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이주사 통해 바라본 인류사

입력 2024.09.30. 09:41 김혜진 기자
예술공간 집 특별기획초대전 내달 6일까지
'그들은 우리가 된다_이매리'
고려인마을 모티브 신작 선봬
거대한 전쟁사 영향 뒤바뀐
개개인 삶 등 사회적 메시지
이매리 작 '7천개의 별과 약속의 땅 202402'

"작년에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장으로 미술관을 활용하면서 지역 상황을 찬찬히 둘러보니 국내외에서 어마어마하게 미술계 관계자며 애호가들이 광주를 찾더라구요. 이렇게나 많은 살마들이 오는데, 광주의 돋보일 수 있는 작가를 소개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최근 만난 문희영 예술공간 집 관장은 지난 4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특별기획초대전 '그들은 우리가 된다_2024 이매리'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문 관장의 설명처럼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개막기간과 연계해 펼쳐지는 자리로 초대 받은 작가 이매리는 지역을 근간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주목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동안 자신의 근원으로부터 출발해 인류의 근원 등을 묻는 미술적 탐구를 지속해 온 이 작가는 이번엔 현시대와 사회를 예술로 해석해 나가는 작업을 선보인다. 그가 주목한 것은 광주에 형성된 '고려인 마을'이다.

이매리 작가는 "고려인 마을은 2004년부터 고려인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광주 안에 존재하는 가장 국제적인 지역으로 3년 전부터 이곳을 찾아 탐구하고 연구했다"며 "가장 주목한 것은 '이들이 어떻게 중앙아시아에서 광주로 오게 됐나 '였다. 이들의 현재 삶과 이주의 역사는 이번 작업을 통해 전 인류의 이주사, 그리고 전쟁사로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작품별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7천개의 별과 약속의 땅 2024' '이민자의 물건들……' '시대사적 사건들의 드로잉 Map'이다.

'7천개의 별과 약속의 땅 2024'는 고려인 마을에 송출되고 있는 'GBS 고려방송'을 활용한 작품으로 이민자들이 성공적 이주와 정착을 돕는 이 방송을 통해 그들의 삶과 현재의 모습을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매리 작 'Poetry Delivery _7천개의 별과 약속의 땅'

'이민자의 물건들……'은 실제 이주민의 사물이 작품이 됐다. 몇 달 동안 작가는 이주민과 협력해 사물들을 수집했다. 이를 통해 고향의 풍습과 기억이 각인된 사물이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들여다본다. 예복, 시계, 수첩 등 고향에서는 필수품이었던 사물들이 한국에 와 사용가치는 잃었지만 그들의 기억과 삶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시대사적 사건들의 드로잉 Map'은 전시장의 큰 벽면을 차지하는 대작이다. 까맣고 거대한 화면 위에 고려인 이주 역사를 시각화한 작품. 인류의 지난한 역사와 현재의 시간을 복기할 수 있는 작품으로 개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전쟁사와 인류사적 사건들이 담겼다.

이 작가는 "인류사라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이같은 일련의 상황을 시각예술로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지 고민하고 이를 보여주는 것이 나의 작가적 소명이다"며 "이번 작품들이 '그들'을 '우리'로 엮어 내는 큰 울림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6일까지.

한편 이매리 작가는 광주, 서울, 뉴욕, 베이징, 크레타, 베니스 등에서 45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또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ACC 등 국내 주요 미술기관은 물론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고베 비엔날레 등 단체전에 500여회 참여한 바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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