다"며 "하지만 워낙 좋은 기회인만큼 이번에도 또 참여하게 됐는데 올해는 좋은 반응이 있었으면 하고 앞으로도 에이블아트위크가 장애 작가들을 위한 행사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2025 광주에이블아트위크가 13일 개막했다. 페어를 둘러보고 있는 방문객들.특히 이날 행사는 개막을 기념해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석창우 작가의 대형 퍼포먼스가 방문객과 참여작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강원래, 정은혜 작가가 참여한 아트토크는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강 작가는 클론으로 활동하며 온 국민을 들썩이게 만들다 25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걷지 못하게 됐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심심하고 외롭던 때"에 다시 붓을 잡았다. 가수 활동 전 중학생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던 그로 미대에 실기장학생으로 입학하기도 했다.그는 "뮤지컬 '시카고' 속 '니가 꿈꾸는 삶을 살던가 니 삶을 좋아하던가'라는 대사를 좋아한다"며 "힘든 일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려고 노력하겠다. 내 작품 또한 희망을 주고 싶은 그림으로 앞으로 희망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이어 강 작가는 "다시 그림을 그린 계기가 장애를 가진 분들이 그림을 그리며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이다"며 "나는 중학생 때부터 그림을 그려서 숙제처럼 느껴졌었는데 이 분들은 신이 나서 재미있게 그림을 그리더라. 그 모습에 힘을 받아 그리게 됐는데 장애 작가들을 보며 방문객들이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025 광주에이블아트위크가 13일 개막했다.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강원래 작가, 정은혜 작가와의 아트토크가 개막 행사로 진행됐다.정 작가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연기와 그림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사람을 만나기 위해 시작했던 그림이 이제는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 됐다. 정 씨의 어머니는 그가 성인이 되며 고립감으로 인한 우울감을 피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자 그림을 시작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정 작가는 "더운여름, 추운 겨울까지 사계절 동안 북한강 문호리 리버마켓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렸다"며 "지금까지 5천700명을 만나고 그렸다. 스무살 때는 참 힘들었는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틱이나 환청 등이 사라져 너무 좋았다"고 떠올렸다.그는 "결혼하고 이탈리아에 가서 많은 명화를 보고 영감을 얻어 지금 '은혜로운 명화' 시리즈를 작업하고 보여드리고 있다"며 "더 다양한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전자광 ㈔광주장애인예술인협회 대표는 "장애예술의 면면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림과 동시에 작가들에게 교류와 소통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한 자리이다"며 "벌써부터 반응이 좋은 작품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이번 행사는 16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 관람료는 무료.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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