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8천시간...“봉사는 내 일상이었다”

입력 2026.04.30. 09:31 박소영 기자
아름다운 가게 광주역점 봉사자 강영희씨
광주역점서만 20년 활동
주 5일 매장 찾던 ‘활동천사’
올해 3월 ‘활동 졸업’ 마무리
“봉사는 결국 나를 위한 시간”
23년간 광주 지역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활동을 해 온 강영희(72)씨

“그냥 내가 좋아서 나갔어요. 가게 가는 날이면 아침부터 설렜죠.”

강영희(72)씨에게 자원봉사는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놀러 가는 곳’이었다. 봉사를 하겠다는 거창한 이유는 없었음에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의 일상으로 이어진 이유다.

그는 광주지역 아름다운가게 1호점이 문을 열던 2003년부터 참여한 ‘오픈 멤버’다. 첨단점을 시작으로 운천점, 광주역점까지 매장을 옮기며 약 23년간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광주역점에서만 20년을 보냈다. 누적 봉사시간은 8천260시간에 달한다.

강씨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둔 뒤 자녀를 키우며 지내던 그는 50대를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광주비엔날레 봉사를 계기로 자원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아름다운가게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비엔날레 봉사를 시작으로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으면 늘 찾아갔다. 아름다운 가게는 서울에서 매장을 보고 ‘광주에 생기면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1호점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찾아가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초창기 매장은 늘 손이 부족했다. 물건이 들어오면 가격을 매기고 정리하고 진열하는 일을 강씨를 포함한 두 명의 봉사자가 전부 도맡았다. 남구 주민인 강씨는 광산구 첨단까지 많게는 일주일에 다섯 번씩 매장을 찾았다. 힘들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살아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강씨는 “대단한 사명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좋은 일에 동참한다는 생각도 크지 않았다”며 “그냥 가고 싶었고, 가서 하는 시간이 즐거워 계속 나가게 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게 나가는 날이면 아침부터 괜히 신이 났다”고 말했다.

매장에서의 봉사 시간은 자연스럽게 함께한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같은 시간대에 근무를 맞추며 호흡을 맞추던 봉사자들은 어느새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사이가 됐고, 매장을 찾는 손님들과도 얼굴을 익히며 정이 쌓였다.

그는 “같이 일하던 봉사자들과는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요일을 바꾸지 못할 정도로 정이 들었다”며 “손님들도 자주 보다 보면 먼저 안부를 묻고 말을 건네는 사이가 됐다. 단골손님 한 분이 계셨는데 봉사자들은 근무 중 물건을 구매할 수 없다. 제가 ‘예쁘다’고 흘리듯 말한 걸 기억하고 대신 사서 건네주셨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는데 그 장면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고 했다.

함께 봉사하는 동료들, 마음을 나눈 손님 등 사람들과 부대끼며 자연스레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달라졌다. 강씨는 “예전에는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신경이 쓰였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있다’고 넘기게 됐다. 마음이 훨씬 편해지고 여유로워졌다”며 “처음에는 남을 돕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내가 더 많은 걸 얻었다. 결국 봉사는 나를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강씨가 23년간 이어온 아름다운가게 봉사는 올해 3월 말 ‘졸업’이라는 이름으로 마무리됐다. 그간 손주를 돌보는 과정에서 활동을 줄였고, 건강할 때 스스로 그만두는 선택을 했다.

강씨는 “아쉽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매장에 일하러 간다기보다 가끔 놀러 가는 마음으로 들를 것 같다. 아름다운 가게를 졸업했을 뿐 봉사를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았다. 도서관 봉사나 장애인 시설 ‘작은 예수의 집’ 등 기회가 닿는 곳에서는 계속 손을 보탤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다. 그냥 할 수 있을 때 나와서 하는 것,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일상의 재미가 된다”고 활짝 웃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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