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물건으로 만든 현악기, 앙상블 선사한다

입력 2022.07.11. 15:01 김혜진 기자
유니크첼로 콰르텟 창단콘서트 15일 광산문예회관
농약분무기 몸통·연습용 악기 결합
리사이클링 첼로 연주 사중주단
시행착오 거쳐 제작부터 연습까지
친숙한 곡 통해 이들만의 소리 선사
멸종위기종 주제 피아노곡도 선봬
농약분무기 몸체와 연습용 첼로를 결합해 만든 업사이클링 첼로 '유니크 첼로'.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해 다시 쓰임을 얻게 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버려진 페트병이 지갑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더이상 쓸 수 없는 방화복이 가방으로 변화하며 우리 일상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는 문화다. 업사이클링은 예술계에서도 뜨거운 이슈다. 환경을 주제로 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행위인만큼 미술부터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지역서 업사이클링 악기 연주단이 창단돼 눈길을 모은다. 특히 북이나 드럼 등 타악기에 집중됐던 업사이클링 악기가 현악기로 가능성을 확장해 의미를 더한다.

유니크 첼로 콰르텟 창단콘서트가 15일 오후 7시30분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유니크첼로 콰르텟은 환경보호 메시지에 공감한 지역 첼리스트들로 꾸려졌다. (왼쪽부터) 첼리스트 박효은, 김성복, 김가영, 정아름.

이번 콘서트는 '유니크 첼로'라 명명한 업사이클링 첼로를 연주하는 사중주단이 시작을 알리는 무대다. 이들은 업사이클링 악기를 통해 환경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음악으로 일깨우고 표현하기 위해 창단됐다. 시작은 지역서 활발한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승규 작곡가가 올해 초, 파라과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랜드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알게 되면서 부터다. 이 작곡가는 평소 피아노 내부에 쓰레기를 넣고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연주회를 열어오기도 했다.

이번 콰르텟의 총괄과 작곡을 맡은 이승규 작곡가는 "우연히 파라과이의 랜드 필을 알게 됐는데 이들은 쓰레기 매립지 위에 세워진 빈민촌 아이들로 이뤄진 오케스트라로 버려진 쓰레기를 활용해 만든 악기를 사용한다"며 "이런 연주단을 만든다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시작은 명쾌했지만 연주단 창단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악기 중 가장 예민하다는 현악기를 업사이클링 악기로 만든다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이 작곡가는 환경 문제를 주제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주홍 작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주 작가는 정크아트를 하고 있는 고근호 작가를 소개했고 3월, 세 사람은 의기투합해 업사이클링 첼로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된다.

세 사람은 3개월 동안 매일매일 업사이클링 악기 만들기에 몰두했다. 클래식 악기 제작자 뿐만 아니라 첼로 연주자들을 만나며 악기를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조언을 얻었다. 시제품을 만들고나서는 연주자가 직접 연주해 본 후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과정을 수차례 거쳤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한 대의 첼로를 완성한 후 이 설계를 토대로 세 대의 첼로를 더 제작했다.

이 작곡가는 "초기 계획했던 것은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한 대, 첼로 한 대로 이뤄진 사중주단이었으나 악기를 만들어보니 악기 크기가 작을 수록 울림이 적어 계획을 수정하는 등 정말 어렵게 만들었다"며 "악기를 만드는 과정서 나는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면 고근호, 주홍 작가는 심미적인 것까지 신경써줘 정말 고마웠고 고생을 너무 많이해 미안함도 크다. 두 작가가 없었다면 업사이클링 첼로가 탄생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고 회상했다.

사중주단을 구성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활동 중인 첼로 연주자들이 정식 악기가 아닌 업사이클링 악기를 연주해야하기 때문. 이 작곡가는 평소 함께 공연을 펼쳐온 첼리스트 박효은에게 조심스레 제안을 건넸다.

그는 "다행히도 박효은 연주자가 이런 뜻에 공감하고 동참하면서 그의 친구와 후배들이 참여하게 됐다"며 "네 사람 또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크고 환경보호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첼로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지만 유니크 첼로 연주는 쉽지 않다. 같은 설계로 만들었지만 첼로 네 대 모두 소리가 달라 앙상블을 이루기가 쉽지 않고 현이 빡빡해 힘이 필요하다. 또 스테인리스 농약분무통과 연습용 첼로를 연결하면서 나무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볼트와 너트를 꽉 조일 수 없어 연습마다 풀리는 볼트를 드릴로 일정 정도 조이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매 연습마다 조율 또한 필수다.

이같은 시행착오를 거쳐 창단하는 유니크 첼로 콰르텟은 이날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음악과 더불어 실험적 무대를 꾸릴 예정이다. 또 연주단을 총괄 기획한 이승규 작곡가가 멸종위기종을 주제로 한 '잃어버린 동물의 사육제'를 선사한다. '백두산 호랑이' '수달' 등으로 이뤄진 이 곡의 마지막은 '인간'으로 이 작곡가가 인근 해수욕장에서 주운 생활 쓰레기를 피아노 내부에 넣어 연주하며 인간으로 인해 변해버린 환경을 이야기한다.

이승규 작곡가는 "기업의 ESG 콘텐츠에 대해 다양한 캠페인을 제안할 수 있는 협업 파트너로서 기업과 관객 사이 중간자적 역할을 하는 팀이 되려한다"며 "이번 공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공연 참여는 광산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료는 1만원.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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