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정서, 내가 제일 잘 하겠더라구요"

입력 2024.10.31. 15:46 김혜진 기자
기획전 '그림으로 농사짓는 화가, 박문종'
11월1일~12월25일 의재미술관
허백련미술상 본상 수상자 특전
연진회미술원 1기로 미술 시작
농경·자연 주목한 '그림농사꾼'
초창기부터 최근작품까지 살펴
박문종 작가

"내가 잘 하고, 잘 아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내가 태어나서 보고 자란 것, 농촌과 농사더라고요. 1990년대형 농경도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이에 주목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만난 박문종 작가는 농경, 농촌, 흙과 자연 등에 주목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박문종 작가는 1일 의재미술관 1, 2, 4 전시실에서 열리는 기획전 '그림으로 농사짓는 화가, 박문종'을 갖는다. 이번 기획전은 지난해 광주 문화예술상인 허백련미술상 본상 수상작가인 박 작가에게 특전으로 주어지는 자리이다.

박문종은 전남 무안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의재 허백련의 연진회 제자들이 스승의 뜻을 잇기 위해 설립한 연진회미술원 1기생으로 들어가 1978년 봄, 미술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박문종 작 '춘설헌'

"도제식이었죠. 난초 선만 수련하듯이 3개월을 그렸어요. 탁구 선수가 스매싱하듯이 그려야하더라고요. 이걸 계속 반복했죠. 그때 들은 말이 '선이 무거워야한다'는 것이었어요. 난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데 이를 통해 묵선의 중요함을 배우는 것이죠. 이것을 일찍이 배웠기에 필력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박문종 작 '땅을 두들며 노래한다'

암울했던 1980년대가 지나고 민주화, 경제 자유화 등으로 환경이 크게 변화한 1990년대 들어 박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주목하게 된 것이 농경, 농촌이다. 무안에서 나고 자란 터라 가장 잘 아는 것이라 자부했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젊은이들은 농촌을 떠나 농촌 풍경이 점점 황폐해지고 있어 고생길인 것 같았지만 그래서 더 끌렸단다.

"누군가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 인기를 잃어간다는 것이라 더욱 다가서고 싶었어요. 이전 작품에도 농촌의 서정 등은 이미 담겨 있었지만 무거운 것을 덜어내고 90년대형 농경도 형태로 작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시작한 것이, 더 나아가 농부 모습이나 농촌 풍경을 다룬 여타 작품에서 벗어나 '논'을 주제로 벼나 쌀 등을 다룬 작품으로 이어지게 됐어요."

그의 작품 특징으로는 먹과 채색을 사용하며 흙물 또한 안료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그의 작품 정서를 더욱 또렷하게 만드는 소재이기도 하다. 흙물을 사용하게 된 것도 농사를 짓는 아버지 집에서 발견한 흙이 단초가 됐다. 아버지가 못자리를 하기 위해 마당에 황토를 사다가 둔 것을 보게 됐는데 그 색이 그렇게나 예뻤다고.

박문종 작 '모내기'

"비닐포대에 담겨 있는 황토의 색이 그렇게도 예쁘더라구요. 그래서 물감을 사용하듯이 물에 개어서 한지 위에 써보니 먹처럼 번지는 느낌이 좋았어요. 또 한지의 특성상 흙물이 잘 붙어 있더라구요. 그 때부터 흙물을 사용하기 시작했죠."

최근에는 기호와 글자를 이용한 '신(新) 문자도'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그다. 벼나 논을 사실적인 이미지로 나타내기 보다는 지도에서 논의 기호로 사용하는 'ㅛ'를 사용해 모내기 풍경을 담아내거나 생명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땅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처럼 그의 작품에 대한 고민과 여정이 담긴 '땅을 두들며 노래한다' '모내기' 등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총 64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이번 수상 기획전을 기념해 그린 '춘설헌'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오는 23일에는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돼 그의 작품 세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12월25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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