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역사성 기반 사회 이슈 발굴
2년 걸쳐 예술가·연구자와 탐구
리서치 바탕 가상 공간에 그대로
이곳서 VR공공예술프로젝트 진행
광주라는 도시와 함께 해온 역사적 공간이 시간너머로 사라지기 전, 이를 기록하고 예술을 매개로 해석한 결과물이 온라인에서 선보여지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독립큐레이터그룹 오버랩이 5·18민주화운동 사적22호이자 지금은 사용되고 있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옛 광주교도소를 2년에 걸쳐 탐구한 끝에 온라인 미디어 예술프로젝트로 탄생시켰다.
이 결과물은 오버랩의 웹플랫폼 위빙랩(weavinglab.net)에 지난해 연말부터 '투명한 사회(Transparent Society)'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이번 탐구는 오버랩의 도시·지역연구 일환으로 지난 2021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다. 지난 2021년엔 전남·일신방직 공장에 주목했다. 지역 예술가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 지역 밖의 예술가 등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수용소, 감독, 교도소'를 주제로 옛 광주교도소에서 출발해 현대사회의 권력과 통제에 대한 주제탐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감시와 통제에 최적화된 교도소란 공간배치를 경험하고 디지털 판옵티콘(panopticon·감시와 통제에 효과적인 원형 감옥) 시대 속 디지털 매체를 적극 활용해 가상의 공동체 공간을 설정했다. 이를 통해 이 시대의 권력과 통제, 감시와 처벌, 규율과 억압 등에 대해 사유할 수 있도록 한다.
2년에 걸쳐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예술가와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지난 2022년에는 지역예술가 김자이, 김현돈, 배수민, 최성욱과 인문사회과학 연구자 박경섭, 유경남, 정수남이 참여해 현장답사와 리서치를 시도하고 3D와 VR로 옛 광주교도소를 가상공간에 설정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대구, 부산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권해일, 김시흔, 박선주, 정서온, 정혜진×조말, 차유나가 광주 밖의 시선으로 VR공공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이의 시각과 사유의 폭을 넓힌다.
2년 간의 연구와 실험은 VR공간에 총 10팀의 작품을 통해 선보이며 꼼꼼한 리서치를 통해 기록한 웹플랫폼도 함께 공개한다.
VR로 옛 광주교도소를 가상의 공간으로 구현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인 이곳을 360도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곳에 배치된 작품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또 웹플랫폼은 지난 2년간의 과정과 결과를 모아 참여작가들의 개별 작품을 소개하고 '동명동에서부터 문흥동으로 이어지는 옛 광주교도소의 역사'(유경남), '부지 개발 관련 계획과 상상'(박경섭), '공간에 대한 감정사회학적 독해'(정수남) 등 참여연구진의 글과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다. 또 옛 광주교도소의 이미지기록물과 프로젝트 진행과정, 참여작가와 연구진의 인터뷰도 함께 실어 이번 프로젝트와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한다.
김선영 오버랩 대표는 "위빙랩은 사회를 직조하는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들여다보고 더 나은 연결방식을 찾고자 조직한 프로젝트"라며 "도시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기반으로 여러 사회적 이슈를 발굴해 가시화하는 예술적 해석과 기록 작업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2년에 걸친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가 뿐만 아니라 연구자, 또 지역 밖의 예술가가 함께 해 관련 학계와 우리 지역에서만 공유되는 한계를 넘어 사유를 공유하고자 했으며 동시에 결과와 개념에서 예술적 확장을 실험하고자 했다"며 "인간중심적 사회에서 지나치게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권력과 통치의 관계를 드러내고 동시대적 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광주정신 확장하는 기지국됐기를" 첫번째 광주파빌리온을 기획한 안미희 감독. "광주정신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동시에 광주의 지역성을 보여주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무등' 밖엔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이보다 더 적절한 키워드는 없다고 봤죠."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광주관의 첫 감독으로 전시를 선보인 안미희 감독은 지난달 26일 이번 광주관의 주제로 '무등'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지난 1일 막을 내린 이번 광주관은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주제 아래 펼쳐졌다. 광주의 근간을 무등으로 보고 무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적, 공간적 개념을 넘어 펼쳐냈다. 무등산에서 온 무등을 안 감독은 평등이라 해석했다.그는 "무등이란 말이 말 그대로 '등급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나아가 '등급을 논할 수 없는 차원'의 경지를 뜻하는 것이 무등이라고 봤다"며 "사실 광주정신은 현 시대 전세계인들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인데 이것을 광주에만 한정해 바라보다 보니 확산이 어려웠던 것으로 봤다. 이러한 광주정신이 좀 더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랬고 이를 전시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안 감독은 광주정신의 확산, 미래지향성을 위해 전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신경 썼다.광주정신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무등'이란 키워드를 통해 은유함과 동시에 미래 세대인 오월 바깥 세대의 의식과 시각을 담아냈다. 80년 5월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작가 뿐만 아니라 기획자 등과 함께 하며 전시를 풀어나갔다. 젊은 세대와의 협업은 이 자체만으로도 광주파빌리온의 레거시가 될 것으로 기대케 한다.또 안 감독은 다양한 영역의 지역 인물들과 협업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무등'에 접근했다. '무등'에 대한 자료 등을 수집하는 실증적 접근으로부터 출발해 이것이 광주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기초조사를 연구 콜렉티브인 무등스꼴라와 함께 했으며,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기획자들과 함께 '무등'에 대한 해석 가능성과 광주 5월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극복하기 위한 자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집담회 '월간 무등'을 운영하기도 했다.지난 9월7일부터 12월1일까지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광주관 전시 전경.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타이틀로 열린 이번 전시는 첫 광주파빌리온이었다.이 과정에서 지역 언론인과의 협업도 이루어져 눈길을 끌었다. 홍보 등에 집중된, 관습적으로 행해져 온 언론과의 협업 양태를 떠나 언론 환경에서 가능한 '무등'에 대한 접근이 이뤄졌다.안 감독은 "현대미술은 동시대를 보여주는 것인데 미디어야말로 동시대 이슈를 다루는 영역이기에 이같은 방식을 진행하게 됐고 이번 전시에서 그 역할이 상당히 컸다"며 "사실 나에게도 생소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처음 기획을 할 때부터 미디어와의 협업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이렇게 탄생한 작품 '당신의 무등'은 '무등'을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시민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광주시민들에게 상징적인 단어로만 치부됐던 '무등'이란 키워드가 우리 삶 속에 얼마나 스며있는지를 살펴봤다. 이는 전시장의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었지만 무등일보 지면과 유튜브를 통해서도 시민과 교감, 무등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퍼뜨렸다. 광주 시민이 우리 주변에 광주 정신이 다양한 모습으로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 광주 정신이 '어려운 것' '나와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인지하게 했다.그는 이번 광주파빌리온이 광주정신이 퍼져나가는 하나의 '기지국'이 됐기를 바랐다.안 감독은 "광주 정신이 다양한 주파수로 확산되기를 원했고 그래서 다양한 세대, 주체와의 협업을 가졌다. 멀게만 느껴졌던 '광주정신'이라는 것이 사실은 우리 일상 속에 있는 것이고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가치임을, 이러한 것이 광주의 정체성임을 말하고 싶었다"며 "이와 동시에 이처럼 중요한 광주 정신이 전세계로 확산이 되어야하고 이것이야말로 동시대적인 실천이라고 말한 자리였다. 많은 시민과 광주파빌리온 관람객이 이처럼 느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안미희 감독은 지난 2005년부터 12년 동안 광주비엔날레 재단에서 전시팀장, 정책기획팀장으로 일하며 광주의 미술현장을 누볐다. 이후 한국국제교류재단 글로벌센터 사업부장을 거쳐 경기도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이번 광주파빌리온 기획은 공모를 통해 선정, 감독으로 참여하게 되며 이뤄졌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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