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매개로 보는 도시와 사회

입력 2024.02.23. 17:40 김혜진 기자
오버랩 온라인 예술프로젝트 위빙랩 '투명한 사회'
지역·역사성 기반 사회 이슈 발굴
2년 걸쳐 예술가·연구자와 탐구
리서치 바탕 가상 공간에 그대로
이곳서 VR공공예술프로젝트 진행
박선주 작 '무규정 공간 # 갇힌 시간, 흐르는 소리'

광주라는 도시와 함께 해온 역사적 공간이 시간너머로 사라지기 전, 이를 기록하고 예술을 매개로 해석한 결과물이 온라인에서 선보여지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독립큐레이터그룹 오버랩이 5·18민주화운동 사적22호이자 지금은 사용되고 있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옛 광주교도소를 2년에 걸쳐 탐구한 끝에 온라인 미디어 예술프로젝트로 탄생시켰다.

이 결과물은 오버랩의 웹플랫폼 위빙랩(weavinglab.net)에 지난해 연말부터 '투명한 사회(Transparent Society)'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이번 탐구는 오버랩의 도시·지역연구 일환으로 지난 2021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다. 지난 2021년엔 전남·일신방직 공장에 주목했다. 지역 예술가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 지역 밖의 예술가 등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수용소, 감독, 교도소'를 주제로 옛 광주교도소에서 출발해 현대사회의 권력과 통제에 대한 주제탐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감시와 통제에 최적화된 교도소란 공간배치를 경험하고 디지털 판옵티콘(panopticon·감시와 통제에 효과적인 원형 감옥) 시대 속 디지털 매체를 적극 활용해 가상의 공동체 공간을 설정했다. 이를 통해 이 시대의 권력과 통제, 감시와 처벌, 규율과 억압 등에 대해 사유할 수 있도록 한다.

2년에 걸쳐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예술가와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지난 2022년에는 지역예술가 김자이, 김현돈, 배수민, 최성욱과 인문사회과학 연구자 박경섭, 유경남, 정수남이 참여해 현장답사와 리서치를 시도하고 3D와 VR로 옛 광주교도소를 가상공간에 설정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대구, 부산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권해일, 김시흔, 박선주, 정서온, 정혜진×조말, 차유나가 광주 밖의 시선으로 VR공공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이의 시각과 사유의 폭을 넓힌다.

정혜진x조말 작 '사이 In Between'

2년 간의 연구와 실험은 VR공간에 총 10팀의 작품을 통해 선보이며 꼼꼼한 리서치를 통해 기록한 웹플랫폼도 함께 공개한다.

VR로 옛 광주교도소를 가상의 공간으로 구현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인 이곳을 360도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곳에 배치된 작품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또 웹플랫폼은 지난 2년간의 과정과 결과를 모아 참여작가들의 개별 작품을 소개하고 '동명동에서부터 문흥동으로 이어지는 옛 광주교도소의 역사'(유경남), '부지 개발 관련 계획과 상상'(박경섭), '공간에 대한 감정사회학적 독해'(정수남) 등 참여연구진의 글과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다. 또 옛 광주교도소의 이미지기록물과 프로젝트 진행과정, 참여작가와 연구진의 인터뷰도 함께 실어 이번 프로젝트와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한다.

김선영 오버랩 대표는 "위빙랩은 사회를 직조하는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들여다보고 더 나은 연결방식을 찾고자 조직한 프로젝트"라며 "도시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기반으로 여러 사회적 이슈를 발굴해 가시화하는 예술적 해석과 기록 작업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2년에 걸친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가 뿐만 아니라 연구자, 또 지역 밖의 예술가가 함께 해 관련 학계와 우리 지역에서만 공유되는 한계를 넘어 사유를 공유하고자 했으며 동시에 결과와 개념에서 예술적 확장을 실험하고자 했다"며 "인간중심적 사회에서 지나치게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권력과 통치의 관계를 드러내고 동시대적 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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