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에 잊힌 시간과 기억을 담았습니다"

입력 2026.04.14. 14:41 최민석 기자
'창' 주제 사진전 여는 김창호 사진작가
액자집 본업 취미로 사진 입문
아이들 크는 모습 찍으며 확장
존재의 탐구·잊혀진 풍경 담아

“살아온 시간 속에 잊혀진 시간과 기억을 담았습니다. 사진을 보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삶의 시간들이지만 묻힌 서사와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휴식과 위안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는 17∼ 26일까지 ‘창’(WINDOW)를 주제로 광주 동구 남동 아크갤러리에서 다섯번째 개인전을 여는 사진작가 김창호(72·원 아트 대표)씨는 자신의 작품에 담긴 철학과 메시지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광주 화단에서 사진작가보다 화가들의 작품을 디자인하는 액자집 사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13일 만나 광주 북구 북동에 자리한 작업실에서 한희원 작가의 그림 액자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자식들 모두 키워내고 온전하고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1980년 광주를 몸으로 겪은 5·18 시민군 출신이다.

비슷한 세대 사람들이 버텨온 시간과 질곡은 선한 인상으로 가늠할 수 없을만큼 순탄치 않은 고비를 헤쳐왔다.

그가 카메라를 잡은 것은 1982년 무렵이다. 생계에 치여 숨가쁜 날들을 지나며 한창 커 가는 아이들 모습과 가족들 추억을 담기 위해 셔터를 누른 것이 사진과 인연을 맺은 계기였다.

벌이가 많지 않았지만 큰 마음 먹고 일본제 미놀타 카메라를 구입한 후 가족 사진을 포함, 이곳저곳 풍경과 모습을 앵글에 담아냈다.

화가들의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액자 작업이 본업인지라 이들의 작품과 전시회에서도 사진을 찍으며 작품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며 어느새 ‘사진작가’라는 이름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는 그렇게 국내외를 오가며 전시회를 여는 등 취미의 범주를 벗어나 2016년 첫 개인전 후 사진작가로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프랑스 남부 로제르예술가마을에서 블루아 그리프 단체 후원을 받아 ‘여행자의 시선’을 주제로 총 37점을 출품, 전시회를 열어 호평을 받았다.

그는 프랑스 남부 세벤느 국립공원 안의 모습과 풍경들을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한 사진들로 주목받았다.

이번 광주 전시회도 프랑스 전시의 연장선상이다.

그는 창(窓)을 통해 존재의 발현과 탐구, 시간 속에 잊혀진 애환을 추억을 되살려냈다.

그 속에는 작고 사소한 것들이지 우리 모두가 잊고 지낸 소중한 서사와 삶의 모습들이 살아숨쉰다.

35점의 사진 속에는 프랑스 르앙과 블루아, 아를, 광주와 나주 남평 등 오래된 도시의 풍광과 흔적들이 들어 있다.

김창호 사진작가는 “나에게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존재의 심연으로 향하는 출입문”이라며 “뿌연 창 너머로 나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는 것, 그것이 이 사진들이 바라는 진정한 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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