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이우환·이중섭·박수근
RM 소장 화제 작가 박고석
장욱진·허백련·천경자·문신 등
30여 거장 대표작 한 자리에
"근현대 화단 망라 블록버스터"

최근 3년 동안 수많은 명작이 포함된 '이건희 컬렉션'이 국공립미술관에서 선보여지며 한국 근현대기 명작들이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미술 애호가부터 미술에 관심을 두지 않던 이들까지 주목하는 등 우리나라 화단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이 가운데 이건희 컬렉션을 능가하는 수준의 한국 미술 명작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광주에 마련됐다. 시립미술관이 미술관 소장품 뿐만 아니라 전국의 국공립 미술관과 한국 화단 명작을 다수 소유하고 있는 가나아트, 개인소장자 등과 긴밀히 협력해 5일부터 선보이는 '한국미술명작'전이 그것.

이번 전시는 짧지만 강렬한 전시명에서 알 수 있듯 한국 화단의 명작만을 엄선해 선보인다. 미술 경매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인 김환기, 이우환을 비롯해 미술애호가로 잘 알려진 RM이 선택한 박고석, 국민이 사랑하는 작가 이중섭, 박수근 등의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뿐만 아니라 배운성, 장욱진, 이응노, 유영국, 천경자, 허백련, 구본웅, 권옥연, 권진규, 김기창, 김은호, 문신, 문학진, 박노수, 박래현, 박생광, 변관식, 신학철, 양수아, 오윤, 오지호, 이대원, 이상범, 이성자, 이인성, 임직순, 전혁림, 최욱경, 하인두, 한묵 등 유명 작가의 주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크게 4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전근대·근대를 가로지르는 통찰을 보여주는 '상상의 공동체', 서구에서 유입된 형식과 내용을 받아들이는 한편 전통 미감을 이어가거나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아낸 '우아와 아름다움의 세계', 세계성의 가치에 다가간 '이성과 합리, 이상향', 공동체 속 개인 혹은 개인의 공동체 지향을 표현한 '정체성과 삶'이다.
특히 '상상의 공동체'에서 만날 수 있는 박고석 작가의 '설악 울산바위'는 그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명작으로 유족들이 보존하고 있던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대중에 선보이게 됐다.

'우아와 아름다움의 세계' 섹션에 배치된 허백련의 '하경산수'는 1920년대 금강산을 다녀온 작가가 그린 작품으로 시립미술관 소장품이나 그동안 자주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체성과 삶'에서는 서양의 기법과 형식을 빌려왔으나 조선의 마음을 담아냈다는 평의 배운성의 '가족도'를 만나 볼 수 있는데 이 작품 또한 보기 어려운 작품 중 하나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 관장은 "한국 근현대 명작을 망라한 자리로 시민에게 다가가는 블록버스터급 전시다"며 "보다 좋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지난 2010년 이후 없었던 유료전이 됐는데 이번 전시가 좋은 사례가 되어 앞으로 국내 명작 뿐만 아니라 해외 명작도 광주에서 선보일 수 있으리란 기대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15일까지 제3, 4전시실에서 진행되며 관람료는 성인 1만2천원, 청소년 8천원, 어린이 6천원이고 광주·전남 지역민은 20% 할인 혜택이 있다.
한편 이번 전시 작품은 가나문화재단,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창원시립 마산문신미술관, 진주시립 이성자미술관,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개인소장가 등으로부터 대여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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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예술과 5월 광주의 교차 지점 바라보다
강수지·이하영 작 ‘독버섯’광주의 5월은 ‘너무 견고해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은’ 사회를 ‘보잘 것 없는 줄 알았던’ 목소리가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이자 용기이다. 동시대 예술도 그렇다. ‘완전한 것들’로부터 틈을 발견하고 이를 이야기한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이하 G.MAP)은 이러한 예술의 저항정신, 참여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광주의 5월과 동시대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조명하며 오월정신이 동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임을 보여준다.이번 전시 ‘완전한 것들의 틈’은 G.MAP이 개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5·18민주화운동 특별전이다. 우리 지역 청년 작가팀부터 이란, 우크라이나 등 전쟁의 상흔을 안은 채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120년 서사시’라 볼 수 있는 첫 번째 섹션부터 역사성이 뚜렷한 두 번째 섹션, 동시대 시각이 더욱 드러나는 세 번째 섹션으로 구성됐다.그중 1층에 자리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 ‘민족해방운동사’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민중해방운동사’는 전국의 미술 집단, 대학 미술패가 모인 ‘민족민중미술운동 전국연합 건설준비위원회’가 1989년 3개월 동안 제작한 걸개그림으로 가로 77m의 초대형 작품이다. 동학농민운동부터 5·18민주화운동을 지나 1989년 통일운동까지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민중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던 장면들을 담았다. 서울, 광주,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전국 순회 전시를 가졌으나 한양대에서 경찰과 백골단에 압수 당한 뒤 소각돼 사라졌다. 이것을 G.MAP이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복원시킨 것이다. 4개 벽면에서 77m의 초대형 작품이 살아 움직이며 에너지가 극대화된다. 당시의 민중 염원과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도 하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오는 7월 15일까지 갖는다.2층에서 만나는 두 번째 섹션 전시는 ‘남아공의 피카소’로 불리는 윌리엄 켄트리지가 고국의 아파르트헤이트(유색인종 차별정책)를 러시아 소설로 은유하며 비판, 이같은 부조리함이 어디서든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시작된다. 또 양복을 입고 물물 속에서 걷는 인물을 통해 IMF시대 속 ‘숨 쉬기’ 조차 버겁고 무거운 걸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은유하는 이용백의 작품, 지금은 철거되고 사라졌으나 한때는 권력을 상징했던 국군기무사령부 건물을 이 건물 건축 도면을 바탕으로 3D 모델링하며 권력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문경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이념 대립으로 인해 민간인이 학살 당한 국군보도연맹이 일어난 광주·전남 지역의 숨겨진 학살지를 찾아나서는 권승찬의 작품, 기억되어야 할 4·3과 10·19, 5·18이 제거해야할 ‘독버섯’처럼 취급되는 사회적 이해관계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강수지·이하영의 작품은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보다 우리 시대 이야기를 전하는 세 번째 섹션 전시는 전시공간 자체를 광장처럼 꾸미기 위해 가벽을 최소화했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 절제해 더 많은 의미를 담고자 수화(手話)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장민승의 작품, 아르헨티나 노동운동에 쓰이는 구호를 외치는 연극배우들의 모습을 매우 느리게 만들어 이들이 짓는 찰나의 표정이나 포즈를 통해 한순간의 집회로 보았던 노동운동자들의 연대를 가만히 지켜보게 만드는 가브리엘라 골더의 작품은 여운을 남긴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기념해 ‘민족해방운동사’를 몰입형 미디어아트작품으로 복원했다.대만의 원시 신앙부터 네온사인 등 현대 문명까지를 포착하며 상이한 존재들이 대립하기 보다는 공존하고 있음을 전하는 처지엔취안의 작품, 40여 개의 서로 다른 국가의 말로 쓰인 ‘나’라는 글자가 결국엔 하나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통해 언어와 문화, 국경을 넘어 하나가 되고 있는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사하르 호마미의 작품은 우리의 오늘날을 마주할 수 있다.또 우크라이나 작가 올리아 페도로바는 러-우 전쟁으로 인한 상흔을 미처 수확하지 못한 아름다운 해바라기밭을 통해 대비적으로 보여준다. 중간의 짧고 수상한 움직임은 평범했던 풍경이 경계심을 일으키는 일상이 되어버렸음을 암시한다. 거센 강풍에 맞서 숨을 들이 쉬고 내뱉는 퍼포먼스를 담은 그의 또다른 작품은 이같은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며 그럼에도 맞서 하나의 주체로 끝까지 존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김허경 G.MAP센터장은 “이번 전시는 G.MAP의 첫 5·18 특별기획전으로 오월정신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보편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의 예술가 혹은 다른 나라의 예술가들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 이를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피며 오월정신을 예술적 관점에서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지난 7일 오픈해 오는 7월15일까지 펼쳐진다.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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