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도상으로 한 다양한 작품
동서양·시대·생애 전반서 탐색
'첫 반출' 해남 대흥사 문화재
루이14세 직물 장식 등 '눈길'
꽃 작품을 이렇게 다양하게 본 적이 있을까. 작품들은 화려하고 황홀하다. 어떤 것은 소박하고 담백하기도 하고 진솔하게까지 느껴진다. '꽃'하면 정물화를 가장 먼저 떠올렸을 당신에게 낭만을 선사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도립미술관이 꽃을 통해 인류가 낭만을 찾아온 시간들을 여행해본다. 20일부터 시작하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기념전 '영원, 낭만, 꽃'이 그러한 자리다.
전시는 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인류가 전 생애를 꽃과 함께 했음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꽃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려했는지, 성취하려했는지를 읽어낼 수 있다.
테마는 총 5개. 죽음 이후의 삶을 꿈꾸는 등 영원한 삶을 염원했던 먼 과거의 이야기로 시작해 꽃이라는 도상이 구체적으로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꽃에 어떤 염원을 담아왔는지, 현대에 와서 꽃은 어떻게 구현되고 있고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풀어나간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국보급 문화재들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해남 대흥사의 '십일면천수관음보살도'와 '준제관음보살도'다. 이 작품들은 대흥사 성보박물관 개관 이래 처음 외부 반출됐다. 초의선사의 작품으로 알려졌는데 전남 미술의 역사의 시작이나 마찬가지인 작품. 함께 전시되는 도자기 역시 서울시유형문화재 등으로 꽃 문양이 인상적이다.
이야기는 친숙한 작품들로 이어진다. 우리 실생활에서 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볼 수 있는 테마로 아이가 신는 꽃신, 복을 불러들이는 귀주머니, 모란도, 화조도 병풍 등 민속품이다.
프랑스로부터 날아온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가구, 장식 예술박물관인 프랑스 국립기관인 모빌리에 나시오날의 소장품이다. 루이 14세 왕좌 뒤에 걸린 태피스트리(직물 장식) '사계' 시리즈 중 '봄'이 한국을 찾았다. 클로드 모네 원작의 '수련' 작품 태피스트리 등이 함께 관객들을 만나며 도립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소장품 중 천경자의 '화혼'과 연등을 가까이서 보는 듯 세필로 예민하게 그려낸 김홍주의 작업도 인상적이다.
다음 테마는 시각적 황홀함을 선사한다. 공간 하나를 모두 차지한 이 작품은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영상작이다.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이 작품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구성된 것으로 한없이 다가오는 꽃은 꽃밭에 누워 꽃비를 맞는 기분을 선사한다. 최신, 고사양 기술을 통해 영상을 구현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음 공간서는 현대미술은 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작품에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보여준다. 김상돈의 '불광동 토템'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놓여 색까지 바래버린 플라스틱 의자를 꽃을 포함한 다양한 도상을 통해 '토템화'한다. 그저 아름답고 연약해보이는 정희승의 '장미는 장미가 장미인 것'은 고정된 시선으로 피고 지는 장미를 포착하며 상징이나 의미를 걷어내고 장미 그대로를 담아낸다. 술과 마약, 외설 논란을 몰고 다녔던 젊은 미국의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 '꽃' 시리즈는 에이즈로 요절하기 몇 해전부터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그의 행적과 대비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박기원은 동, 신주 등을 소재로 만든 가상의 낙엽을 만들어 바닥에 뿌려놓은 '대화'는 작품을 직접 밟아볼 수 있도록 해 청각적 즐거움을 준다. 강종열, 김종학, 한운성, 손봉채 등도 '꽃'이란 같은 소재를 통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한다.
21일엔 연계 세미나도 진행된다. 아르노 드니 모빌리에 나시오날 컬렉션 담당자로부터 루이14세부터의 왕실 제작소에 대한 설명, 모빌리에 나시오날의 역할과 컬렉션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전시는 11월5일까지. 관람료는 5천원.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근현대 건축물서 읽는 우리 삶의 변화 개항 이후 일제 강점기 서양식 근대건축물. 전재홍 작 시간이 흐르며 변화한 사회, 문화, 산업구조에 따라 우리의 삶 또한 많은 부분이 변화했다. 특히 주거, 노동의 공간인 다양한 건축물은 한 시대의 요구와 흐름을 반영한다. 이처럼 시대에 따른 건축물의 변화를 근현대기를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이강현, 이하 ACC)이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 '사진작가가 바라본 근현대 건축 풍경'을 20일부터 9월20일까지 ACC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진행한다.한국전쟁 이후 현대화·도시화로 생겨난 판잣집과 같은 공동주택. 김기찬 작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근현대 건축의 변화 과정을 통해 우리 삶의 단면을 들여다본다. 앞서 ACC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사진가'를 주제로 사진 작품을 수집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이번 전시에서는 아시아문화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중 근현대 건축을 담은 전재홍, 김기찬, 이정록, 조춘만 사진작가의 작품을 선별해 선보인다.새마을운동으로 초가집·한옥집은 새마을주택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화했다. 이정록 작우리나라 근현대 건축은 사회·문화와 산업구조의 영향을 받아 변해왔는데 개항 이후 일제 강점기에는 서양식 근대건축물이, 광복 후 한국전쟁 이후에는 현대화와 도시화로 인한 판잣집과 같은 공동주택이 생겨났다. 새마을운동으로 인해 농촌 생활 개선으로 초가집이나 한옥집이 새마을주택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화했으며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계획으로 산업구조가 점차 농업에서 중공업으로 변화함에 따라 대규모 산업단지도 조성됐다.국가 주도 경제개발 계획으로 산업구조가 농업에서 중공업으로 변화함에 따라 조성된 대규모 산업단지. 조춘만 작이번 전시는 이같은 시대별 특징과 그 흐름을 담아낸다.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장은 "네 명의 작가 사진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 건축의 변화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 안에 담긴 시대 사회상과 우리 삶의 흔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전시 작품은 아시아문화박물관 아카이브 누리집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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