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전 '저항으로서 민중미술'
'아트인 베를린' 등 언론 주목
"한국 동시대예술서 중요성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돼" 평가

독일 베를린에서 광주의 민중미술을 선보이고 있는 '국가보안법 구속 1호 미술인' 이상호, 전정호의 2인전이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상호, 전정호 2인전 '저항으로서 민중미술'이 독일 베를린 마인블라우 프로젝트라움에서 지난 15일부터 열리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베를린 미술웹매거진으로 베를린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두고 있는 '아트 인 베를린'이 이번 전시를 다룬 기사를 지난 25일 게재해 이목을 이끌었다.
'아트 인 베를린'은 기사를 통해 1970~1980년대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며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를 주목하며 '1987년 제작된 대형 작품이다. 당시 학생이었던 이상호, 전정호가 공동으로 제작한 이 걸개그림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두 학생이 구속되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7년 원본이 소각되어 2005년 복제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1990년대 민주주의가 확립되면서 민중미술 운동은 정치적 필요성을 잃은 시대에 이 작품이 다시 제작됐기는 하지만 민중미술 시대의 유일한 작품으로 한국의 동시대예술에서 그 중요성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될 작품이다'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전시에 참여한 두 작가와 그들이 선보이는 작품에 대해 각각 소개하며 '민중미술은 변화는 가능하며 예술도 그 변화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확실히 한다'고 전시를 추천했다.
앞서 개막을 하루 앞두고는 현지 신문인 베를리너 모르겐 포스트와 타게스피에겔, 개막일에는 타게스슈피겔지에 전시를 소개하는 기사가 실리는 등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작가가 현지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사의 기념비적 작품인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를 비롯해 신작을 포함, 20여점으로 채워졌다. 신작은 광주의 5월 뿐만 아니라 통일,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국가폭력, 환경·기후 문제 등 다양한 시대 정신이 담겼다.
한국 측 기획자인 독립 큐레이터 정현주 갤러리 포도나무 대표는 "이번 전시가 베를린에서 열리면서 역설적이게도 서구의 기존 예술의 관념이자 규범에 저항하는 민중미술의 전위적인 역할이 다시금 현재적으로 표면화되며 주목을 이끌고 있다"며 "시대의 소명에 대한 두 사람의 헌신적인 예술적 궤적을 따라, 이 전시가 우파의 정치적 성장과 이에 비례하는 전쟁위기의 시대를 마주한 독일과 유럽에 한국 민주화운동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민중미술'의 격렬한 시대정신을 알리고 현재의 정치적 담론과 자유의 기본권에 대한 명확한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현지서 내달 7일까지 이어진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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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예술과 5월 광주의 교차 지점 바라보다
강수지·이하영 작 ‘독버섯’광주의 5월은 ‘너무 견고해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은’ 사회를 ‘보잘 것 없는 줄 알았던’ 목소리가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이자 용기이다. 동시대 예술도 그렇다. ‘완전한 것들’로부터 틈을 발견하고 이를 이야기한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이하 G.MAP)은 이러한 예술의 저항정신, 참여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광주의 5월과 동시대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조명하며 오월정신이 동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임을 보여준다.이번 전시 ‘완전한 것들의 틈’은 G.MAP이 개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5·18민주화운동 특별전이다. 우리 지역 청년 작가팀부터 이란, 우크라이나 등 전쟁의 상흔을 안은 채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120년 서사시’라 볼 수 있는 첫 번째 섹션부터 역사성이 뚜렷한 두 번째 섹션, 동시대 시각이 더욱 드러나는 세 번째 섹션으로 구성됐다.그중 1층에 자리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 ‘민족해방운동사’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민중해방운동사’는 전국의 미술 집단, 대학 미술패가 모인 ‘민족민중미술운동 전국연합 건설준비위원회’가 1989년 3개월 동안 제작한 걸개그림으로 가로 77m의 초대형 작품이다. 동학농민운동부터 5·18민주화운동을 지나 1989년 통일운동까지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민중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던 장면들을 담았다. 서울, 광주,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전국 순회 전시를 가졌으나 한양대에서 경찰과 백골단에 압수 당한 뒤 소각돼 사라졌다. 이것을 G.MAP이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복원시킨 것이다. 4개 벽면에서 77m의 초대형 작품이 살아 움직이며 에너지가 극대화된다. 당시의 민중 염원과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도 하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오는 7월 15일까지 갖는다.2층에서 만나는 두 번째 섹션 전시는 ‘남아공의 피카소’로 불리는 윌리엄 켄트리지가 고국의 아파르트헤이트(유색인종 차별정책)를 러시아 소설로 은유하며 비판, 이같은 부조리함이 어디서든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시작된다. 또 양복을 입고 물물 속에서 걷는 인물을 통해 IMF시대 속 ‘숨 쉬기’ 조차 버겁고 무거운 걸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은유하는 이용백의 작품, 지금은 철거되고 사라졌으나 한때는 권력을 상징했던 국군기무사령부 건물을 이 건물 건축 도면을 바탕으로 3D 모델링하며 권력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문경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이념 대립으로 인해 민간인이 학살 당한 국군보도연맹이 일어난 광주·전남 지역의 숨겨진 학살지를 찾아나서는 권승찬의 작품, 기억되어야 할 4·3과 10·19, 5·18이 제거해야할 ‘독버섯’처럼 취급되는 사회적 이해관계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강수지·이하영의 작품은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보다 우리 시대 이야기를 전하는 세 번째 섹션 전시는 전시공간 자체를 광장처럼 꾸미기 위해 가벽을 최소화했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 절제해 더 많은 의미를 담고자 수화(手話)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장민승의 작품, 아르헨티나 노동운동에 쓰이는 구호를 외치는 연극배우들의 모습을 매우 느리게 만들어 이들이 짓는 찰나의 표정이나 포즈를 통해 한순간의 집회로 보았던 노동운동자들의 연대를 가만히 지켜보게 만드는 가브리엘라 골더의 작품은 여운을 남긴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기념해 ‘민족해방운동사’를 몰입형 미디어아트작품으로 복원했다.대만의 원시 신앙부터 네온사인 등 현대 문명까지를 포착하며 상이한 존재들이 대립하기 보다는 공존하고 있음을 전하는 처지엔취안의 작품, 40여 개의 서로 다른 국가의 말로 쓰인 ‘나’라는 글자가 결국엔 하나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통해 언어와 문화, 국경을 넘어 하나가 되고 있는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사하르 호마미의 작품은 우리의 오늘날을 마주할 수 있다.또 우크라이나 작가 올리아 페도로바는 러-우 전쟁으로 인한 상흔을 미처 수확하지 못한 아름다운 해바라기밭을 통해 대비적으로 보여준다. 중간의 짧고 수상한 움직임은 평범했던 풍경이 경계심을 일으키는 일상이 되어버렸음을 암시한다. 거센 강풍에 맞서 숨을 들이 쉬고 내뱉는 퍼포먼스를 담은 그의 또다른 작품은 이같은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며 그럼에도 맞서 하나의 주체로 끝까지 존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김허경 G.MAP센터장은 “이번 전시는 G.MAP의 첫 5·18 특별기획전으로 오월정신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보편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의 예술가 혹은 다른 나라의 예술가들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 이를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피며 오월정신을 예술적 관점에서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지난 7일 오픈해 오는 7월15일까지 펼쳐진다.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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