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광주예당 소극장서 무대
건축가 김종진씨 콘서트 해설
침묵의 빛·예술의 빛 등 4부로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 선보여

서양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따라 걸음하며 감미로운 현악기의 선율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진다.
광주예술의전당 기획공연 11시 음악산책 '김종진, 빛을 향한 건축순례'가 오는 24일 오전 11시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건축과 클래식, 공간과 사람을 잇는 김종진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교수가 콘서트 가이드로 나선다. 그는 건축을 이야기로 써내는 작가이자 빛 속에서 삶과 공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에 천착하는 건축가다. 저서 '공간의 진정성' 등을 통해 미술, 철학, 문학, 음악, 심리학에도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지닌 이야기꾼임을 보여줬다. 이번 공연에서는 저서 중 '그림자의 위로'에 등장하는 공간들, 그 공간을 채우는 빛과 그림자들이 만드는 무음의 메시지를 클래식 음악 선율에 실어 관객들과 함께 빛을 향한 건축 순례를 떠난다.
1부 '침묵의 빛'에서는 남프랑스 르 토로네 수도원으로 걸음한다. 초기 수도원 정신으로 탄생한 시토회의 대표 수도원이자 많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곳이다. 바흐로 이어지는 건축과 클래식 이야기에서 담백한 공간이 만든 차분하고 묵직한 빛, 소리의 울림을 만나 '바흐, 푸가의 기법, 9번 대선율'을 연주한다.

이어지는 '예술의 빛'에서는 독일 인젤홈브로이 미술관으로 향한다. 자연과 생태와 하나가 된 작은 파빌리온 건물들이 산재한 미술관에서 녹음 짙은 자연과 하얀 공간의 빛을 만날 수 있다. 길을 따라 함께 감상할 곡은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 1악장'으로, 4개의 현이 따로 또 같이 합주하는 것이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섬의 오솔길들이 만났다 갈라졌다 하는 느낌과 닮았다.
3부 '생명의 빛'에서는 멕시코 길라드리 주택을 소개한다.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이 은퇴 후 지은 마지막 작품으로 빛과 색의 움직임, 정원의 색상, 꽃과 나무 모두 멕시코 전통과 자연을 따른 공간이다. 생명의 빛과 다채로운 색상의 빛을 발견한다. 멕시코의 자연과 햇살을 닮은 '권해윤 작곡의 현악 4중주를 위한 보사노바'를 연주한다.
마지막 '안식의 빛'은 스웨덴 우드랜드 묘지로 향한다.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하던 폐허 혹은 암울한 정서가 아니라 스칸디나비아의 낭만적 자연주의를 바탕으로 아름답고 목가적인 공원묘지를 만난다. 삶과 죽음이라는 생명의 순환을 느끼게 하는 걸작으로 편안하고 고요한 공간을 배경으로 평화로운 자연과 안식의 빛을 느낄 수 있다. 함께 감상할 곡은 스웨덴 작곡가로 낭만주의적이며 북유럽적인 정서가 강한 '빌헬름 스텐함마르의 현악 4중주 F단조 2악장'이다.

이번 콘서트는 건축가 김종진의 해설과 함께 KBS아나운서 이상협이 진행자로 나선다. 연주는 우리 지역 젊은 예술가들로 구성된 현악 4중주 팀이 참여, 바이올린 황은휼, 김지민, 비올라 권혜린, 첼로 조은강이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을 선보인다.
관람료는 R석 2만원, S석 1만원으로 예매 및 자세한 사항은 광주예술의 전당 누리집(https://gjart.gwangju.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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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폭염'...예술이 전하는 '기후위기'의 경고 김수진 작 'Figverse' 기후 위기가 사람들의 삶을 위축시키고 있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것이 당연했던 일상이 이제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의 재난'으로 변하고 있다.최근 지속되고 있는 '수상한 폭염' 역시 기후위기의 경고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나라 주요 도시 폭염일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지속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평균 최고 기온 상승에 따른 폭염의 강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무등현대미술관이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환경미술제는 자연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기획전이다. 폭염과 폭우, 산불과 지진 등이 우연히 일어난 '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데 뜻을 두고 있다.올해 11회를 맞는 환경미술제는 'Whispers of Nature-자연의 속삭임, 숨결부터 균열까지'를 주제로 지난 4일부터 8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전시회에서는 '숨결'과 '균열'이라는 두 개의 흐름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 감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전반부 '숨결'에서는 김수진, 선민정, 송필용, 이석중 작가가 참여해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과 생명력, 일상의 평온함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엄기준 작 '귀신고래'김수진은 무화과와 무화과말벌 사이의 공생 관계를 통해 생명과 순환, 그리고 존재 간의 필연적 연결성을 탐구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무화과 시리즈의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작업 흐름을 보여주는 세 작품을 내놓는다. 초기작 '어느날'은 일상 속 자연의 무심한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중기 '삶-하루'는 생명의 하루를 시간의 색으로 기록한다. 후기작 'Figverse'는 모든 생명이 하나의 우주로 연결돼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이석중 작가는 작품 '삶-동행'에서 메타세쿼이아의 푸른 생명력을 거침없는 붓질로 풀어내면서 그 위를 유유히 나는 백로를 통해 자연이 선사하는 평온과 치유의 순간을 보여준다. 특히 전시 공간은 은은한 어둠 속에서 새들의 지저귐이 퍼져나오는 사운드 연출을 더해 관람객이 오감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고요한 숲길을 거니는 듯한 몰입감은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하며 궁극적으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극대화시킨다.송필용 작 '물의 서사-소쇄'.송필용 작가는 '물의 서사-소쇄'를 내놓는다. 그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강렬한 색상대비와 물감이 흐르고 튀는 자취를 통해 물의 순환성과 자연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 현대인의 정서적 치유와 내면의 정화를 드러낸다.선민정 작가는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사용한 '곶자왈'에서 생명의 흐름과 생성-소멸의 리듬을 화면 위에 섬세하게 표현했다.후반부 '균열'에서는 문선희, 엄기준, 정송규, 조정태 작가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환경 훼손에 대한 문제의식을 예술적 언어로 응시한다.문선희 작가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 현장을 직접 찾아 사진으로 기록했다. 법정 발굴금지 기간이 해제된 매몰지들은 여전히 곰팡이가 피고 온전한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 작품 '2654', '11800_02' 등은 땅속에 묻힌 생명과 변화된 토양, 썩지 않는 비닐을 사진에 담아 인간이 저지른 흔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조정태 작 '신천하도'.엄기준 작가는 선박사고로 인한 기름유출과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 등 해양 생태계의 붕괴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화려한 원색과 세밀한 묘사를 통해 아름다워 보이는 화면은 해양 생명들이 겪는 고통과 파괴의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조정태 작가가 불길에 휩싸인 산과 검게 그을린 땅을 형상화한 '신 천하도(新 天下圖)'는 자연을 파괴해온 인간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회복과 재생의 여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정송규 작가는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주제로 했다. 전체적으로 진한 갈색과 회색의 색조를 사용해 소실된 산림의 황폐함을 시각화하고, 중간 중간 남아 있는 불씨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전시를 기획한 박우리 학예실장은 "환경미술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으로 환기하는 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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