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지역 작가 교류 동시에
광주 역사적·예술적 장소 탐색

"국가폭력이란 역사, 예술이란 공통점이 인도네시아 작가들에게 광주가 큰 영감이 됐어요. 이번 전시는 이들이 한 달 동안 광주에서 지내며 교류하고 리서치한 결과를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19일 만난 문희영 예술공간 집 대표는 이같이 '검은빛 깊은눈' 전시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달 8일부터 지난 5일까지 한 달 동안 동구 미로센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작가 4명의 결과보고전이다.
4명의 작가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이들로 국제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아리프 부디만(Arief Budiman), 마리얀토 (Maryanto), 랑가 푸르바야 (Rangga Purbaya)와 위모 암발라 바양 (Wimo Ambala Bayang). 위모 암발라바양 경우 인도네시아 예술의 도시 족자카르타에 자리, 전세계적 주목을 이끌고 있는 예술공간 루앙매스56을 이끄는 공동대표로 루앙매스56은 이번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협력기관이기도 하다.
4명의 작가는 광주에서 한 달 동안 지역 작가들과 교류함은 물론 광주의 다양한 장소를 탐색했다. 5·18국립민주묘지와 구묘역, 구 국군병원, 5·18기념공원, 5·18기록관 등 80년 5월의 역사가 담긴 장소 뿐만 아니라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재래시장 등을 방문했다. 또 지역 예술이 펼쳐지고 있는 양림동, 시립미술관, 발산마을, 미로센터, 예술의 거리와 국제적 예술 도시 광주를 확인할 수 있는 광주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도 방문하며 지역 예술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인도네시아의 학도병, 위안부 문제를 주목하고 있는 아리프 부디만은 학도병들의 아픈 기억이 서린 여수의 옥매광산과 마래 제2터널, 오림터널 등을 둘러보며 역사의 흔적을 쫓기도 했다.
전시에서 이들은 기존 작품과 함께 이번 레지던시 참여로 구상하게 된 결과물들을 선보인다. 마리얀토는 인도네시아 숲을 드로잉한 작품과 함께 구 국군병원 등을 드로잉한 작업을 선보이며 시각적으로 두 나라의 닮은 역사를 보여준다. 랑가 푸르바야는 광주 곳곳의 모습을 포착한 스냅사진과 함께 인도네시아 역사를 모티프로 한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아리프 부디만은 광주극장에서 영감을 얻고 만든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극장을 배경으로 80년 5월 광주와 98년 5월 자카르타의 기억을 조각조각 엮어 들려주는 작품. 위모 암발라 바양은 익숙한 일상의 공간에 놓여진 낯선 상황을 연출한 사진 작품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상황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함께 공동기획한 이은하 콜렉티브 오피스 대표는 "두 도시의 비슷한 상황 때문인지 인도네시아의 작가들이 광주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갔다. 아리프 부디만 경우 짧은 시간에도 '지난 5월 극장'을 만들어 선보이는 등 광주에서의 여러 교류와 리서치에 대해 큰 만족감과 함께 욕심을 드러냈다. 여수 옥매광산 등에서의 리서치 결과는 나중에 또다른 신작으로 선보여질 것"이라며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중에서도 큰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루앙매스56과의 몇 년에 걸친 교류가 우리 지역 작가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이번 전시 또한 현대미술의 최전방에 있는 이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지난 18일 오픈해 24일까지 예술공간 집에서 이어진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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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폭염'...예술이 전하는 '기후위기'의 경고 김수진 작 'Figverse' 기후 위기가 사람들의 삶을 위축시키고 있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것이 당연했던 일상이 이제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의 재난'으로 변하고 있다.최근 지속되고 있는 '수상한 폭염' 역시 기후위기의 경고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나라 주요 도시 폭염일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지속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평균 최고 기온 상승에 따른 폭염의 강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무등현대미술관이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환경미술제는 자연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기획전이다. 폭염과 폭우, 산불과 지진 등이 우연히 일어난 '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데 뜻을 두고 있다.올해 11회를 맞는 환경미술제는 'Whispers of Nature-자연의 속삭임, 숨결부터 균열까지'를 주제로 지난 4일부터 8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전시회에서는 '숨결'과 '균열'이라는 두 개의 흐름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 감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전반부 '숨결'에서는 김수진, 선민정, 송필용, 이석중 작가가 참여해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과 생명력, 일상의 평온함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엄기준 작 '귀신고래'김수진은 무화과와 무화과말벌 사이의 공생 관계를 통해 생명과 순환, 그리고 존재 간의 필연적 연결성을 탐구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무화과 시리즈의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작업 흐름을 보여주는 세 작품을 내놓는다. 초기작 '어느날'은 일상 속 자연의 무심한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중기 '삶-하루'는 생명의 하루를 시간의 색으로 기록한다. 후기작 'Figverse'는 모든 생명이 하나의 우주로 연결돼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이석중 작가는 작품 '삶-동행'에서 메타세쿼이아의 푸른 생명력을 거침없는 붓질로 풀어내면서 그 위를 유유히 나는 백로를 통해 자연이 선사하는 평온과 치유의 순간을 보여준다. 특히 전시 공간은 은은한 어둠 속에서 새들의 지저귐이 퍼져나오는 사운드 연출을 더해 관람객이 오감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고요한 숲길을 거니는 듯한 몰입감은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하며 궁극적으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극대화시킨다.송필용 작 '물의 서사-소쇄'.송필용 작가는 '물의 서사-소쇄'를 내놓는다. 그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강렬한 색상대비와 물감이 흐르고 튀는 자취를 통해 물의 순환성과 자연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 현대인의 정서적 치유와 내면의 정화를 드러낸다.선민정 작가는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사용한 '곶자왈'에서 생명의 흐름과 생성-소멸의 리듬을 화면 위에 섬세하게 표현했다.후반부 '균열'에서는 문선희, 엄기준, 정송규, 조정태 작가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환경 훼손에 대한 문제의식을 예술적 언어로 응시한다.문선희 작가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 현장을 직접 찾아 사진으로 기록했다. 법정 발굴금지 기간이 해제된 매몰지들은 여전히 곰팡이가 피고 온전한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 작품 '2654', '11800_02' 등은 땅속에 묻힌 생명과 변화된 토양, 썩지 않는 비닐을 사진에 담아 인간이 저지른 흔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조정태 작 '신천하도'.엄기준 작가는 선박사고로 인한 기름유출과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 등 해양 생태계의 붕괴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화려한 원색과 세밀한 묘사를 통해 아름다워 보이는 화면은 해양 생명들이 겪는 고통과 파괴의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조정태 작가가 불길에 휩싸인 산과 검게 그을린 땅을 형상화한 '신 천하도(新 天下圖)'는 자연을 파괴해온 인간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회복과 재생의 여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정송규 작가는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주제로 했다. 전체적으로 진한 갈색과 회색의 색조를 사용해 소실된 산림의 황폐함을 시각화하고, 중간 중간 남아 있는 불씨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전시를 기획한 박우리 학예실장은 "환경미술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으로 환기하는 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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