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맞는 탄생 120주년 기념
유학 시절 그림부터 미완작 등
전생애 작품과 유품 등 자료로
화가이자 이론가·사회운동가인
삶 전반 재조명한 대규모 전시

오지호 화백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전시가 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화순 동복 출신의 오지호 화백은 한국 최초 인상주의 화가이자 한국적 인상주의 개척자로, 교육자이자 미술이론가로, 또 사회운동가로서 지역 화단은 물론 한국 화단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이다. 그런 그의 지사적 삶과 예술가로서의 혼을 살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그의 한국 화단에서의 의미를 다시 한번 살피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4일 찾은 도립미술관의 '오지호와 인상주의-빛의 약동에서 색채로'전시. 전시장을 들어서며 마주하는 도입 섹션은 오지호 화백의 예술가로서의 삶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 섹션에는 그가 일본 동경예술대학 유학 시절 그렸던 그림과 그를 가르친 교수의 작품, 그리고 그가 말년에 작업한 작품이 자리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선보여지는 동경예대 졸업작품인 '자화상'과 말년의 작품 사이로는 그가 숨을 거뒀을 때 그의 얼굴을 본 따 만든 '데드마스크'가 자리해 그의 시간을 압축해 펼쳐놓은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전시는 내년 맞이하게 되는 오지호 화백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대규모 전시로 그의 전생애를 아우른다. 국가등록 문화재로 지정된 '남향집'을 비롯해 '처의 상' '임금원' 등 오 화백의 대표작 뿐만 아니라 남도의 풍경을 담아낸 시기의 항구봐 배를 그린 작품, 여행을 통해 남긴 유럽 풍경 작품과 유작으로 남은 미완성 작품 '쎄네갈의 소년들' 등이 전시를 채웠다.
이지호 도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동안 오 화백의 대규모 전시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시는 오지호 화백의 유작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주최를 하게 됐으며 전시를 꾸리는 과정에서 광주시립미술관과 리움미술관, 현대화랑 뿐만 아니라 유족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특히 이번 전시에 앞서 그의 전생애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어떻게 꾸릴 지 방법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 한국적 인상주의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생애를 보면 단순히 이 틀 안에 가두기에는 꽤 많은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고민에 따라 이번 전시는 오 화백의 어지러운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의 지사적 삶을 발견할 수 있는 아카이브 또한 신경 썼다. 아카이브는 김허경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 교수가 맡았다.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1950년대 원효사 화재 이후 재건 과정서 오 화백이 그린 탱화 '아미타후불탱화'를 만날 수 있으며 미술가이면서도 미술이론 확립에 애를 써 온 그가 다수 펼쳐낸 논문, 미술평론집 등도 만날 수 있다. 또 지산동 집에서 찍은 그의 사진과 말을 사랑했던 그의 모습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오 화백의 유족인 막내딸 순영 씨 등의 구술 영상도 마련해 그의 삶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이 영상은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던 오 화백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어 학술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전시와 연계한 국제 학술세미나도 열린다. 28일 오후 2시 도립미술관 2층 대강의실에서 열리는 이번 세미나는 '프랑스, 일본, 한국의 인상 주의 미술'을 주제로 조인호 광주미술문화 연구소 대표, 히로시 쿠마자와 동경예술대 교수, 김이순 전 홍익대 교수·한국미술사연구회 회장, 박미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관리과장, 김허경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 교수가 참여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은 또 있다. 인상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VR체험 프로그램으로 프랑스 국립박물관인 오르세미술관이 개발했다. 인상주의 화파의 창시자인 클로드 모네와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으로 들어가 작품을 온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즐겁게 인상주의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지난 15일 시작한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2일까지 이어진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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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폭염'...예술이 전하는 '기후위기'의 경고 김수진 작 'Figverse' 기후 위기가 사람들의 삶을 위축시키고 있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것이 당연했던 일상이 이제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의 재난'으로 변하고 있다.최근 지속되고 있는 '수상한 폭염' 역시 기후위기의 경고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나라 주요 도시 폭염일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지속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평균 최고 기온 상승에 따른 폭염의 강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무등현대미술관이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환경미술제는 자연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기획전이다. 폭염과 폭우, 산불과 지진 등이 우연히 일어난 '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데 뜻을 두고 있다.올해 11회를 맞는 환경미술제는 'Whispers of Nature-자연의 속삭임, 숨결부터 균열까지'를 주제로 지난 4일부터 8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전시회에서는 '숨결'과 '균열'이라는 두 개의 흐름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 감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전반부 '숨결'에서는 김수진, 선민정, 송필용, 이석중 작가가 참여해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과 생명력, 일상의 평온함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엄기준 작 '귀신고래'김수진은 무화과와 무화과말벌 사이의 공생 관계를 통해 생명과 순환, 그리고 존재 간의 필연적 연결성을 탐구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무화과 시리즈의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작업 흐름을 보여주는 세 작품을 내놓는다. 초기작 '어느날'은 일상 속 자연의 무심한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중기 '삶-하루'는 생명의 하루를 시간의 색으로 기록한다. 후기작 'Figverse'는 모든 생명이 하나의 우주로 연결돼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이석중 작가는 작품 '삶-동행'에서 메타세쿼이아의 푸른 생명력을 거침없는 붓질로 풀어내면서 그 위를 유유히 나는 백로를 통해 자연이 선사하는 평온과 치유의 순간을 보여준다. 특히 전시 공간은 은은한 어둠 속에서 새들의 지저귐이 퍼져나오는 사운드 연출을 더해 관람객이 오감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고요한 숲길을 거니는 듯한 몰입감은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하며 궁극적으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극대화시킨다.송필용 작 '물의 서사-소쇄'.송필용 작가는 '물의 서사-소쇄'를 내놓는다. 그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강렬한 색상대비와 물감이 흐르고 튀는 자취를 통해 물의 순환성과 자연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 현대인의 정서적 치유와 내면의 정화를 드러낸다.선민정 작가는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사용한 '곶자왈'에서 생명의 흐름과 생성-소멸의 리듬을 화면 위에 섬세하게 표현했다.후반부 '균열'에서는 문선희, 엄기준, 정송규, 조정태 작가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환경 훼손에 대한 문제의식을 예술적 언어로 응시한다.문선희 작가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 현장을 직접 찾아 사진으로 기록했다. 법정 발굴금지 기간이 해제된 매몰지들은 여전히 곰팡이가 피고 온전한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 작품 '2654', '11800_02' 등은 땅속에 묻힌 생명과 변화된 토양, 썩지 않는 비닐을 사진에 담아 인간이 저지른 흔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조정태 작 '신천하도'.엄기준 작가는 선박사고로 인한 기름유출과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 등 해양 생태계의 붕괴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화려한 원색과 세밀한 묘사를 통해 아름다워 보이는 화면은 해양 생명들이 겪는 고통과 파괴의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조정태 작가가 불길에 휩싸인 산과 검게 그을린 땅을 형상화한 '신 천하도(新 天下圖)'는 자연을 파괴해온 인간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회복과 재생의 여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정송규 작가는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주제로 했다. 전체적으로 진한 갈색과 회색의 색조를 사용해 소실된 산림의 황폐함을 시각화하고, 중간 중간 남아 있는 불씨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전시를 기획한 박우리 학예실장은 "환경미술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으로 환기하는 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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