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부리 앵무새 ‘듀커비’ 치료도
사육곰 ‘석곰이’ 사연 안따까움 있따라
"물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 느끼길"

“동물원의 역할이 전시에서 구조와 보호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그 변화를 직접 느끼셨으면 합니다.”
1일 찾은 광주 북구 우치공동물원은 우치공원관리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동물 해설·교육 프로그램 ‘동물과 사는 남자’ 첫 운영일에 참가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평소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던 공간인 동물병원 내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수의사들의 회진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동물병원 문이 열리자 시민들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하나둘 안으로 들어섰다. 엑스레이와 초음파 장비, 입원실과 격리실이 갖춰진 내부는 사람 병원을 떠올리게 했다. 이날 해설을 맡은 강주원 수의사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우와 신기하다”는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동물병원 내부는 검사 장비와 입원·격리 시설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
이날 동물병원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앵무새 ‘듀커비’의 치료 과정이었다. 듀커비는 윗부리가 완전히 부러져 생존이 어려웠던 개체로, 우치동물원 수의사들이 티타늄을 활용해 인공 부리를 제작해 치료한 사례다.
현재는 인공부리 재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태로, 이날은 상태 확인을 위한 엑스레이 촬영이 진행됐다. 작은 몸이 장비 위에 올려지자 주변은 순간 조용해졌고, 엑스레이 사진에 듀커비의 뼈 구조가 드러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감탄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강 수의사는 “부리는 먹이 섭취뿐 아니라 이동과 몸단장에도 중요한 기관이라 손상될 경우 생존이 어려워진다”며 “이처럼 치료가 필요한 동물들이 많지만 우치동물원처럼 동물병원 시설과 수의사가 상주하는 곳은 많지 않다. 우치동물원은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호남권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돼 전북과 전남, 제주 등 권역 동물원에 대한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을 나선 뒤 이어진 동물원 회진에서는 우치동물원에서 보호하고 있는 반달가슴곰 세 마리의 과거가 전해졌다. 반달가슴곰 ‘석곰이’를 포함한 세 마리는 모두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다 구조된 사육곰 출신이다. 웅담 채취를 위한 사육이 금지되면서 갈 곳을 잃은 곰들이 이곳으로 옮겨졌고, 석곰이는 마지막 세대 사육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사육사의 이름 ‘석’을 따 ‘석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강 수의사는 설명했다.

안타까운 사연에 울상을 짓던 시민들은 석곰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건강하고 활발한 모습을 보이자 안도의 웃음을 보였다.
이날 어머니와 함께 동물원을 찾은 최모(10)군은 휠체어를 탄 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최군은 “발가락이 부러져서 휠체어를 타게 됐는데 아픈 동물들 마음에 공감이 됐다”며 “특히 병원처럼 치료해주는 게 신기했다. 수의사 선생님들 설명을 들었으니 다음에는 사육사 선생님들 설명을 들으러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첫 출근한 우치동물원 해설사 김소현(52)씨는 “예전에는 동물을 그냥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이야기를 통해 동물을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오늘 수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직접 들으면서 시민들에게 더 깊이 있는 해설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릴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 환경이 동물들에게는 고통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강 수의사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알고 나면 동물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동물과 사는 남자’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민들이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느껴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물과 사는 남자’ 프로그램은 오는 5월 31일까지 운영되며 ▲기린 생태 설명회 ▲코끼리 모녀의 목욕시간 ▲호광이의 새참시간 ▲낙타·들소 소개시간 ▲동물원 회진 등으로 구성됐다. 시민들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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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남파고택 종갓집 활용 특별한 체험행사
“나주 다시 복암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신발(보물)이 예쁜 목걸이 공예로 재탄생하다니, 정말 실용적이고 멋진 체험 같아요. ”전남 나주 남파고택에서 열린 ‘금동신발 목걸이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20여명의 참가자들 사이에서 웃음과 탄성이 터져나왔다. 빨간색, 검정색, 은색 등 다양한 색깔의 천연 원석과 핵진주로 만들어진 목걸이가 잇따라 완성되자 기쁨의 환호가 곳곳에서 이어졌다.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시절 전남지역을 방문할 때면 ‘의로운 기상’을 받기 위해 으레 찾아 묵었던 나주 남파고택에서 지난 8일과 9일 전통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체험형 프로그램이 열려 관심을 끌었다.남파고택은 호남 지방의 대표적인 상류 계층의 가옥이며, 전남 단일건물로는 규모가 가장 큰 한옥으로 200년동안 집안 대대로 보관해온 각종 민구류, 공예품 등이 시대별로 잘 갖추어져 있어서 호남지방의 생활문화 연구와 민속학적 연구에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여겨진다.또한 이곳 남파고택은 1929년 10월 30일, 나주역에서 일본인 중학생이 조선인 여학생(박기옥·이광춘·이금자 등)을 희롱한 ‘댕기머리’사건의 주인공인 박기옥과 이를 목격한 박기옥의 사촌동생 박준채가 일본 중학생에 강하게 항의하고 끝내 주먹을 날려 한·일간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그해 11월 3일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도화선 역할을 했던 두 학생 박기옥과 박준채가 공부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남파고택 그날의 초대’ 9일 첫 행사 ‘남파고택 이야기’는 박경중 종손과 강정숙 종부가 체험자들과 함께 고택 곳곳을 돌며 고택의 역사적 의미와 200년 생활상 이야기로 시작되었으며, 이어 금동신발 목걸이 만들기, 전통한복체험 등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 중간중간에는 샌트위치와 배로 만든 아이스크림, 얼음 커피, 과일 등도 제공돼 고택에서의 여유도 만끽했다.남파고택 종손 박경중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나주읍성 안의 이곳 고택을 매우 사랑했었지만,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이곳을 찾아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고택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일본의 식민지 과거사를 사죄한 대목에서는 큰 보람을 느꼈다”며 “공예품은 물론이고 나주반상, 식기류, 도자기, 수백여점의 각종 생활용품, 수백년된 아궁이까지 근현대와 우리 민속사의 살아있는 공간으로 널리 활용돠면 좋겠다”고 말했다.행사를 기획한 문화토리 박지현 대표는 “국가유산청의 ‘고택·종갓집 활용사업’으로 행사를 마련했으며, 참가자들에게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역사와 전통, 그리고 현대를 잇는 힐링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정성을 들였다”며 “앞으로도 고택을 담은 아트와 공연 등 작지만 소중하고 알찬 행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한편 ‘남파고택 그날의 초대’ 행사는 지난 4월 24일과 25일에 전통 내림음식, 천연염색, 한복체험 행사와 이날 ‘고택에 스민 빛의 조각’행사를 끝으로 상반기를 마감하고, 하반기에는 전통차문화예법을 배워보는 ‘손끝으로 배우는 예절’(10월2일~4일), 고택 내림음식을 재현하는 ‘대표 종가 부엌에서의 따뜻한 초대’(10월16일~17일) 등 잇따라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나주=김진석기자 suk1586@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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