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샤오타오·한윤정 작품 선봬
듣고 보고 만지는 몰입형 작품
존재·환경 등 동시대 이슈 접근

관객 없이는 완결되지 않는 작품인 상호작용형(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작품. 주로 오감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관객들을 만나온 가운데 관객이 새롭게 다가오는 우리 시대를 작품과 소통하며 사유할 수 있는 실감콘텐츠가 선보여지고 있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이하 G.MAP)이 실감콘텐츠전 '너머의 세계'를 지난 10일 오픈해 오는 8월4일까지 제4전시실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몰입형 전시공간에서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실감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다. 장샤오타오와 한윤정은 전시를 통해 급격한 사회 변화 속 개인의 위기, 정신문화의 결핍, 환경 문제 등 삶에 기반한 시의성 있는 쟁점들을 미디어아트를 빌어 이야기한다.
장 샤오타오는 '사캬, Sakya'를 통해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한 오늘날의 영적 세계 붕괴를 서술한다. 단순히 종교적 접근이 아닌 인간은 어디로 나아가야하고 그 영혼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장 샤오타오는 고고학를 바탕으로 티켓 불교의 사캬 학파의 소재지인 사캬 수도원을 답사하고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서사를 담고 있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중심으로 예술세계, 영적 세계의 신비로움을 담았다.

한윤정은 공학자 김성륜과 협업한 인터랙티브 3D 애니메이션 작품 '플라스틱 풍경-이면의 세계'를 선보인다. 기후변화 데이터 예술 활동을 수년간 지속해온 그가 환경문제의 주요원인에 주목한 작품으로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3D플라스틱 사물들로 구성된 풍경에 세밀한 사운드 효과가 더해져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풍경은 디지털 시스템에서 사물을 구현하는 방식을 반대로 적용한 것으로 의도적으로 오류를 허용하거나 데이터를 지우는 등 공학적 시도가 담겼다. 이를 통해 예술적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는 '예측하지 못한 최적의 결과'를 얻는 것. 이같은 과정을 통해 과학기술의 이분법적 경계를 예술로 재구성하며 인간과 기술의 상호공존 방식을 탐색한다.
이경호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센터장은 "환경문제를 비롯한 현 시대의 위기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잠시나마 우리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G.MAP은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에 주목해 우리 시대를 돌아보고 진단하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G.MAP은 현재 기획초대전 '정정주-루미너스 시티'와 특별전 '헤테로포니: 10년의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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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예술과 5월 광주의 교차 지점 바라보다
강수지·이하영 작 ‘독버섯’광주의 5월은 ‘너무 견고해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은’ 사회를 ‘보잘 것 없는 줄 알았던’ 목소리가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이자 용기이다. 동시대 예술도 그렇다. ‘완전한 것들’로부터 틈을 발견하고 이를 이야기한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이하 G.MAP)은 이러한 예술의 저항정신, 참여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광주의 5월과 동시대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조명하며 오월정신이 동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임을 보여준다.이번 전시 ‘완전한 것들의 틈’은 G.MAP이 개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5·18민주화운동 특별전이다. 우리 지역 청년 작가팀부터 이란, 우크라이나 등 전쟁의 상흔을 안은 채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120년 서사시’라 볼 수 있는 첫 번째 섹션부터 역사성이 뚜렷한 두 번째 섹션, 동시대 시각이 더욱 드러나는 세 번째 섹션으로 구성됐다.그중 1층에 자리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 ‘민족해방운동사’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민중해방운동사’는 전국의 미술 집단, 대학 미술패가 모인 ‘민족민중미술운동 전국연합 건설준비위원회’가 1989년 3개월 동안 제작한 걸개그림으로 가로 77m의 초대형 작품이다. 동학농민운동부터 5·18민주화운동을 지나 1989년 통일운동까지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민중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던 장면들을 담았다. 서울, 광주,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전국 순회 전시를 가졌으나 한양대에서 경찰과 백골단에 압수 당한 뒤 소각돼 사라졌다. 이것을 G.MAP이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복원시킨 것이다. 4개 벽면에서 77m의 초대형 작품이 살아 움직이며 에너지가 극대화된다. 당시의 민중 염원과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도 하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오는 7월 15일까지 갖는다.2층에서 만나는 두 번째 섹션 전시는 ‘남아공의 피카소’로 불리는 윌리엄 켄트리지가 고국의 아파르트헤이트(유색인종 차별정책)를 러시아 소설로 은유하며 비판, 이같은 부조리함이 어디서든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시작된다. 또 양복을 입고 물물 속에서 걷는 인물을 통해 IMF시대 속 ‘숨 쉬기’ 조차 버겁고 무거운 걸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은유하는 이용백의 작품, 지금은 철거되고 사라졌으나 한때는 권력을 상징했던 국군기무사령부 건물을 이 건물 건축 도면을 바탕으로 3D 모델링하며 권력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문경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이념 대립으로 인해 민간인이 학살 당한 국군보도연맹이 일어난 광주·전남 지역의 숨겨진 학살지를 찾아나서는 권승찬의 작품, 기억되어야 할 4·3과 10·19, 5·18이 제거해야할 ‘독버섯’처럼 취급되는 사회적 이해관계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강수지·이하영의 작품은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보다 우리 시대 이야기를 전하는 세 번째 섹션 전시는 전시공간 자체를 광장처럼 꾸미기 위해 가벽을 최소화했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 절제해 더 많은 의미를 담고자 수화(手話)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장민승의 작품, 아르헨티나 노동운동에 쓰이는 구호를 외치는 연극배우들의 모습을 매우 느리게 만들어 이들이 짓는 찰나의 표정이나 포즈를 통해 한순간의 집회로 보았던 노동운동자들의 연대를 가만히 지켜보게 만드는 가브리엘라 골더의 작품은 여운을 남긴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기념해 ‘민족해방운동사’를 몰입형 미디어아트작품으로 복원했다.대만의 원시 신앙부터 네온사인 등 현대 문명까지를 포착하며 상이한 존재들이 대립하기 보다는 공존하고 있음을 전하는 처지엔취안의 작품, 40여 개의 서로 다른 국가의 말로 쓰인 ‘나’라는 글자가 결국엔 하나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통해 언어와 문화, 국경을 넘어 하나가 되고 있는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사하르 호마미의 작품은 우리의 오늘날을 마주할 수 있다.또 우크라이나 작가 올리아 페도로바는 러-우 전쟁으로 인한 상흔을 미처 수확하지 못한 아름다운 해바라기밭을 통해 대비적으로 보여준다. 중간의 짧고 수상한 움직임은 평범했던 풍경이 경계심을 일으키는 일상이 되어버렸음을 암시한다. 거센 강풍에 맞서 숨을 들이 쉬고 내뱉는 퍼포먼스를 담은 그의 또다른 작품은 이같은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며 그럼에도 맞서 하나의 주체로 끝까지 존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김허경 G.MAP센터장은 “이번 전시는 G.MAP의 첫 5·18 특별기획전으로 오월정신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보편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의 예술가 혹은 다른 나라의 예술가들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 이를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피며 오월정신을 예술적 관점에서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지난 7일 오픈해 오는 7월15일까지 펼쳐진다.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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