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후 15년만 네번째 개인전
마티에르 기법 활용 입체감 돋보여

소나무는 아름다운 자연의 대상물일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과 문화와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사시사철 늘 푸른 잎을 지닌 소나무는 절개와 인내, 지속성을 상징하는 우리의 대표 수종이기도 한다.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민족정신과 맥이 닿아있고 민속에서는 부정을 막는 신성한 나무로 활용되기도 했다.
'소나무 화가' 김선종 작가가 주목하는 시선은 우리의 '뿌리'에 있다. 작가는 당초 승무와 탈춤 등의 전통춤에서 우리의 것을 찾았었다. 배꽃 과 복숭아꽃, 개나리, 시골집 등의 사라져가는 풍경도 빈 화폭을 가득 채운 소중한 정서였다. 작가는 청·적·황·백·흑의 전통 오방색을 바탕으로 한국적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작가의 시선이 소나무에 머문 것은 10여년 전부터였다.
"사람의 인생을 생각할 때 소나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고 솔방울이나 솔가지를 태워 밥을 지으며 결국 소나무로 지은 관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소나무를 그려야 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작가는 전국 각지의 명품 소나무가 있는 곳마다 발품을 팔아 찾아다니며 화폭에 옮겼다. 금강송은 물론이고 화재로 잿더미가 된 속에 싹튼 강원도 낙산사의 소나무를 담기도 했다.

그의 소나무는 물감을 두텁게 쌓아올린 마티에르 기법을 통해 부조감에 가까운 입체감을 드러낸다. 나이프 터치를 많이 사용해 물김을 바른 뒤 색이 마르면 그 위에 다시 바르기를 반복해 수많은 색의 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구부러진 소나무의 곡선이 더 두드러지고 두터운 껍질은 물론 껍질과 껍질 사이의 갈라진 틈이 부각돼 세월의 연륜과 깊이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작가의 전시회 '솔향전'은 오는 17일까지 강진아트홀에서 열린다. 지난 2010년 이후 무려 15년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작가가 네번 째로 관객과 만나는 자리여서 더욱 뜻깊다.
"34년간 교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다 퇴직 후에도 작업에만 몰두하느라 전시회에는 눈을 돌릴 겨를이 없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2020년 소나무 연작을 주제로 한 개인전이 코로나19로 무산됐지만 되레 작품에 몰두할 기회로 삼기도 했다. 금강송을 중심으로 운해에 잠긴 산하를 담은 200호 크기의 '우리 땅'을 2년여 만에 완성한 것은 그 성과 중 하나다.
김선종 작가는 "그동안 특별한 기회가 없다보니 전시회는 엄두를 내지 못한 채 그림에만 몰두하다 작년 아트페어 참가를 계기로 회원전 등에 참여하며 관객과 소통할 기회를 만들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의 정서를 담은 소나무 그림에 더욱 천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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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경계 허문 작가의 마지막 10년
황창배 작 ‘무제’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했던 황창배의 작품세계를 광주에서 만난다. 괴산에서 보낸 마지막 10년 동안 더욱 자유롭고 치열해진 그의 예술을 조명한다.광주 복합문화공간 김냇과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으로 ‘괴산의 그림쟁이 : 황창배’ 전시를 지난 1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내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타지역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다양한 작업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주인공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황창배로 이번 전시는 그가 충북 괴산에 정착한 이후부터 작고하기까지 약 10년 동안 펼쳐낸 그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괴산은 황 작가가 안정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공간이자 그의 예술이 가장 자유롭고 치열하게 확장된 곳이다.황창배 작 ‘무제’황창배는 한국화의 전통을 답습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지필묵이라는 익숙한 틀에 머무르지 않고 한지와 먹은 물론 캔버스, 아크릴, 잿물, 연탄재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했다. 문자와 그림, 시와 회화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결합하고 서기 대신 단기를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한국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했다.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 회화 세계를 만들어냈다.황창배 작 ‘무제’그에게 괴산에서의 삶은 예술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도시와 제도를 떠난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꽃과 나무, 새와 물고기 같은 생명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냈고 자연의 질서와 삶의 본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말년에는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대형 연작을 제작하며 신앙과 인간, 생명에 대한 사유 등을 회화 안에 담아냈다. 그의 화면에는 한국화의 전통 뿐 아니라 삶과 자연, 신앙, 문학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 있다.이번 전시 제목인 ‘괴산의 그림쟁이’는 작가가 생전에 자신을 부르던 이름이다. ‘그림쟁이’는 화가나 교수라는 제도적 명칭보다 끝까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태도를 상징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괴산에서 보낸 그의 마지막 10년을 중심으로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 한 작가의 치열한 실험과 자유를 되돌아본다.최아람 김냇과 대표는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회화를 완성했던 황창배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예술적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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