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 규제 '기술자립' 자극
소재·부품 전문기업으로 성장
광추출·확산 개발 '기술 독립'
수질·공기정화 등 그린뉴딜 도전
첨단 소재 부품·미래환경 선도
탄탄한 기술력 유수 기업과 협업도
지역 인재 고용 전문화 '자부심'
“사업을 하면서 일본에 감사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2019년 일본 아베 총리의 기습적 수출규제는 오히려 은혜였습니다.”
광주를 대표하는 소부장 벤처 기업 ‘첨단랩’ 창업자 장하준 (39)대표의 자신에 찬 돌직구다. 100개가 출발하면 하나도 성공하기도 힘들다는 벤처기업을 일으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인물이다. 소부장은 소재·부품·장비산업을 줄여서 한말이다. 소부장은 반도체 소재와 자동차 부품, 제조 장비 등 우리 나라 중심 산업의 뿌리가 되는 기초 산업으로 기술자립도의 근간이다. 특히 2019년 일본의 기습적 수출 규제 조치는 한국 소부장 산업에 대한 재인식의 계기였다. 반도체만 해도 600개 이상의 공정에서 수백개의 소재와 공정장비가 필요하다. 2019년 일본의 도발로 시작된 우리의 기술자립에 대한 자각은 ‘5년내 80대 품목의 공급 안정화’를 선언하고 소부장 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를 기반으로 소부장 사업을 펼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토양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주위의 평판과 편견을 깨고 광주를 기반으로 소부장 사업을 일으켜 성공적으로 일구는 이가 화순 출신 장하준 첨단랩 대표다.
◆광추출·확산 기술로 승부
장 대표는 변변한 경제적 후광도 빽도 없다. 오로지 기술하나로 승부해 지역을 대표하는 소부장으로 키워냈다. 지난 2018년 10월 광주를 기반으로 소부장 기업 첨단랩을 세운다고 했을 때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 사회적 분위기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사업 하다 망하면 끝인 세태 때문이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걱정하는 아내에게 세가지를 약속했다. '친구와 친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부정한 줄을 대지 않는다. 사업으로 가정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약속이었다. 그 약속대로 청년 창업가 장하준은 2천만원 짜리 소부장 기업을 창업, 3년만에 오직 기술만으로 승부해 기업을 100배나 키워 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가 개발한 첫 제품은 한국생산 기술연구원(KITECH)시절 연구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기술을 활용한 광추출 및 광확산 기술이었다. 공기기공층 산란원천 기술로 업계에서 먼저 알아본 획기적 기술이었다. 그의 기술은 빛을 균일하게 조사하기 위해 LED와 OLED에 필요한 광추출 및 확산소재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첨단랩의 소재를 활용하면 독자적인 기공층 제어기술을 통해 미세 기공층(Air hole)을 만들어 빛이 확산되는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광 관련 소재부품이나 부품 모듈 등 산업에서 높은 성능과 생산비를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첨단랩의 광추출 및 광확산 기술은 빛의 확산이 필요한 산업이면 고객이 원하는 대로 제작해 주는 시스템기업인 것이다.
◆日 기술 의존 벗어나는 성과
첨단랩의 원천 기술인 광추출 및 확산 기술은 반도체 장비 업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에게는 고마운 존재다. 개발한 기술은 코오롱, 창성, 엠코코리아, AP시스템등 국내 유수기업에 판매됐다. 첨단랩의 기술이 주목되는 것은 광 관련 LED, OLED, UVLED 등 빛을 밝히는 기술로 일본 의존도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점이다. 첨단랩이 개발하기 전까지 광추출 기술은 거의 전량 일본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8년 첨단랩이 개발한 기술로 일본 의존도를 줄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소부장 기업 육성과도 맞아 떨어졌다. 더욱이 가뜩이나 소재 부품 산업이 뒤떨어진 광주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희귀한 사례로 꼽힌다. 때마침 불어닥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첨단랩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반신반의 하던 사람들도 첨단랩의 원천 기술을 보고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기술력도 뛰어났다.
◆수질·공기 정화 등 그린 뉴딜에 도전
장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한 차원 높은 기술에 꽂혀 있다. 이제까지 없는 새로운 광촉매 UV필터를 개발해 물과 공기를 무공해로 정화시키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그는 온갖 공해와 유해물질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장 대표는 이제까지 세상에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청정기술 살균 모듈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보호는 우리 시대의 화두다. 그의 연구 성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장하준이 하면 뭔가 된다"는 믿음이 있기에 조직원들도 힘을 내고 있다. 그가 개발중인 공기와 물의 무공해 살균 장치는 정부 정책인 그린 뉴딜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니 국내 대기업 등지에서 벌써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맞아 첨단랩이 개발하려는 공기 정화 장치와 수질 정수 장치는 바이러스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제품화 단계에 와있는 첨단랩의 무공해 살균장치는 바이러스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킨다는 점에서 기업의 사회화에도 기대를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소부장 불모지 광주서 가능성 엿봐
중소 벤처기업으로서 첨단랩이 가야할 길이 멀지만 지역에 기반을 둔 소부장 기업으로서 가치는 충분하다. 업체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기업가치도 덩달아 뛰어오르고 있다. 첨단랩 조직원 10명은 광주가 낳은 소부장 전사들이다. 부설 연구소 5명은 박사급 연구진으로 기술력만큼은 광주 광산업의 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도 탄탄한 기술력으로 유수 대기업과 손잡고 있지만 앞으로 기대가 더 크다. 최근에도 서울의 몇몇 대기업이 협업을 타진해왔고 지역의 벤처인들과도 손을 잡고 있다.
어느 벤처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첨단랩의 시작은 미미 했다. 혼자서 다하는 전형적인 1인 기업이었다. 그러나 창업 3년째인 올해 5억 원의 수익을 올렸고 5년내 매출 300억 원을 실현 가능한 목표로 삼고 있다. 그의 기술력은 주주들이 먼저 알아봤다. 국책은행인 KDB 은행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왠만해서는 꺼린다는 미래기술지주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엔젤 투자자들도 첨단랩 기술력에 눈독을 들인다는 귀뜸이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자신의 위치를 강조한다. 대기업이 진출하기에는 규모가 적고 외국이 진출하기에는 미처 엄두가 나지 않는 틈새 시장을 노린다는 영리한 전략이다. 지역에서 제조업을 하려면 어쩔수 없는 제약도 따른 다는 것도 인정한다. 기술이 필요로 한 곳이 죄다 수도권 기업이 다보니 일주일에 3~4일은 출장이다. 그래도 그는 처지를 낙담하지 않는다. 광주 소부장 기업으로서 "지역 인재들을 고용하고 인재를 모은다는 자부심도 크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함께 하고 싶은 기업을 만들고파"
장 대표는 "자율과 규율이 공존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경영 철학을 내세운다. 그래서 조직원 하나 하나의 복지에 신경을 쓴다. 출퇴근 시간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5시에 조기 퇴근하도록 권유한다. 특히 어린이가 있는 사원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하는 가족친화형 회사로 모범도 보인다. 장 대표는 "임금이나 복지만큼은 여느 회사에 뒤지고 싶지 않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이름에 걸맞게 첨단랩만의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회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목표도 공유하고 있다. 기업이 제대로 되려면 직원이 함께 하고 싶은 회사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장에서 직원까지 자율을 강조하되 규율이 함께 하는 첨단랩만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일과 휴식의 조화를 꿈꾸는 회사가 광주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주위에서는 본사를 수도권으로 옮기자는 의견도 있지만 그는 아직 광주 연고를 고집한다. 광주에서 소부장 기업을 세워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장하준 대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시절 300여개 기업을 컨설팅 하면서 직접 회사를 만들어 경영하고 싶다는 꿈은 일단 이뤘다"면서도 "갈 길이 멀지만 광주로 인재를 모으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의 꿈은 현실로 영글어 가고 있다.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이달 우수 신기술 창업인에게 주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나윤수기자 nys251085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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