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등 불빛과 소금빵'
메이홀서 30일까지

평화롭던 80년 5월 광주를 핏빛으로 물들게 한 잔혹한 군부의 폭거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윤상원 열사와 그의 고향인 천동마을에서 아들의 평안 만을 빌던 그의 어머니를 기리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특히 광산구 천동마을에 마련된 윤상원 기념관에서 선보여지고 있는 미디어아트 작품까지 도심에서 볼 수 있어 눈길을 모은다.
박화연·임의진 2인전 '외등 불빛과 소금빵-천동마을 아카이빙'이 광주정신 메이홀 2층과 3층에서 지난 24일 오픈해 30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가 2년 동안 윤상원 열사의 고향이자 정겨운 시골동네인 천동마을을 오가며 짙어진 정을 바탕으로 한 따뜻한 헌정의 자리다. 천동마을은 더 힘없는 이들과 함께 하는 아들을 외등 불을 켜고 기다리던 어머니의 절절함이, 소금과 같은 삶을 산 청년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다. 두 작가는 이곳을 중심으로 군부독재에 항거하다 산화한 이들을 기린다.
이 자리에서 홍성담과 임의진, 박화연 3인이 함께한 총알나비는 첫 작품인 짧은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양민학살을 다룬 짧은 작품. 또 천동마을에 세워진 윤상원기념관에서 빌려온 박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 임 작가의 팝 아트에 가까운 목각화가 관람객을 만난다. 여기에 홍성담·전정호의 판화 서각, 홍순관의 글씨가 더해져 전시를 다채롭게 채운다.

임의진 작가는 "지난 2년 동안 윤상원 기념관 건립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개관에 힘을 보탯는데 생명평화 인권을 위해 애쓴 예술가들의 작품을 기념관에 구비하는 일에 매진해왔다"며 "또 박화연 작가와 함께 기념관 영상물을 공동 연출하기도 했는데 2년 동안 함께하며 천동마을에 든 정을 작품이란 형태로 나타낸 자리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작가 박화연은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전남대 미술대와 동대학원을 나왔다. 그동안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사북탄광 문제 등 역사 기록물 미디어 작품을 선보여왔으며 외면 하려는 민중현실과 시대 비극을 다뤘다.
임의진 작가는 전남 강진에서 출생해 한신선교신대원, 루터대 대학원 등에서 공부했다. 현재 NCCK 에큐메니칼 문화예술제 공동운영위원장·예술감독을 맡고 있으며 메이홀 관장으로 개인 작품활동과 함께 전시 기획을 펼쳐왔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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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예술과 5월 광주의 교차 지점 바라보다
강수지·이하영 작 ‘독버섯’광주의 5월은 ‘너무 견고해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은’ 사회를 ‘보잘 것 없는 줄 알았던’ 목소리가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이자 용기이다. 동시대 예술도 그렇다. ‘완전한 것들’로부터 틈을 발견하고 이를 이야기한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이하 G.MAP)은 이러한 예술의 저항정신, 참여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광주의 5월과 동시대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조명하며 오월정신이 동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임을 보여준다.이번 전시 ‘완전한 것들의 틈’은 G.MAP이 개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5·18민주화운동 특별전이다. 우리 지역 청년 작가팀부터 이란, 우크라이나 등 전쟁의 상흔을 안은 채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120년 서사시’라 볼 수 있는 첫 번째 섹션부터 역사성이 뚜렷한 두 번째 섹션, 동시대 시각이 더욱 드러나는 세 번째 섹션으로 구성됐다.그중 1층에 자리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 ‘민족해방운동사’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민중해방운동사’는 전국의 미술 집단, 대학 미술패가 모인 ‘민족민중미술운동 전국연합 건설준비위원회’가 1989년 3개월 동안 제작한 걸개그림으로 가로 77m의 초대형 작품이다. 동학농민운동부터 5·18민주화운동을 지나 1989년 통일운동까지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민중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던 장면들을 담았다. 서울, 광주,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전국 순회 전시를 가졌으나 한양대에서 경찰과 백골단에 압수 당한 뒤 소각돼 사라졌다. 이것을 G.MAP이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복원시킨 것이다. 4개 벽면에서 77m의 초대형 작품이 살아 움직이며 에너지가 극대화된다. 당시의 민중 염원과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도 하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오는 7월 15일까지 갖는다.2층에서 만나는 두 번째 섹션 전시는 ‘남아공의 피카소’로 불리는 윌리엄 켄트리지가 고국의 아파르트헤이트(유색인종 차별정책)를 러시아 소설로 은유하며 비판, 이같은 부조리함이 어디서든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시작된다. 또 양복을 입고 물물 속에서 걷는 인물을 통해 IMF시대 속 ‘숨 쉬기’ 조차 버겁고 무거운 걸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은유하는 이용백의 작품, 지금은 철거되고 사라졌으나 한때는 권력을 상징했던 국군기무사령부 건물을 이 건물 건축 도면을 바탕으로 3D 모델링하며 권력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문경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이념 대립으로 인해 민간인이 학살 당한 국군보도연맹이 일어난 광주·전남 지역의 숨겨진 학살지를 찾아나서는 권승찬의 작품, 기억되어야 할 4·3과 10·19, 5·18이 제거해야할 ‘독버섯’처럼 취급되는 사회적 이해관계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강수지·이하영의 작품은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보다 우리 시대 이야기를 전하는 세 번째 섹션 전시는 전시공간 자체를 광장처럼 꾸미기 위해 가벽을 최소화했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 절제해 더 많은 의미를 담고자 수화(手話)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장민승의 작품, 아르헨티나 노동운동에 쓰이는 구호를 외치는 연극배우들의 모습을 매우 느리게 만들어 이들이 짓는 찰나의 표정이나 포즈를 통해 한순간의 집회로 보았던 노동운동자들의 연대를 가만히 지켜보게 만드는 가브리엘라 골더의 작품은 여운을 남긴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기념해 ‘민족해방운동사’를 몰입형 미디어아트작품으로 복원했다.대만의 원시 신앙부터 네온사인 등 현대 문명까지를 포착하며 상이한 존재들이 대립하기 보다는 공존하고 있음을 전하는 처지엔취안의 작품, 40여 개의 서로 다른 국가의 말로 쓰인 ‘나’라는 글자가 결국엔 하나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통해 언어와 문화, 국경을 넘어 하나가 되고 있는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사하르 호마미의 작품은 우리의 오늘날을 마주할 수 있다.또 우크라이나 작가 올리아 페도로바는 러-우 전쟁으로 인한 상흔을 미처 수확하지 못한 아름다운 해바라기밭을 통해 대비적으로 보여준다. 중간의 짧고 수상한 움직임은 평범했던 풍경이 경계심을 일으키는 일상이 되어버렸음을 암시한다. 거센 강풍에 맞서 숨을 들이 쉬고 내뱉는 퍼포먼스를 담은 그의 또다른 작품은 이같은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며 그럼에도 맞서 하나의 주체로 끝까지 존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김허경 G.MAP센터장은 “이번 전시는 G.MAP의 첫 5·18 특별기획전으로 오월정신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보편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의 예술가 혹은 다른 나라의 예술가들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 이를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피며 오월정신을 예술적 관점에서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지난 7일 오픈해 오는 7월15일까지 펼쳐진다.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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