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부터 대관까지…수개월 연습
작년 방송콘텐츠경연대회 장관상
내달 2~3일 궁동 미로센터서
마지막 연극 '소년이 그랬다'

"아마도 학창 시절 마지막 연극이 될텐데 후회 없이 올리고 싶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만난 청소년 연극동아리 페르소나의 김민정(송원여고 2년)·정윤희(풍암고 2년)·김민서(상일여고 2년)양과 최기훈(광주자동화설비마이스터고 2년)군은 오는 3월 올릴 연극 '소년이 그랬다'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민정 양과 최기훈 군은 배우, 정윤희 양은 연출, 김민서 양은 이번 연극에서 소품과 미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4년째 창작, 각색, 대관까지 직접 하는 등 스스로의 힘으로 연극을 준비해 무대에 올리고 있다.
전날도 무대에 설치할 소품을 구매하느라 여기저기 발품을 팔았고 캐릭터 분석과 무대 동선 정리를 의논하느라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날은 팸플릿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해 옷도 함께 맞춰 입고 얼굴에는 페이스 페인팅도 그려 넣었다.
청소년 연극동아리 페르소나의 출발은 지난 2022년 광주학생예술누리터에서 진행한 뮤지컬 단기 프로그램에서 시작한다. 당시 모인 10명의 청소년들은 뮤지컬 프로그램이 끝난 뒤로도 연극을 해보기 위해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를 통해 동아리 페르소나를 만들었고 그해 12월 청소년의 진로 선택을 다룬 창작극 '꿈'을 선보였다.
첫 공연이라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3개월만에 올린 연극인 탓에 어색함과 부족했던 점도 잔뜩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더 좋은 공연을 올리겠다는 다짐도 했지만 초창기 멤버 다수가 빠져나가며 할 수 있는 작품에도 제한이 생겼다. 페르소나는 멤버를 추가로 모집하기도, 객원 스텝을 모집하기도 하면서 3~6명의 멤버를 유지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현재 페르소나를 이끌어가고 있는 네 명의 단원은 치평중 연극부에서 활동하던 인연으로 하나둘씩 모이게 된 인원이다.

단원 변화가 있던 와중에도 페르소나는 첫 공연 이후 세 번의 공연을 더 무대에 올렸다.
김숙종 작가의 2인극 '가정식 백만 맛있게 먹는 법'은 2023년 12월 예술극장 통에서, 지난해 8월 지니아트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선보였고 지난해 9월 제17회 청소년방송콘텐츠 경연대회에서는 닐 사이먼의 옴니버스 단막극 '굿닥터'를 선보였다. '굿닥터'에서 '치과의사' 부분을 당시 의료파업 사태를 바탕해 각색,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고등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품을 올리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대관은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할 수 있었지만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원작자와 저작권 협의가 필요했다. 원작자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챗GPT를 동원해가며 번역을 통해 메일로 허락을 구하기도 했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원작의 지문을 어떻게 무대에서 표현할지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보니,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격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정윤희 양은 "준비할 때마다 많이 싸우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함께 웃던 시간이 너무 소중한 기억이다"며 "연극을 올렸을 때 현장에서 관객들로부터 받는 반응 때문에도 계속 해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소년이 그랬다'는 입시 준비에 돌입해야하는 이들의 학창시절 마지막 무대가 된다.
'소년이 그랬다'는 호주의 '더 스톤즈'를 한국 정서에 맞게 재창작한 작품으로 청소년들이 무심코 던진 돌에 트럭 운전자가 숨진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숙한 소년들이 실수로 저지른 범죄로 인해 겪는 심리적인 위축을 보여주고 촉법소년 문제를 다각도로 다룬다.
연극이라는 경험을 통해 김민정 양과 최기훈 군은 연기, 정윤희·김민서 양은 방송 쪽으로 꿈을 잡았다.
최기훈 군은 "현재 다니는 학교도 그렇고 부모님의 뜻도 있어서 진로 자체는 연기와는 상관없이 가겠지만 계속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단순한 학창 시절 마지막 공연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내 인생 마지막 연기일 수 있다 생각하고 후회가 남지 않게 공연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서 양은 "부모님도 진로는 아시지만 연극하고 있는 것은 쭉 비밀이었다"며 "중학교 때부터 소품 자재 준비한다고 쓰레기장 뒤지고, 글루건에 데여서 항상 손에 화상을 달고 살았는데 어차피 학창시절 마지막 연극이니까 들켜도 봐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웃어 보였다.
이번 배역을 위해 머리도 짧게 자르는 열정을 보인 김민정 양은 "수개월간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연극 다신 안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조명이 비치는 무대로 들어서는 순간 그동안의 부정적 감정은 싹 사라진다"며 "연극에는 영화나 다른 매체와는 다른 열기가 있는 것 같다. 힘들게 준비한 마지막 공연 잘 올려서 관객들을 마주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페르소나의 '소년이 그랬다'는 내달 2~3일 미로센터(구 궁동예술극장)에서 오후 2시와 7시에 열린다. 관람료는 청소년 5천원, 성인 1만원이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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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아름다운 순간, 영원에 담다 정우성 작 '거북의 여정' 우리 주변의, 세계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아낸 전시가 열리고 있다. 특히 이 전시에 참여한 이들은 사진이라는 취미를 공통점으로 만나 20년이 넘도록 교류하고 격려하며 사진에 대한 열정을 표출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광주사진동호회(이하 광사동)가 17번째 정기회원전을 지난 23일 광주광역시청 1층 시민홀에서 개최, 오는 30일까지 이어간다.이번 정기회원전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020년 16번째 회원전 이후 열리지 못했다가 약 5년만에 열리는 전시로 38명의 회원이 참여해 66점의 사진을 선보인다. 필리핀 깊은 바다 속 거북이, 프랑스 프로방스의 라벤다 밭,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 에비뉴 등 이국적인 풍경이 담긴 작품부터 강양항의 일출, 저녁 운주사와 은하수, 눈 쌓인 청련암 등 아름다운 우리나라 곳곳의 풍광과 해질녁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수국 꽃밭 속 소녀 등 우리 일상 속 아름다움 등이 담긴 작품들이다.지난 2002년 시작한 광사동은 광주의 사진동호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모임으로 규모 또한 가장 크다. 지난 2004년 첫 회원전을 가진 이후 거의 매해 정기회원전을 열며 회원들의 사진 활동을 독려해왔다.정정식 작 '폐선'현재까지 홈페이지 가입 회원수만해도 4천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동호회로 광주사진협회 회원 다수가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정기 출사, 사진 정보 교류 모임 등을 꾸준히 갖고 사진에 대한 열정을 함께 하고 있다.정우성 광사동 회장은 "사진 동호회가 필요한 이유는 사진을 꾸준히 찍을 수 있는 동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며 "혼자 사진을 취미로 하다보면 금방 지칠 수 있는데 장거리 출사를 함께 나가고, 사진 정보에 대해 교류도 하고 정기적으로 전시를 갖게 되다 보면 자신 스스로를 독려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박용휴 작 '프랑스 프로방스 라벤다'5년 만에 정기회원전을 재개한 광사동은 앞으로 스마트폰 사진까지도 문을 개방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이같은 시류 변화와 함께 하고 젊은 회원 가입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이다.정 회장은 "이번 정기회원전을 계기로 우리 광사동은 더 단단하게 결속되고 새로운 시대에 부응해 성장하는 동호회로 거듭나려한다"며 "이번 회원전은 회원 작가들에게 큰 성취로 다가올 것이다. 아름다운 풍광이 담긴 사진을 많은 분들이 보고 마음에 깊은 힐링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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