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넘어 ‘함께 사는 삶’으로"...우치동물원의 목표

입력 2026.04.03. 11:12 박소영 기자
1일부터 동물병원 수의사 회진 공개
인공부리 앵무새 ‘듀커비’ 치료도
사육곰 ‘석곰이’ 사연 안따까움 있따라
"물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 느끼길"
1일 오전 광주 북구 우치동물원 관리사무소 내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들이 인공부리 재수술을 앞둔 앵무새 듀꺼비의 엑스레이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동물원의 역할이 전시에서 구조와 보호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그 변화를 직접 느끼셨으면 합니다.”

1일 찾은 광주 북구 우치공동물원은 우치공원관리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동물 해설·교육 프로그램 ‘동물과 사는 남자’ 첫 운영일에 참가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평소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던 공간인 동물병원 내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수의사들의 회진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동물병원 문이 열리자 시민들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하나둘 안으로 들어섰다. 엑스레이와 초음파 장비, 입원실과 격리실이 갖춰진 내부는 사람 병원을 떠올리게 했다. 이날 해설을 맡은 강주원 수의사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우와 신기하다”는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동물병원 내부는 검사 장비와 입원·격리 시설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

이날 동물병원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앵무새 ‘듀커비’의 치료 과정이었다. 듀커비는 윗부리가 완전히 부러져 생존이 어려웠던 개체로, 우치동물원 수의사들이 티타늄을 활용해 인공 부리를 제작해 치료한 사례다.

현재는 인공부리 재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태로, 이날은 상태 확인을 위한 엑스레이 촬영이 진행됐다. 작은 몸이 장비 위에 올려지자 주변은 순간 조용해졌고, 엑스레이 사진에 듀커비의 뼈 구조가 드러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감탄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강 수의사는 “부리는 먹이 섭취뿐 아니라 이동과 몸단장에도 중요한 기관이라 손상될 경우 생존이 어려워진다”며 “이처럼 치료가 필요한 동물들이 많지만 우치동물원처럼 동물병원 시설과 수의사가 상주하는 곳은 많지 않다. 우치동물원은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호남권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돼 전북과 전남, 제주 등 권역 동물원에 대한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을 나선 뒤 이어진 동물원 회진에서는 우치동물원에서 보호하고 있는 반달가슴곰 세 마리의 과거가 전해졌다. 반달가슴곰 ‘석곰이’를 포함한 세 마리는 모두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다 구조된 사육곰 출신이다. 웅담 채취를 위한 사육이 금지되면서 갈 곳을 잃은 곰들이 이곳으로 옮겨졌고, 석곰이는 마지막 세대 사육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사육사의 이름 ‘석’을 따 ‘석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강 수의사는 설명했다.

1일 오전 광주 북구 우치동물원 관리사무소 내 동물병원에서 강주원 수의사가 시민들에게 수술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안타까운 사연에 울상을 짓던 시민들은 석곰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건강하고 활발한 모습을 보이자 안도의 웃음을 보였다.

이날 어머니와 함께 동물원을 찾은 최모(10)군은 휠체어를 탄 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최군은 “발가락이 부러져서 휠체어를 타게 됐는데 아픈 동물들 마음에 공감이 됐다”며 “특히 병원처럼 치료해주는 게 신기했다. 수의사 선생님들 설명을 들었으니 다음에는 사육사 선생님들 설명을 들으러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첫 출근한 우치동물원 해설사 김소현(52)씨는 “예전에는 동물을 그냥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이야기를 통해 동물을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오늘 수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직접 들으면서 시민들에게 더 깊이 있는 해설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릴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 환경이 동물들에게는 고통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강 수의사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알고 나면 동물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동물과 사는 남자’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민들이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느껴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물과 사는 남자’ 프로그램은 오는 5월 31일까지 운영되며 ▲기린 생태 설명회 ▲코끼리 모녀의 목욕시간 ▲호광이의 새참시간 ▲낙타·들소 소개시간 ▲동물원 회진 등으로 구성됐다. 시민들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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