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리가 된다_이매리'
고려인마을 모티브 신작 선봬
거대한 전쟁사 영향 뒤바뀐
개개인 삶 등 사회적 메시지

"작년에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장으로 미술관을 활용하면서 지역 상황을 찬찬히 둘러보니 국내외에서 어마어마하게 미술계 관계자며 애호가들이 광주를 찾더라구요. 이렇게나 많은 살마들이 오는데, 광주의 돋보일 수 있는 작가를 소개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최근 만난 문희영 예술공간 집 관장은 지난 4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특별기획초대전 '그들은 우리가 된다_2024 이매리'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문 관장의 설명처럼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개막기간과 연계해 펼쳐지는 자리로 초대 받은 작가 이매리는 지역을 근간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주목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동안 자신의 근원으로부터 출발해 인류의 근원 등을 묻는 미술적 탐구를 지속해 온 이 작가는 이번엔 현시대와 사회를 예술로 해석해 나가는 작업을 선보인다. 그가 주목한 것은 광주에 형성된 '고려인 마을'이다.
이매리 작가는 "고려인 마을은 2004년부터 고려인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광주 안에 존재하는 가장 국제적인 지역으로 3년 전부터 이곳을 찾아 탐구하고 연구했다"며 "가장 주목한 것은 '이들이 어떻게 중앙아시아에서 광주로 오게 됐나 '였다. 이들의 현재 삶과 이주의 역사는 이번 작업을 통해 전 인류의 이주사, 그리고 전쟁사로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작품별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7천개의 별과 약속의 땅 2024' '이민자의 물건들……' '시대사적 사건들의 드로잉 Map'이다.
'7천개의 별과 약속의 땅 2024'는 고려인 마을에 송출되고 있는 'GBS 고려방송'을 활용한 작품으로 이민자들이 성공적 이주와 정착을 돕는 이 방송을 통해 그들의 삶과 현재의 모습을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민자의 물건들……'은 실제 이주민의 사물이 작품이 됐다. 몇 달 동안 작가는 이주민과 협력해 사물들을 수집했다. 이를 통해 고향의 풍습과 기억이 각인된 사물이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들여다본다. 예복, 시계, 수첩 등 고향에서는 필수품이었던 사물들이 한국에 와 사용가치는 잃었지만 그들의 기억과 삶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시대사적 사건들의 드로잉 Map'은 전시장의 큰 벽면을 차지하는 대작이다. 까맣고 거대한 화면 위에 고려인 이주 역사를 시각화한 작품. 인류의 지난한 역사와 현재의 시간을 복기할 수 있는 작품으로 개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전쟁사와 인류사적 사건들이 담겼다.
이 작가는 "인류사라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이같은 일련의 상황을 시각예술로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지 고민하고 이를 보여주는 것이 나의 작가적 소명이다"며 "이번 작품들이 '그들'을 '우리'로 엮어 내는 큰 울림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6일까지.
한편 이매리 작가는 광주, 서울, 뉴욕, 베이징, 크레타, 베니스 등에서 45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또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ACC 등 국내 주요 미술기관은 물론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고베 비엔날레 등 단체전에 500여회 참여한 바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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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현대 자화상 속 인간성 회복·화해 강조 '트랜스휴먼' 인간과 기계의 중간적 존재인 '트랜스휴먼'의 모습을 표현해온 기옥란 작가가 오는 20일까지 송정작은미술관의 초대로 전시회를 갖고 있다.작가가 천착하는 '트랜스휴먼'은 노화도 없고 아프지도 않으며, 영생을 추구하는 21세기 신인류의 바람과 맥이 닿아 있다. "오랫동안 철학 서적에 관심을 갖고 읽다 보니 트랜스휴먼의 의미가 신선하게 다가왔고 지난 2010년께부터 이를 주제로 한 작품을 시작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그는 트랜스휴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DNA, Digital, Design, Divinity(신성, 영성) 등의 4D와 Feeling(느낌, 감성), Female(여성성), Fiction(상상력)을 포함한 3F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해왔다.작가가 작품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인간성 회복'이다. 그는 트랜스휴먼을 바탕으로 인간 본질을 재탐구하고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기후위기와 전쟁, 인종문제 등을 초월해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인간과 공존하는 모든 것들과의 '화해' 역시 인간성 회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다.작가는 인간과 인간 간의 화해는 물론 도시와 자연의 화해, 정신과 물질의 화해, 실제 세계와 가상세계의 만남 등을 통해 인간과 자연, 기술이 어떻게 서로 융합하고 조화롭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이를 시각 언어로 형상화했다.'트랜스휴먼-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위한 변주곡'그는 직선과 곡선이 교차하는 리드미컬한 구성 속에서 비대칭적인 표현과 기호 등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삶과 예술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현대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은 중요한 작품 소재가 된다. 인종과 인종의 만남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느 곳에 가든 이방인(노마드)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과 삶과 죽음을 소재로 한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위한 변주곡' 등이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다. 또 인간의 에너지나 감성, 욕망 등이 어떻게 기술과 결합해 조화를 이루고 화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그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초월해서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인간에게 무엇인가 위안과 위로를 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기옥란 작가는 그동안 사진전을 포함해 70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 현대미술에뽀끄회, 이형회, 광주전남여성작가회, 그룹터, 침묵과 은유회 등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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