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작가전 두 번째 자리
'5월 광주' '유관순' 시리즈 등
조국 이슈·역사 작업 풀어가며
예술가로서 소명 펼쳐와 '눈길'

"귀화를 고민하는 재일작가들에게 '어디서 사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다'며 자신의 뿌리인 민족의 역사, 전통을 잘 알면서 자기 몫을 해야한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조국에서 이렇게 많은 작품을 출품해 개인전을 갖게 되다니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재일 작가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작업을 하는지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재일작가 김석출은 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갖게 된 소감을 27일 이같이 밝혔다.
이날 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의 두 번째 디아스포라작가전 '김석출-두드리는 기억'을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시립미술관에 2천600여점의 작품을 기증한 하정웅 선생의 컬렉션 성격에 따라 마련된 자리다. 하정웅 선생은 재일 한국인으로서 사업에 성공하자 일본 땅에서 현지의 핍박과 차별에도 자신의 뿌리를 지키며 작업하는 재일, 도일 한국 작가들을 돕기 위해 작품을 구입해왔고 그의 컬렉션은 자연스럽게 조국에 대한 그리움, 재일로서의 어려움 등이 담긴 작품으로 채워졌다.

이에 따라 시립미술관은 디아스포라 작가에 대한 조명을 지난해부터 디아스포라작가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번 디아스포라전은 오사카에서 작업을 펼치고 있는 재일한국인 김석출 작가를 조명한다. 그는 경북 군위 출신의 부모 아래 1949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징용공으로 탄광노동자로 일했고 작가의 가족들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이주와 해방, 조국의 분단, 재일로서의 가난과 차별, 가족 이산 등 재일디아스포라 역사를 온 몸으로 겪어낸 이들이다.
김석출은 10대 시절부터 그는 주로 민족과 재일 인권, 조국의 사회적 이슈 등 현실참여 경향의 작품을 작업해왔다. 재일디아스포라 역사를 겪어왔던 이로서 당연할 수도, 반대로 용감하기도 한 작업이다.
이번 전시는 이같은 그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자리다. 하정웅 선생이 기증한 컬렉션에 포함된 '5월 광주' 시리즈 34점을 포함해 '유관순' 연작 등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105점의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 100여점으로 꾸려졌다.

전시는 시대 흐름별로 구성된다. '재일디아스포라, 김석출의 생애' '미술에 입문과 재일의 인권' '광주의 기억' '되돌아보는 유관순' '과거와 현재를 잇다'로 구성해 10대 후반에서부터 그의 60여년 예술 세계를 펼쳐낸다.
그는 청년기 '서울의 하늘' 등 조국의 상황이 담긴 작품과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재일의 인권을 위해' 등 재일의 인권 등을 이야기한 작품을 주로 그렸다. 생계 문제로 작업 활동을 쉬다시피하던 그는 1980년 광주로부터 들려온 민주화운동 소식을 듣고 다시금 작업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이 때 완성된 작품들이 '5월 광주' 시리즈로 예술가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20여년 동안 이 시리즈에 매달렸다.
그는 "화가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 그림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고 학생들이 계엄군에게 맞아 죽어가는 모습, 철사로 손목을 묶여 연행당하는 모습을 매일 TV뉴스로 보았다"며 "나 자신이 일본에 사는 현실과 광주시민에 대한 애처로운 심정, 광주의 부조리한 현상에 대한 분노가 중첩됐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화가로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심정으로 다시 붓을 잡았다"고 회상했다.

비슷한 시기 그는 고려미술회를 창립해 이념을 떠나 재일작가라는 이유로 전시장을 구할 수 조차 없는 이들에게 작품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재일작가를 육성하는 데도 힘 썼다. 특정 단체의 지원 없이 회원 자력으로 단체를 18년 동안 운영하며 재일미술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등 고려미술회가 재일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2000년대 들어서는 '유관순' 연작 등 민족 역사를 기억하는 작업을 해나가는 한편 동화책 원화 등을 통해 재일 3세·4세 등 후대가 우리 민족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작품을 이어가고 조국의 통일과 화합을 기원하는 작품 등을 작업하고 있다.
아카이브 자료도 주목할만 하다. 그가 예술가로서, 한국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작업할 수 있도록 한 일본 신문 스크랩 자료들이다. 1980년 5월, 국내 언론통제 상황과는 달리 일본 언론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즉각적으로 보도했고 이를 현지 도서관을 통해 150여건을 수집, 그 중 주요 기사 50여건을 선별해 번역하고 전시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희랑 하정웅미술관장은 "김석출은 재일로서 삶과 작가로서의 삶이 녹록하지 않았지만 늘 시대의 불의와 부조리를 주시하고 예술가로서 역할을 인식하며 소명을 다해왔다"고 설명한다.
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일본 간사이 지역 재일미술을 대표하는 김석출의 60년 예술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전시로 특히 일본에 거주하면서도 20년 이상 5월 광주를 주제로 다뤘다는 점에서 광주에서의 전시가 더욱 의미 깊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5월 26일까지. 오픈식은 29일 오후 4시.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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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발레단과 함께한 시간은 인생의 행운"
박경숙 제7대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박경숙 제7대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광주시립무용단의 제2대(1996~2002) 단장을 거쳐 제7대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돌아와 지난 4년간 발레단을 이끌어온 박경숙 예술감독이 오는 16일 임기를 마친다. 2022년 취임 이후 연임하며 광주시립발레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컨템퍼러리 발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그를 만나 소회를 들었다.-임기를 마무리하는 심정은 어떤가.▲한마디로 '시원섭섭'하다.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나를 믿고 쉼 없이 달려와 준 단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2022년 1월부터 지금까지, 2년의 임기를 한 번 연임하며 보낸 시간은 내 인생에서도 무척이나 복된 시간이었다.-임기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성과를 꼽는다면.광주시립발레단 '디바인'▲광주시립발레단만의 '차별화된 레퍼토리 구축'이다. 같은 클래식 발레라도 광주시립발레단만의 독창적인 버전을 선보여 관람 욕구를 자극하려 노력했다. 특히 창작 컨템퍼러리 발레 '디바인(DIVINE)'은 큰 자부심이다. 2023년 초연 이후 제29회 한국발레협회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작품상 등을 석권했다. 클래식에 편중된 한국 발레 생태계에서 과감하게 컨템퍼러리 정기공연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한국 발레계의 쾌거'라는 평을 받았다.-광주시립발레단만의 정체성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판단하는가.▲서울 외 지역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시립발레단이라는 메리트가 크다. 특히 우리 단원들은 '메소드 연기'에 탁월하다. 무용은 몸짓으로 모든 걸 전달해야 하기에 연기력을 강조했는데,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 당시 서울 관객들이 배우 못지않은 표현력에 감탄할 정도였다. 클래식 무용수들이 단 몇 달 만에 컨템퍼러리 언어를 완벽히 소화해내는 열정 또한 우리만의 정체성이다.-1990년대 2대 단장 시절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광주시립발레단 기획공연 '단원 안무전'▲당시에는 안무, 지도, 기획, 홍보까지 혼자 도맡는 '카리스마형' 리더십이었다면, 지금은 행정적 분업이 잘 돼 있다. 다만 노동 환경의 변화로 리허설 시간이 부족해진 점은 예술감독으로서 안타깝다. 작품을 올릴 때 시간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단원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전달하고자 했던 가치는.▲테크닉과 연기력이 결합될 때 비로소 예술성이 완성된다는 점이다. 또한 리허설의 질은 공연의 질과 비례한다고 믿는다. 리허설 때 동작만 흉내 내는 '마킹'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연습에서 흐지부지하면 반드시 무대에서 실수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매일 최선을 다해 임했다.-실력을 기준으로 한 캐스팅 원칙을 고수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광주시립발레단 '코펠리아'▲캐스팅은 무용수들에게 생명과 같은 아주 예민한 문제다. 발표 몇 달 전부터 신인 기용과 기존 무용수의 조화를 수없이 고민한다. 하지만 결국 발레는 눈으로 실력이 증명되는 예술이기에 실력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단원들이 이를 믿고 잘 따라주었다.-관객층의 변화도 체감하는가.광주시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과거에는 무용수의 가족이나 전공생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취발러(취미 발레인)'를 포함한 탄탄한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최근 '호두까기 인형'은 2층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1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제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끝내 완성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 과제가 있다면.▲'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리고 싶었지만 높은 저작권료와 예산 문제, 무용수 부족 등으로 시도하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이다. 국립발레단 예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예산만 보완된다면 광주시립발레단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제도적 환경에 대해 제언하고 싶은 점은.광주시립발레단 '해적'▲발레단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조례가 아쉽다. 20~30대가 전성기인 무용수의 특성을 반영한 처우 개선과 성과 중심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실현되길 바란다.-마지막으로 시민들과 단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광주시립발레단 '지젤'▲광주에 이런 발레단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자부심이다. 특히 '디바인'은 광주 오월의 정신을 가장 숭고하게 표현한 무형 유산으로 남길 바란다. 2대와 7대 단장으로서 광주시립발레단과 함께한 것은 내 인생의 큰 행운이었다. 앞으로는 광주시립발레단의 열렬한 팬이 되어 뒤에서 조용히 서포트하겠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 다양한 이슈 펼치고 고민하는 공간으로
- · 고려 청자 미감 정수 상형청자를 만나다
- · "지역 미술계에 작은 보탬되길"
- · 이리도 아름다웠나···! 한국 거장의 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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