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많은이에 친숙한
'동구리' 연작 30여점 선봬
화사한 색·재치 있는 표현
누구나 즐겁게 감상 가능
광주서는 첫 개인전 '눈길'
봄이 성큼 찾아왔다. 한낮엔 겉옷을 벗어도 될 정도로 볕과 바람은 따스하다. 무등산 자락에도 봄이 찾아왔다. 전보다 많은 등산객들이 발걸음하고 가벼이 나들이 나온 이들도 눈에 띈다.
무등산 증심사 입구를 오랜 시간 지켜 온 미술관에도 어김 없이 봄이 찾아왔다. 봄처럼 화사한 작품들이 모처럼 2층 전시장까지를 가득 채웠다. 무등현대미술관이 지난달 20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권기수 초대전 '봄_무지개'가 그 주인공이다.
강렬한 색감과 섬세하고 재치 있는 표현, 귀여운 캐릭터가 어우러진 작품들이 봄을 선사한다. 해석을 덧붙이지 않아도 작품 자체로의 아름다움은 남녀노소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장에 방문해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작품 속 까만 선의 동그란 캐릭터는 어디서 많이 본 듯 익숙하다. 권기수의 '동구리' 시리즈다. 그가 이 시리즈를 선보인지도 올해로 스물두해째다. 미술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만나 봤을 법하다. 화려한 색감, 단순한 모양의 그의 시그니처는 팝아트 같기도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한국적 느낌을 풍긴다. 그도 그럴 것이 권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하고 오랜 시간 전통 회화의 다양한 변화를 보여 왔던 이다.
평론가 등 미술계 인사들은 그의 작품을 두고 '한국 현대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작가' '전통적 조선화의 영향 하에 성공적으로 새로운 한국화를 제시한다' '당대 한국의 현실과 문화를 잘 반영한 새로운 현대 한국화' '퇴색하는 한국화의 현실에 현대적 장식성의 미학을 성공적으로 표현한 작업'이라 평한다.
이번 전시는 그를 상징하는 '동구리' 시리즈와 최근 선보이고 있는 활달하고 힘찬 선과 파격적인 드로잉 작업 등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권기수가 처음으로 개인전을 통해 광주 관람객을 만나는 자리. 정송규 관장이 지역에 보다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과 작가를 선보이고자 외부 기획자에 전시 기획을 맡겨 지역 바깥의 유명 작가를 만나는 자리를 만들게 됐다. 기획은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과 문화역서울284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김노암 기획자가 맡았다.
반응도 전국적으로 뜨겁다. 최근에는 초대전 소식을 접한 대구 시민들이 미술관을 찾기도 했다고.
정송규 무등현대미술관 관장은 "광주에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 번쯤은 타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해주는 것도 지역에 새로움을 더하고 시민들에게도 전시 감상의 폭을 넓히는데 있어 좋겠다고 생각해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두 번째로 열게 된 전시다"며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많은 작품을 가져와 오랜만에 2층 전시장까지 채우게 된 만큼 많은 시민들이 이번 전시를 꼭 직접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봄날, 무등산 산책에 이어 전시 관람까지 한다면 더없이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26일까지이며 관람은 무료로 가능하다. 월요일은 휴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광주정신 확장하는 기지국됐기를" 첫번째 광주파빌리온을 기획한 안미희 감독. "광주정신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동시에 광주의 지역성을 보여주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무등' 밖엔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이보다 더 적절한 키워드는 없다고 봤죠."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광주관의 첫 감독으로 전시를 선보인 안미희 감독은 지난달 26일 이번 광주관의 주제로 '무등'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지난 1일 막을 내린 이번 광주관은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주제 아래 펼쳐졌다. 광주의 근간을 무등으로 보고 무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적, 공간적 개념을 넘어 펼쳐냈다. 무등산에서 온 무등을 안 감독은 평등이라 해석했다.그는 "무등이란 말이 말 그대로 '등급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나아가 '등급을 논할 수 없는 차원'의 경지를 뜻하는 것이 무등이라고 봤다"며 "사실 광주정신은 현 시대 전세계인들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인데 이것을 광주에만 한정해 바라보다 보니 확산이 어려웠던 것으로 봤다. 이러한 광주정신이 좀 더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랬고 이를 전시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안 감독은 광주정신의 확산, 미래지향성을 위해 전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신경 썼다.광주정신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무등'이란 키워드를 통해 은유함과 동시에 미래 세대인 오월 바깥 세대의 의식과 시각을 담아냈다. 80년 5월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작가 뿐만 아니라 기획자 등과 함께 하며 전시를 풀어나갔다. 젊은 세대와의 협업은 이 자체만으로도 광주파빌리온의 레거시가 될 것으로 기대케 한다.또 안 감독은 다양한 영역의 지역 인물들과 협업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무등'에 접근했다. '무등'에 대한 자료 등을 수집하는 실증적 접근으로부터 출발해 이것이 광주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기초조사를 연구 콜렉티브인 무등스꼴라와 함께 했으며,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기획자들과 함께 '무등'에 대한 해석 가능성과 광주 5월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극복하기 위한 자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집담회 '월간 무등'을 운영하기도 했다.지난 9월7일부터 12월1일까지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광주관 전시 전경.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타이틀로 열린 이번 전시는 첫 광주파빌리온이었다.이 과정에서 지역 언론인과의 협업도 이루어져 눈길을 끌었다. 홍보 등에 집중된, 관습적으로 행해져 온 언론과의 협업 양태를 떠나 언론 환경에서 가능한 '무등'에 대한 접근이 이뤄졌다.안 감독은 "현대미술은 동시대를 보여주는 것인데 미디어야말로 동시대 이슈를 다루는 영역이기에 이같은 방식을 진행하게 됐고 이번 전시에서 그 역할이 상당히 컸다"며 "사실 나에게도 생소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처음 기획을 할 때부터 미디어와의 협업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이렇게 탄생한 작품 '당신의 무등'은 '무등'을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시민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광주시민들에게 상징적인 단어로만 치부됐던 '무등'이란 키워드가 우리 삶 속에 얼마나 스며있는지를 살펴봤다. 이는 전시장의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었지만 무등일보 지면과 유튜브를 통해서도 시민과 교감, 무등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퍼뜨렸다. 광주 시민이 우리 주변에 광주 정신이 다양한 모습으로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 광주 정신이 '어려운 것' '나와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인지하게 했다.그는 이번 광주파빌리온이 광주정신이 퍼져나가는 하나의 '기지국'이 됐기를 바랐다.안 감독은 "광주 정신이 다양한 주파수로 확산되기를 원했고 그래서 다양한 세대, 주체와의 협업을 가졌다. 멀게만 느껴졌던 '광주정신'이라는 것이 사실은 우리 일상 속에 있는 것이고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가치임을, 이러한 것이 광주의 정체성임을 말하고 싶었다"며 "이와 동시에 이처럼 중요한 광주 정신이 전세계로 확산이 되어야하고 이것이야말로 동시대적인 실천이라고 말한 자리였다. 많은 시민과 광주파빌리온 관람객이 이처럼 느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안미희 감독은 지난 2005년부터 12년 동안 광주비엔날레 재단에서 전시팀장, 정책기획팀장으로 일하며 광주의 미술현장을 누볐다. 이후 한국국제교류재단 글로벌센터 사업부장을 거쳐 경기도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이번 광주파빌리온 기획은 공모를 통해 선정, 감독으로 참여하게 되며 이뤄졌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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