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로 서는 무용수의 발레 무대, 어떨까

입력 2024.06.19. 18:20 최소원 기자
[르포] 시립발레단 ‘단원안무전’ 연습 현장
내달 단원 안무전 앞두고
네 팀 나눠 연습에 구슬땀
참사부터 개인적 감정까지
4인 다양한 주제·개성 담겨
단원 기량 성장 무대 '의미'
참신함에 보는 즐거움도
하승수 단원의 '지나야 보이는 '헛' 후회' 무대를 연습하고 있다.

"무용수로서만 무대에 서다 안무가로서 서게 되니 새로운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해요."

지난 18일 오후 찾은 광주예술의전당 광주시립발레단의 발레 연습실.

노윤정 단원의 'New Birth' 무대를 연습하고 있다.

내달 5일과 6일 이틀간 진행되는 광주시립발레단 기획공연 '단원안무전'을 2주 앞두고 단원들이 한창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기존 클래식한 발레 안무에서 벗어나 신예 무용수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구성, 미래지향적 안무를 선보이는 이번 단원안무전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이는 기획공연이다. 발레단에서 무용수로 활동 중인 단원들 중 기량이 뛰어난 단원들이 직접 창작한 안무를 

공유민 단원의 '이어도사나' 무대를 연습하고 있다.

선보이는 무대로, 안무가로 선발된 단원들은 안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무대 연출, 조명, 의상 등 총괄해 제작함으로써 자신의 무대에 손이 안 닿는 곳이 없을 정도의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두 명의 무용수가 역량을 발휘한 데 이어 올해는 하승수, 공유민, 곽지오, 노윤정 네 명의 무용수가 무용수이자 안무가로서의 기량을 뽐내 더욱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A홀에서는 하승수 단원의 작품 '지나야 보이는 '헛' 후회' 연습이 진행됐다. 근래에 '후회'라는 감정을 강렬하게 느꼈다고 밝힌 그는 "관객들에게 후회와 미련을 발레의 우아한 몸짓으로 표현함으로써 하여금 공감을 이루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총 12명의 단원들과 함께 꾸리는 무대는 1장 '후회'와 2장 '미련'으로 구성됐다. 하 씨의 지휘를 따라 두 줄로 나란히 선 단원들은 손끝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우아한 몸짓을 통해 '후회'와 '미련'을 표현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포인트는 앙상블 군무. 학이 날개를 펼치는 듯한 대형으로 손과 발의 섬세함을 살린 안무에 시선이 집중된다.

곽지오 단원의 '10.29' 무대를 연습하고 있다. 

부족한 시간을 쪼개가며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는 하 씨는 "무엇보다도 12명의 단원들이 저를 믿고 따라와 준 것이 너무 감사하다"며 "뛰어난 팀워크로 열심히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라 같은 홀에서 곽지오 단원의 '10.29' 연습이 이어졌다. 이번 안무전에서 처음으로 안무가로서의 활동을 선보이는 곽 씨는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했던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무대를 구상했다. 꿈을 펼치지 못한 채 희생을 당한 청춘들을 추모하는 마음에 이번 작품을 기획했다는 그는 본인을 포함한 3명의 단원과 함께 무대를 채운다.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을 주 이야기로 선정해 아들의 어린 시절부터 학창 시절, 그리고 천국에서 영혼의 재회까지 한 명의 삶을 서정적인 몸짓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단원 안무전에 오르는 네 개의 무대 중 인원수는 가장 적지만, 세 무용수는 넓은 무대를 빈틈없이 채우는 안무를 선보였다. 이번 무대에서 조명해야 할 부분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성장과 재회, 그리고 어머니와 아들의 연을 잇는 듯한 소품이다.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에게 더 큰 감동을 전할 계획이다.

같은 시간 B홀에서는 공유민 단원의 '이어도사나' 연습이 진행됐다. 곽지오 단원과 마찬가지로 이번 단원안무전을 통해 안무가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처음으로 보여줄 공유민 무용수는 15명의 단원들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바다에서 운명을 달리 한 뱃사람들을 기리는 제주 민요 '이어도사나'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했다. 그의 안무는 꽃봉오리가 개화하는 것과 같은 우아한 동작으로 눈길을 끌었다. 주말에도 모여 연습을 한다고 밝힌 그는 안무가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이번 '단원안무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공 씨는 "최근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던 중 '이어도사나'라는 민요를 듣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라져도 '이어도'라는 섬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음을 얘기하는 곡이 마음에 와닿았다"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겪은 관객들이 이 무대를 통해 위로받고 치유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1층에 위치한 C홀에서는 가장 참여 인원이 많은 노윤정 단원의 무대 연습이 한창이었다. 'New Birth'라는 제목으로 올릴 이번 공연은 무용수들의 화려한 삶과 은퇴, 그리고 제2의 삶을 준비하는 모습을 주마등처럼 그려냈다. 그의 무대는 많은 단원 수만큼 눈을 즐겁게 하는 군무로 풍성하게 이뤄졌다. 특히 무용수들이 서로를 들어 올려 커다란 '산'을 만드는 고난도 포즈는 단원 개개인의 호흡이 하나로 뭉쳐야 해 연습을 거듭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코칭 한 마디에 뿔뿔이 흩어져있던 단원들은 금세 자리를 잡고 가뿐히 '산'을 만들어냈다.

그는 "무대를 통해 제2의 삶을 위해 비상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전해주고 싶다"며 "단원들과 소통과 협업을 통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총 연출을 맡은 박경숙 시립발레단 예술감독은 "그동안 관객들이 접했던 클래식·컨템퍼러리 발레가 아닌 신진 안무가들의 개성과 개개인의 역량을 볼 수 있는 참신한 무대가 연출될 예정이다. 특히 안무가의 머릿속에 있는 무형의 안무를 무용수를 통해 유형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며 "처음 보는 미래지향적인 안무와 광주시립발레단 단원들의 뛰어난 호흡을 많은 관객분들이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내달 5일 오후 7시30분과 이튿날 오후 3시 펼쳐지는 시립발레단 기획공연 발레살롱콘서트 Ⅱ '단원안무전'은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진행된다. 티켓은 전석 2만원이며, 예매는 광주예술의전당 누리집 등에서 가능하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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