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호 탄생 120주년··· '남향집'엔 어떤 이야기 담겼을까

입력 2024.11.17. 14:14 김혜진 기자
도립미술관 '오지호와 인상주의-빛의 약동에서 색채로' 내년 3월2일까지
내년 맞는 탄생 120주년 기념
유학 시절 그림부터 미완작 등
전생애 작품과 유품 등 자료로
화가이자 이론가·사회운동가인
삶 전반 재조명한 대규모 전시
오지호 작 '처의 상', 1936

오지호 화백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전시가 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화순 동복 출신의 오지호 화백은 한국 최초 인상주의 화가이자 한국적 인상주의 개척자로, 교육자이자 미술이론가로, 또 사회운동가로서 지역 화단은 물론 한국 화단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이다. 그런 그의 지사적 삶과 예술가로서의 혼을 살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그의 한국 화단에서의 의미를 다시 한번 살피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4일 찾은 도립미술관의 '오지호와 인상주의-빛의 약동에서 색채로'전시. 전시장을 들어서며 마주하는 도입 섹션은 오지호 화백의 예술가로서의 삶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 섹션에는 그가 일본 동경예술대학 유학 시절 그렸던 그림과 그를 가르친 교수의 작품, 그리고 그가 말년에 작업한 작품이 자리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선보여지는 동경예대 졸업작품인 '자화상'과 말년의 작품 사이로는 그가 숨을 거뒀을 때 그의 얼굴을 본 따 만든 '데드마스크'가 자리해 그의 시간을 압축해 펼쳐놓은 듯하다.

동경예술대학 졸업 작품인 '자화상'(1931)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전시는 내년 맞이하게 되는 오지호 화백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대규모 전시로 그의 전생애를 아우른다. 국가등록 문화재로 지정된 '남향집'을 비롯해 '처의 상' '임금원' 등 오 화백의 대표작 뿐만 아니라 남도의 풍경을 담아낸 시기의 항구봐 배를 그린 작품, 여행을 통해 남긴 유럽 풍경 작품과 유작으로 남은 미완성 작품 '쎄네갈의 소년들' 등이 전시를 채웠다.

이지호 도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동안 오 화백의 대규모 전시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시는 오지호 화백의 유작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주최를 하게 됐으며 전시를 꾸리는 과정에서 광주시립미술관과 리움미술관, 현대화랑 뿐만 아니라 유족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특히 이번 전시에 앞서 그의 전생애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어떻게 꾸릴 지 방법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 한국적 인상주의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생애를 보면 단순히 이 틀 안에 가두기에는 꽤 많은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오지호 화백이 생전 야외 작업을 나갈 때 들고 다니던 야외용 이젤과 의자. 한국 최초의 인상주의 화가인 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품이다. 이젤과 의자 뿐만 아니라 캔버스, 팔레트, 다 쓴 물간 튜브를 모아둔 나무 상자 등 또한 그가 실제 사용한 것들이다.

이같은 고민에 따라 이번 전시는 오 화백의 어지러운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의 지사적 삶을 발견할 수 있는 아카이브 또한 신경 썼다. 아카이브는 김허경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 교수가 맡았다.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1950년대 원효사 화재 이후 재건 과정서 오 화백이 그린 탱화 '아미타후불탱화'를 만날 수 있으며 미술가이면서도 미술이론 확립에 애를 써 온 그가 다수 펼쳐낸 논문, 미술평론집 등도 만날 수 있다. 또 지산동 집에서 찍은 그의 사진과 말을 사랑했던 그의 모습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오지호 작 '남향집', 1939

오 화백의 유족인 막내딸 순영 씨 등의 구술 영상도 마련해 그의 삶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이 영상은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던 오 화백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어 학술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전시와 연계한 국제 학술세미나도 열린다. 28일 오후 2시 도립미술관 2층 대강의실에서 열리는 이번 세미나는 '프랑스, 일본, 한국의 인상 주의 미술'을 주제로 조인호 광주미술문화 연구소 대표, 히로시 쿠마자와 동경예술대 교수, 김이순 전 홍익대 교수·한국미술사연구회 회장, 박미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관리과장, 김허경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 교수가 참여한다.

오지호 작 '임금원', 1937

전시 연계 프로그램은 또 있다. 인상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VR체험 프로그램으로 프랑스 국립박물관인 오르세미술관이 개발했다. 인상주의 화파의 창시자인 클로드 모네와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으로 들어가 작품을 온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즐겁게 인상주의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지난 15일 시작한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2일까지 이어진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