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올리는 연극, 너무 즐거워요"

입력 2025.02.18. 16:51 임창균 기자
청소년 연극 동아리 '페르소나'
각색부터 대관까지…수개월 연습
작년 방송콘텐츠경연대회 장관상
내달 2~3일 궁동 미로센터서
마지막 연극 '소년이 그랬다'
청소년 연극 동아리 '페르소나'의 김민서(왼쪽부터)양 정윤희양, 최기훈군, 김민정양

"아마도 학창 시절 마지막 연극이 될텐데 후회 없이 올리고 싶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만난 청소년 연극동아리 페르소나의 김민정(송원여고 2년)·정윤희(풍암고 2년)·김민서(상일여고 2년)양과 최기훈(광주자동화설비마이스터고 2년)군은 오는 3월 올릴 연극 '소년이 그랬다'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민정 양과 최기훈 군은 배우, 정윤희 양은 연출, 김민서 양은 이번 연극에서 소품과 미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4년째 창작, 각색, 대관까지 직접 하는 등 스스로의 힘으로 연극을 준비해 무대에 올리고 있다.

전날도 무대에 설치할 소품을 구매하느라 여기저기 발품을 팔았고 캐릭터 분석과 무대 동선 정리를 의논하느라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김민정양이 공연에 쓸 소품을 준비하고 있다.페르소나 제공

이날은 팸플릿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해 옷도 함께 맞춰 입고 얼굴에는 페이스 페인팅도 그려 넣었다.

청소년 연극동아리 페르소나의 출발은 지난 2022년 광주학생예술누리터에서 진행한 뮤지컬 단기 프로그램에서 시작한다. 당시 모인 10명의 청소년들은 뮤지컬 프로그램이 끝난 뒤로도 연극을 해보기 위해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를 통해 동아리 페르소나를 만들었고 그해 12월 청소년의 진로 선택을 다룬 창작극 '꿈'을 선보였다.

첫 공연이라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3개월만에 올린 연극인 탓에 어색함과 부족했던 점도 잔뜩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더 좋은 공연을 올리겠다는 다짐도 했지만 초창기 멤버 다수가 빠져나가며 할 수 있는 작품에도 제한이 생겼다. 페르소나는 멤버를 추가로 모집하기도, 객원 스텝을 모집하기도 하면서 3~6명의 멤버를 유지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현재 페르소나를 이끌어가고 있는 네 명의 단원은 치평중 연극부에서 활동하던 인연으로 하나둘씩 모이게 된 인원이다.

최기훈군이 공연에 쓸 소품을 준비하고 있다.페르소나 제공

단원 변화가 있던 와중에도 페르소나는 첫 공연 이후 세 번의 공연을 더 무대에 올렸다.

김숙종 작가의 2인극 '가정식 백만 맛있게 먹는 법'은 2023년 12월 예술극장 통에서, 지난해 8월 지니아트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선보였고 지난해 9월 제17회 청소년방송콘텐츠 경연대회에서는 닐 사이먼의 옴니버스 단막극 '굿닥터'를 선보였다. '굿닥터'에서 '치과의사' 부분을 당시 의료파업 사태를 바탕해 각색,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고등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품을 올리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대관은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할 수 있었지만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원작자와 저작권 협의가 필요했다. 원작자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챗GPT를 동원해가며 번역을 통해 메일로 허락을 구하기도 했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원작의 지문을 어떻게 무대에서 표현할지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보니,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격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대상을 수상한 제17회 청소년방송콘텐츠 경연대회 모습.페르소나 제공

정윤희 양은 "준비할 때마다 많이 싸우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함께 웃던 시간이 너무 소중한 기억이다"며 "연극을 올렸을 때 현장에서 관객들로부터 받는 반응 때문에도 계속 해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소년이 그랬다'는 입시 준비에 돌입해야하는 이들의 학창시절 마지막 무대가 된다.

'소년이 그랬다'는 호주의 '더 스톤즈'를 한국 정서에 맞게 재창작한 작품으로 청소년들이 무심코 던진 돌에 트럭 운전자가 숨진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숙한 소년들이 실수로 저지른 범죄로 인해 겪는 심리적인 위축을 보여주고 촉법소년 문제를 다각도로 다룬다.

연극이라는 경험을 통해 김민정 양과 최기훈 군은 연기, 정윤희·김민서 양은 방송 쪽으로 꿈을 잡았다.

최기훈 군은 "현재 다니는 학교도 그렇고 부모님의 뜻도 있어서 진로 자체는 연기와는 상관없이 가겠지만 계속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단순한 학창 시절 마지막 공연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내 인생 마지막 연기일 수 있다 생각하고 후회가 남지 않게 공연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단원들이 직접 만든 '소년이 그랬다' 공연 포스터

김민서 양은 "부모님도 진로는 아시지만 연극하고 있는 것은 쭉 비밀이었다"며 "중학교 때부터 소품 자재 준비한다고 쓰레기장 뒤지고, 글루건에 데여서 항상 손에 화상을 달고 살았는데 어차피 학창시절 마지막 연극이니까 들켜도 봐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웃어 보였다.

이번 배역을 위해 머리도 짧게 자르는 열정을 보인 김민정 양은 "수개월간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연극 다신 안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조명이 비치는 무대로 들어서는 순간 그동안의 부정적 감정은 싹 사라진다"며 "연극에는 영화나 다른 매체와는 다른 열기가 있는 것 같다. 힘들게 준비한 마지막 공연 잘 올려서 관객들을 마주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페르소나의 '소년이 그랬다'는 내달 2~3일 미로센터(구 궁동예술극장)에서 오후 2시와 7시에 열린다. 관람료는 청소년 5천원, 성인 1만원이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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