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윤-인간과 동물 교감·공존 다뤄
우제길-서근희 작가 내면 담은 작품
무등현대-정송규 'Delight' 시리즈 선봬
의재-의재·목재 형제 화풍 조명

봄날, 우리는 따뜻함을 만끽하기 위해 야외로 발길을 돌린다. 날이 따뜻해질수록 무등산에는 산을 즐기기 위해, 초록으로 물든 풍경을 감상하며 차 한 잔 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가득해진다. 특히 증심사 입구에는 가히 '문화지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러 사립미술관이 자리해있다. 봄날, 무등산으로 나가 자연 향기도 맡고 문화 향기도 맡아보는 건 어떨까?
증심사 입구로 향하는 길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은 국윤미술관이다. 국윤미술관은 오는 25일부터 내달 25일까지 가정의 달을 맞아 'Live together'전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가족의 의미를 반려동물 중심으로 확장해 재해석하는 자리로 인간과 동물의 정서적 교감과 공존을 다룬다. 17인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부터 조각, 혼합매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가족의 형태와 삶의 가치를 조망한다. 작가들은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내거나 절제된 감성으로 자연과의 교감을 표현하며 상상력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풍경을 그려낸 이번 전시는 공존의 의미와 감정의 깊이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관람객에게 위로와 사유의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큰 길을 따라 쭈욱 걸어가다 보면 우제길미술관도 관람객을 반긴다. 우제길미술관은 지난 11일부터 제1전시실에서 서근희 초대전 '사물, 시간을 품다'를 진행 중이다. 전시는 익숙한 사물을 통해 시간과 감정이 머무는 순간을 표현한 14점의 회화로 채워졌다. 따뜻하고 절제된 색채로 내면의 울림을 담은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전통 기법이 조화를 이루며 눈길을 잡는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증심사 입구 버스 차고지와 인접한 곳에는 무등현대미술관과 드영미술관이 자리한다.

무등현대미술관은 지난 4일부터 정송규 개인전 'Delight-환희를 향한 시간과 기억의 미학'을 선보이고 있다. 정 화백은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원로 작가로 내달 2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2001년부터 이어온 그의 'Delight' 시리즈 중 29점으로 꾸려졌다. 점을 찍는 반복 행위를 통해 인간과 자연, 삶에 대한 기쁨을 표현한 정 화백의 색점 추상을 조명한다. 수많은 색점은 각기 다른 감정을 담고 있으며 작가는 이를 통해 시간의 응축, 존재의 의미, 삶의 환희를 전한다. 관람객은 이같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드영미술관은 박정일 기획초대전 'Family'을 오는 6월 4일까지 제1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역 신진작가 발굴과 창작 지원,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드영미술관의 개관 취지를 담고 있다. 박정일 작가는 반려동물을 모티브로 현대 사회의 가족 의미를 되짚는다. 고양이나 강아지 등의 반려동물이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단순한 동물 표현을 넘어, 지친 일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따뜻한 위로와 소중한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주차장을 지나 증심사쪽으로 걷다보면 숲 속 미술관 의재미술관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오는 8월 31일까지 1·2전시실에서 기획전 '꽃피고 물흐르니-의재, 목재 형제전'이 열린다. 의재 허백련과 동생 목재 허행면의 산수화, 화조화, 서예 등 40여 점을 통해 두 사람의 닮은 듯 다른 화풍을 조명한다. 의재는 남종문인화풍의 대가로 담담하고 기품 있는 화풍을, 목재는 현실적 풍경과 화려한 꽃 그림 등 현대적 감각이 담긴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같은 기간 4전시실에서는 손자인 허달재의 수묵 사군자화 전시도 함께 열려 다양한 남종화의 계보를 감상할 수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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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고매···강인한 힘에 푹 빠졌죠"
황순칠 작 ‘독수매’
“매화 중에서도 고매 나무는 구불구불해요. 일반 잡목은 하늘로 퍼져서 올라가는데 매화나무는 그렇지 않죠. 그 나무에서 느껴지는 강인함과 힘찬 기운에 매료돼 고매 만을 오랜 시간 그렸어요.”9일 만난 황순칠 작가는 이번 24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고매(古梅)’ 작품에 천착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황 작가는 제24회 개인전 ‘고매화전’을 지난 5일 예술의거리 무등갤러리에서 열었다.이번 전시가 특별한 점은 광주에서는 23년 만에 갖는 전시장에서의 개인전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작업실에서 전시를 열고 지인들을 초청해 그림과 음악을 함께 즐기며 ‘예술을 함께 즐기는’ 시간으로 개인전을 진행해왔다. 23년 만의 전시장 나들이인만큼 전시에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그린 작품 중 엄선한 32점이 관람객들에게 선보여진다.“좋은 그림을 그려서 의도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그동안 힘을 비축했어요. 1년에 고매 작업은 몇 점 하지 못하는 데다 정말 좋은 작품을 한 번에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감동스러운 작업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다는게 너무 설레고 그동안 내가 열심히 해왔다는 것에 스스로 감사한 자리네요.”황순칠 작 ‘화엄홍매’그가 엄선한 작품에는 400호 크기의 ‘화엄홍매’를 비롯해 담양의 ‘독수매’ ‘미암매’ ‘와룡매’, 장성 ‘고불매’ 등 전남의 이름난 고매들이 담겼다.꽃을 활짝 피운 모습의 고매들도 있지만 대부분 꽃을 활짝 피우기 전의 모습으로 담겼다. 여린 꽃을 이제 피워낸 것부터 하얀 눈을 가득 이고 진 모습 등으로 담겼다.황순칠 작 ‘고불설 홍매’“고매에 빠지게 된 것은 고매의 꽃도 아닌 나무 때문이었어요. 여름의 비바람에 가지가 부러지면 또 가지가 나서 자라는 과정을 거친 고매의 나무를 보면 왜 매화가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지 알 수 있어요. 구불구불한 나무에서 강인함과 남성적 기운이 느껴지거든요. 그게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고매의 강인한 힘을 보여주기 위해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보다는 그렇지 않은 때의 모습을 더 많이 담게 됐어요.”그 중에서도 가장 작가가 좋아하는 고매는 담양 독수정의 ‘독수매’이다. 독수정은 고려 말 전신민 장군이 지은 정자로 조선이 건국됨에 따라 두 나라를 섬기지 않겠다는 뜻에서 개경을 향해 지었다. 작가는 독수정이 가진 이야기와 매화의 상징적 의미가 맞닿아 있다며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황순칠 작 ‘와룡매’그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긴 시간이 담겨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 그의 작업 스타일 때문이다.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모든 작업 과정을 현장에서 갖는다. 매화가 질 무렵이 되면 계절에 따른 빛, 색감 등이 달라져 철수하고 다음 해에 찾기를 반복했다. 설매를 그릴 때면 꽁꽁 언 손을 불어가며, 매화가 필 무렵에는 언제 매화가 질까 노심초사하며 그려낸 작품들이다.“매화 나무도 강한 힘을 보여주지만 그 작은 꽃도 얼마나 강인한 지 몰라요. 매화가 높이 평가되는 이유도 꽃에 있죠. 곡물 중에 조 있잖아요? 조만했던 것이 녹두알처럼 커지다가 점점 커져 노란 콩만해지는데 그 이후 빨갛게 되며 꽃이 쫙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참 작은 것이 대단하다’ 싶어요. 그 추운 계절을 작은 꽃이 이겨내고 핀다는 것이. 향기는 또 얼마나 기가 막힌지요. 현장에서 고매를 오랜 시간 붙들고 있다보면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있어요. 그러다보면 고매에 더 푹 빠지게 되죠.”황순칠 작가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무등갤러리에서 24번째 개인전 ‘고매화’를 연다. 사진은 처음 그린 고매 작품 앞에 선 황순칠 작가. 김혜진기자 hj@mdilbo.com황 작가는 이번 고매전 이후, 올해 서울에서의 개인전을 논의 중이다. 이곳에서는 그가 고매만큼이나 푹 빠져 있는 운주사 천불천탑 작품을 선보이게 될 예정이다.“미암매, 독수매 등 옛 선비들의 훌륭한 이야기를 담은 고매들을 많이 담아냇습니다. 이곳에서 봄의 기운과, 고매의 강인함을 만나고 가시면 좋겠습니다.”전시는 11일까지.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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