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눈길'
시민 일상 공간서 명작 감상토록
지역 출신 김환기·오지호·천경자
이중섭·이우환·서세옥·이응노 등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 화가'하면 으레 생각나는 것이 힘찬 몸짓의 황소를 그리는 한편,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이중섭이다. 이렇듯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를 가득 채운 거장들의 작품이 시민 일상 공간으로 찾아들었다. 거장들의 명작들이라서일까. 시민 발걸음은 이 작품들에게로 홀리듯 축적되고 있다.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시립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한국미술의 거장들'이 그 자리다.
이번 특별전은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신세계의 협력 아래 이뤄졌다. 전국 최초의 공립미술관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광주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소장품의 의미와 그 우수성을 선보이고 시민이 자신의 일상 공간에서 보다 미술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 이번 전시 작품들은 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교과서에나 볼 법한 거장 9인의 작품 20여점이 걸렸다. 모두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온 이들이다. 김환기·오지호·천경자·이우환·서세옥·이응노·박서보·하종현·이중섭.
미술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고 있는 김환기의 작품과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의 선구자 오지호의 대표작들, 환상적이고 짙은 채색으로 한국화의 스펙트럼을 넓힌 천경자의 회화작품과 드로잉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세 사람은 지역 출신 작가로 의미를 더한다.
한국 수묵추상의 길을 연 서세옥과 이응노의 비슷한 듯 다른 작품과 현재 경매 시장에서 블루칩으로 통하고 있는 이우환·박서보·하종현의 단색화 작품은 신비로움을 더한다. 국민 누구나 아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비운의 화가 이중섭의 작품으로는 아이들을 향한 그리움을 은박에 그린 은지화와 엽서화가 관람객들을 만난다.
여기에 이중섭과 함께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하나로 꼽히는 박수근의 작품도 갤러리 한 켠 아트숍에서 만날 수 있다. 박수근의 작품은 광주신세계갤러리가 박수근 연구소에서 대여해 온 작품으로 전시에 풍성함을 더한다.
이들의 명성은 시민을 매혹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 16일 찾은 광주신세계갤러리에는 평일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의 관람객들이 작품들을 꼼꼼히 뜯어 살피고 있었다.
이날 갤러리를 찾은 정윤희(47·여)씨는 "백화점에 들렸다가 1층에서 우연히 익숙한 이름들이 써진 전시 포스터를 보고 전시를 보게 됐는데 말로만 들었던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참 좋다"며 "미술관에서 전시를 한다고 해도 선뜻 방문하기가 쉽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부담 없이 가까이서 볼 수 있으니 좋고 우리 지역 시립미술관에 이런 유명한 작품들이 많다니 더욱 관심이 생기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백지홍 광주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는 "사전에 홍보가 많이 이뤄진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픈한 지 이틀도 채 되지 않아 평소에 비해 1.5배 정도 방문객이 늘었음을 체감하고 있다"며 "또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는 시간이 다른 전시에 비해 매우 길어져 원화에 대한 관심이 많음을 느끼고 있다. 주말에는 방문객이 2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오픈한 이번 전시는 내달 4일까지 열린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눈부신 남도 풍경 담아낸 4인 4색 화면 고화흠 작 '백안' 지난 2020년 10월 故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장하고 있는 수만 여점의 컬렉션이 국가와 국공립미술관에 기증되며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동서양의 이름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술 뿐만 아니라 기증 문화는 조명 받기 시작했고 점차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미술계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겼지만 기증 문화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부족하다. 여전히 기증자나 기증작품에 대한 예우는 부족하고 수장고로 들어간 작품은 언제 세상 밖으로 나올지 모르는 상태인 것들이 많다.이같은 분위기 속 전남도립미술관은 지난 2021년 기증전용관을 오픈, 기증작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1년마다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것으로 기증작품에 대한 재조명까지 이뤄지고 있다.올해는 남도의 풍경을 다양하게 표현한 4명의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를 열고 있다. 지난 7일 오픈한 2025 기증작품전 '바람 빛 물결'이다.양계남 작 '오월은 여름일레라'지난해 기증작품전 '시적추상'에 이어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전남 출신의 고화흠, 양계남, 윤재우, 천경자 네 작가의 작품 11점으로 꾸려졌다. 작품은 남도의 자연과 풍경을 주제로 한 것들로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해 표현, 네 작가의 각기 다른 작품 세계 속 남도를 확인할 수 있다.구례 출신의 고화흠의 작품은 '무제' '백안' 등이 관람객과 만난다. 고화흠은 부서지는 파도의 물결과 모래사장을 은백색으로 표현한 '백안' 시리즈 등으로 남도의 자연에서 시작해 서정적 추상 작품을 선보여온 인물로 남도 풍경에 대한 인상, 색채에 집중할 수 있다.보성 출신으로 전남권 최초 한국화 전공 여성 교수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양계남은 자수에서 모티브를 얻어 세필로 자연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독특한 준법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같은 그의 독특한 표현법을 계절과 함께 느낄 수 있는 '넉넉한 겨울' '오월은 여름일레라'가 선보여진다.윤재우 작 '추경'대상을 단순화한 대신 화려한 색채로 물들이며 새로운 시선을 담아내는 강진 출신의 윤재우의 작품은 '추경' '탐라철쭉'등이 전시장으로 나와 봄, 가을을 물들이는 아름다운 계절 색감을 선사한다.고흥 출신의 천경자는 전통 채색화를 기반으로 화려한 색채를 사용해 환상적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을 작업해왔다. 전시에서는 그가 고흥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항구에서 물고기를 가득 잡아온 만선을 보고 느낀 기쁨을 화려하게 표현한 '만선'을 비롯해 '화혼' 등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고향의 품으로 안긴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이번 전시는 지역 출신의 작가 작품을 통해 남도의 아름다움과 우리 지역 미술을 확인하는 자리로도 의미가 크지만 기증 작품을 함께 향유하며 기증의 의미를 조명하고 활성화하며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춘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전시가 이뤄지는 상설기증전시관 또한 이같은 맥락에서 운영, 도립미술관은 작품을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시를 기획해 다양한 관점에서 해당 작품들의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도립미술관은 현재 566점의 소장품 중 27.9%인 158점이 기증작품으로 이 중 120여점은 전남 지역 출신 작가의 작품으로 남도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고 연구하는 중요 컬렉션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작품기증은 단순히 작품을 많은 사람과 향유한다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사를 연구하는 주요 자원을 공유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천경자 작 '만선'이지호 도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가 작품의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림과 동시에 기증 문화의 활성화, 문화 자산의 사회적 환원 확산을 이루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또 관람하는 분들은 지역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하고 자연을 주제로 한 이 지역 작가들의 예술적 탐구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무료이며 내년 2월 9일까지 이어진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 · 버려진 모발로 산수화... 미용기능장 김다현 광주 첫 개인전
- · 푸름, 그리고 치유의 힘
- · 2025년 액운 '대보름굿'으로 날려버리자
- · 새 지휘자 이병욱과 함께하는 차이콥스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