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형토기·토우장식 등 통해
1천600년전 장송의례 소개
경주 황남동 유물 처음 공개
사후 세계관 엿보는 계기로

삼국시대에는 다양한 동물이나 사물을 본떠 만든 상형토기(像形土器)나 아이가 장난스레 빚어놓은 것 같은 흙인형 토우(土偶)가 얹어진 토기들이 유행했다. 이 토기들은 무덤에서 많이 발견됐는데, 왜 그들은 죽은 이를 보내는 가장 슬프고 개인적인 공간에 이 토기들을 넣었을까?
국립나주박물관은 오는 7월 28일까지 2024년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던 특별전의 순회전시로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를 통해 고대의 장송의례를 소개하는 전시이다. 또 신라·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상형토기를 비롯해 경주 황남동 유적 등에서 출토된 토우장식 토기 등 240여점을 선보인다. 이중 경주 황남동 유적의 토우장식 토기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을 통해 처음 공개된 것으로 이번 국립나주박물관 순회전에서 두 번째로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2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1부는 '영원한 삶을 위한 선물, 상형토기'다. 상형토기는 사람,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든 토기로 술과 같은 액체를 담거나 따를 수 있어 제의용 그릇으로 여겨진다. 이번 전시에는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상서로움과 권위 등을 상징하는 다채로운 상형토기를 볼 수 있다. 죽은 이를 하늘로 이어주고 안내해 주는 동행자로서 새모양 토기와 상서로운 동물 모양 토기를 비롯해 머나먼 길에 '함께 동행'하는 말 모양 토기와 수레바퀴 모양 토기 그리고 사후세계에서도 편안한 쉼을 누릴 수 있는 집 모양 토기 등이 전시된다.

이를 통해 고대의 장송의례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사후에도 현세의 삶이 이어진다는 계세사상(繼世思想)을 이해할 수 있다.
2부는 '헤어짐의 이야기, 토우장식 토기'다.
토우장식 토기는 상형토기와 마찬가지로 무덤에 넣어진 제의용 그릇으로 이번 순회전시에서 중심이 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1926년 일제강점기 경주 황남동 유적에서 수습된 토우장식 토기가 다수 소개되며, 토우에 표현된 당시의 장송의례 모습과 일상생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지름 15cm 내외의 작은 토기 뚜껑에는 거대한 고대의 장송의례가 담겨 있다. 절하는 사람과 절 받는 사람, 춤을 추고 악기를 부는 사람, 남과 여를 묘사한 성적인 장면, 50종이나 되는 동물의 모습, 사람과 동물이 함께 열을 지어 행진하는 모습 등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장송의례 모습을 토기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경주 노동동유적에서 출토된 토우장식 항아리(국보)에는 개구리 뒷다리를 문 뱀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사이사이에 사람이 장식돼 있으며 이러한 모습이 다른 토우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여 당시 장송의례와 관련된 정형화된 내용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은 토우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전시의 이해를 돕도록 미디어를 접목시켜 전시했다. 또한, 디지털 점자 정보 검색과 촉각 체험물을 설치하여 누구나 전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의 이해를 도울 연계 교육프로그램인 '박물관 속 동물이야기', '큐레이터와의 대화'도 마련돼 있다.

국립나주박물관 토우전 포스터.
국립나주박물관 관계자는 "특성화 주제인 '영산강 유역 고대 고분문화'와 연결돼 있는 주제의 전시인 만큼 새롭게 개편한 상설전시실과 이번 순회전시를 함께 관람한다면 우리나라 고대 장송의례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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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남도 풍경 담아낸 4인 4색 화면 고화흠 작 '백안' 지난 2020년 10월 故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장하고 있는 수만 여점의 컬렉션이 국가와 국공립미술관에 기증되며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동서양의 이름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술 뿐만 아니라 기증 문화는 조명 받기 시작했고 점차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미술계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겼지만 기증 문화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부족하다. 여전히 기증자나 기증작품에 대한 예우는 부족하고 수장고로 들어간 작품은 언제 세상 밖으로 나올지 모르는 상태인 것들이 많다.이같은 분위기 속 전남도립미술관은 지난 2021년 기증전용관을 오픈, 기증작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1년마다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것으로 기증작품에 대한 재조명까지 이뤄지고 있다.올해는 남도의 풍경을 다양하게 표현한 4명의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를 열고 있다. 지난 7일 오픈한 2025 기증작품전 '바람 빛 물결'이다.양계남 작 '오월은 여름일레라'지난해 기증작품전 '시적추상'에 이어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전남 출신의 고화흠, 양계남, 윤재우, 천경자 네 작가의 작품 11점으로 꾸려졌다. 작품은 남도의 자연과 풍경을 주제로 한 것들로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해 표현, 네 작가의 각기 다른 작품 세계 속 남도를 확인할 수 있다.구례 출신의 고화흠의 작품은 '무제' '백안' 등이 관람객과 만난다. 고화흠은 부서지는 파도의 물결과 모래사장을 은백색으로 표현한 '백안' 시리즈 등으로 남도의 자연에서 시작해 서정적 추상 작품을 선보여온 인물로 남도 풍경에 대한 인상, 색채에 집중할 수 있다.보성 출신으로 전남권 최초 한국화 전공 여성 교수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양계남은 자수에서 모티브를 얻어 세필로 자연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독특한 준법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같은 그의 독특한 표현법을 계절과 함께 느낄 수 있는 '넉넉한 겨울' '오월은 여름일레라'가 선보여진다.윤재우 작 '추경'대상을 단순화한 대신 화려한 색채로 물들이며 새로운 시선을 담아내는 강진 출신의 윤재우의 작품은 '추경' '탐라철쭉'등이 전시장으로 나와 봄, 가을을 물들이는 아름다운 계절 색감을 선사한다.고흥 출신의 천경자는 전통 채색화를 기반으로 화려한 색채를 사용해 환상적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을 작업해왔다. 전시에서는 그가 고흥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항구에서 물고기를 가득 잡아온 만선을 보고 느낀 기쁨을 화려하게 표현한 '만선'을 비롯해 '화혼' 등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고향의 품으로 안긴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이번 전시는 지역 출신의 작가 작품을 통해 남도의 아름다움과 우리 지역 미술을 확인하는 자리로도 의미가 크지만 기증 작품을 함께 향유하며 기증의 의미를 조명하고 활성화하며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춘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전시가 이뤄지는 상설기증전시관 또한 이같은 맥락에서 운영, 도립미술관은 작품을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시를 기획해 다양한 관점에서 해당 작품들의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도립미술관은 현재 566점의 소장품 중 27.9%인 158점이 기증작품으로 이 중 120여점은 전남 지역 출신 작가의 작품으로 남도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고 연구하는 중요 컬렉션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작품기증은 단순히 작품을 많은 사람과 향유한다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사를 연구하는 주요 자원을 공유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천경자 작 '만선'이지호 도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가 작품의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림과 동시에 기증 문화의 활성화, 문화 자산의 사회적 환원 확산을 이루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또 관람하는 분들은 지역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하고 자연을 주제로 한 이 지역 작가들의 예술적 탐구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무료이며 내년 2월 9일까지 이어진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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