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일~12월25일 의재미술관
허백련미술상 본상 수상자 특전
연진회미술원 1기로 미술 시작
농경·자연 주목한 '그림농사꾼'
초창기부터 최근작품까지 살펴
"내가 잘 하고, 잘 아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내가 태어나서 보고 자란 것, 농촌과 농사더라고요. 1990년대형 농경도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이에 주목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만난 박문종 작가는 농경, 농촌, 흙과 자연 등에 주목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박문종 작가는 1일 의재미술관 1, 2, 4 전시실에서 열리는 기획전 '그림으로 농사짓는 화가, 박문종'을 갖는다. 이번 기획전은 지난해 광주 문화예술상인 허백련미술상 본상 수상작가인 박 작가에게 특전으로 주어지는 자리이다.
박문종은 전남 무안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의재 허백련의 연진회 제자들이 스승의 뜻을 잇기 위해 설립한 연진회미술원 1기생으로 들어가 1978년 봄, 미술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도제식이었죠. 난초 선만 수련하듯이 3개월을 그렸어요. 탁구 선수가 스매싱하듯이 그려야하더라고요. 이걸 계속 반복했죠. 그때 들은 말이 '선이 무거워야한다'는 것이었어요. 난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데 이를 통해 묵선의 중요함을 배우는 것이죠. 이것을 일찍이 배웠기에 필력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암울했던 1980년대가 지나고 민주화, 경제 자유화 등으로 환경이 크게 변화한 1990년대 들어 박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주목하게 된 것이 농경, 농촌이다. 무안에서 나고 자란 터라 가장 잘 아는 것이라 자부했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젊은이들은 농촌을 떠나 농촌 풍경이 점점 황폐해지고 있어 고생길인 것 같았지만 그래서 더 끌렸단다.
"누군가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 인기를 잃어간다는 것이라 더욱 다가서고 싶었어요. 이전 작품에도 농촌의 서정 등은 이미 담겨 있었지만 무거운 것을 덜어내고 90년대형 농경도 형태로 작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시작한 것이, 더 나아가 농부 모습이나 농촌 풍경을 다룬 여타 작품에서 벗어나 '논'을 주제로 벼나 쌀 등을 다룬 작품으로 이어지게 됐어요."
그의 작품 특징으로는 먹과 채색을 사용하며 흙물 또한 안료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그의 작품 정서를 더욱 또렷하게 만드는 소재이기도 하다. 흙물을 사용하게 된 것도 농사를 짓는 아버지 집에서 발견한 흙이 단초가 됐다. 아버지가 못자리를 하기 위해 마당에 황토를 사다가 둔 것을 보게 됐는데 그 색이 그렇게나 예뻤다고.
"비닐포대에 담겨 있는 황토의 색이 그렇게도 예쁘더라구요. 그래서 물감을 사용하듯이 물에 개어서 한지 위에 써보니 먹처럼 번지는 느낌이 좋았어요. 또 한지의 특성상 흙물이 잘 붙어 있더라구요. 그 때부터 흙물을 사용하기 시작했죠."
최근에는 기호와 글자를 이용한 '신(新) 문자도'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그다. 벼나 논을 사실적인 이미지로 나타내기 보다는 지도에서 논의 기호로 사용하는 'ㅛ'를 사용해 모내기 풍경을 담아내거나 생명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땅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처럼 그의 작품에 대한 고민과 여정이 담긴 '땅을 두들며 노래한다' '모내기' 등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총 64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이번 수상 기획전을 기념해 그린 '춘설헌'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오는 23일에는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돼 그의 작품 세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12월25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광주정신 확장하는 기지국됐기를" 첫번째 광주파빌리온을 기획한 안미희 감독. "광주정신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동시에 광주의 지역성을 보여주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무등' 밖엔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이보다 더 적절한 키워드는 없다고 봤죠."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광주관의 첫 감독으로 전시를 선보인 안미희 감독은 지난달 26일 이번 광주관의 주제로 '무등'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지난 1일 막을 내린 이번 광주관은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주제 아래 펼쳐졌다. 광주의 근간을 무등으로 보고 무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적, 공간적 개념을 넘어 펼쳐냈다. 무등산에서 온 무등을 안 감독은 평등이라 해석했다.그는 "무등이란 말이 말 그대로 '등급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나아가 '등급을 논할 수 없는 차원'의 경지를 뜻하는 것이 무등이라고 봤다"며 "사실 광주정신은 현 시대 전세계인들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인데 이것을 광주에만 한정해 바라보다 보니 확산이 어려웠던 것으로 봤다. 이러한 광주정신이 좀 더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랬고 이를 전시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안 감독은 광주정신의 확산, 미래지향성을 위해 전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신경 썼다.광주정신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무등'이란 키워드를 통해 은유함과 동시에 미래 세대인 오월 바깥 세대의 의식과 시각을 담아냈다. 80년 5월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작가 뿐만 아니라 기획자 등과 함께 하며 전시를 풀어나갔다. 젊은 세대와의 협업은 이 자체만으로도 광주파빌리온의 레거시가 될 것으로 기대케 한다.또 안 감독은 다양한 영역의 지역 인물들과 협업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무등'에 접근했다. '무등'에 대한 자료 등을 수집하는 실증적 접근으로부터 출발해 이것이 광주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기초조사를 연구 콜렉티브인 무등스꼴라와 함께 했으며,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기획자들과 함께 '무등'에 대한 해석 가능성과 광주 5월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극복하기 위한 자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집담회 '월간 무등'을 운영하기도 했다.지난 9월7일부터 12월1일까지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광주관 전시 전경.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타이틀로 열린 이번 전시는 첫 광주파빌리온이었다.이 과정에서 지역 언론인과의 협업도 이루어져 눈길을 끌었다. 홍보 등에 집중된, 관습적으로 행해져 온 언론과의 협업 양태를 떠나 언론 환경에서 가능한 '무등'에 대한 접근이 이뤄졌다.안 감독은 "현대미술은 동시대를 보여주는 것인데 미디어야말로 동시대 이슈를 다루는 영역이기에 이같은 방식을 진행하게 됐고 이번 전시에서 그 역할이 상당히 컸다"며 "사실 나에게도 생소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처음 기획을 할 때부터 미디어와의 협업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이렇게 탄생한 작품 '당신의 무등'은 '무등'을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시민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광주시민들에게 상징적인 단어로만 치부됐던 '무등'이란 키워드가 우리 삶 속에 얼마나 스며있는지를 살펴봤다. 이는 전시장의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었지만 무등일보 지면과 유튜브를 통해서도 시민과 교감, 무등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퍼뜨렸다. 광주 시민이 우리 주변에 광주 정신이 다양한 모습으로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 광주 정신이 '어려운 것' '나와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인지하게 했다.그는 이번 광주파빌리온이 광주정신이 퍼져나가는 하나의 '기지국'이 됐기를 바랐다.안 감독은 "광주 정신이 다양한 주파수로 확산되기를 원했고 그래서 다양한 세대, 주체와의 협업을 가졌다. 멀게만 느껴졌던 '광주정신'이라는 것이 사실은 우리 일상 속에 있는 것이고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가치임을, 이러한 것이 광주의 정체성임을 말하고 싶었다"며 "이와 동시에 이처럼 중요한 광주 정신이 전세계로 확산이 되어야하고 이것이야말로 동시대적인 실천이라고 말한 자리였다. 많은 시민과 광주파빌리온 관람객이 이처럼 느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안미희 감독은 지난 2005년부터 12년 동안 광주비엔날레 재단에서 전시팀장, 정책기획팀장으로 일하며 광주의 미술현장을 누볐다. 이후 한국국제교류재단 글로벌센터 사업부장을 거쳐 경기도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이번 광주파빌리온 기획은 공모를 통해 선정, 감독으로 참여하게 되며 이뤄졌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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