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천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한국 영화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와 함께 ‘왕과 사는 남자’의 촬영지인 영월을 찾는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지면서 스크린 속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영화의 장면이 탄생한 공간을 직접 찾으려는 영화 촬영지 여행이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남 곳곳에는 시대와 장르를 넘나든 명작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국 영화 관객수 1위를 기록한 ‘명량’의 촬영지를 비롯해 한국 영화 최초 100만 관객을 동원한 ‘서편제’, 1987년 6월 항쟁을 담아낸 ‘1987’의 현장까지. 올봄, 스크린을 벗어나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나들이는 어떨까.

◆순천 드라마 촬영장
순천시 비례골길에 위치한 이곳은 과거 제31보병사단 군부대가 있던 자리에 2006년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 세트장이 조성되면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폐허가 된 군인 아파트 등이 남아 있었으나 수차례의 개장을 거쳐 현재는 한국 최대 규모의 영화 및 드라마 촬영장으로 거듭났다. 세트장은 크게 세 개의 마을로 구성돼 있는데, 1960년대 순천 읍내 거리, 19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 1980년대 서울 변두리 거리를 생생하게 재현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제빵왕 김탁구’, ‘자이언트’, ‘에덴의 동쪽’과 같은 국민 드라마는 물론 ‘늑대소년’, ‘해어화’, ‘허삼관’ 등의 영화까지 80여 편의 걸작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관람객들은 시대별 골목을 거닐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옛 교복을 빌려 입고 촬영장 곳곳에서 추억이 담긴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전남 지역의 필수 관광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완도 청해포구 촬영장
완도 청해포구 촬영장은 드라마 ‘해신’의 촬영지로 시작해 ‘대조영’, ‘주몽’, ‘명량’, ‘해적’ 등 50여 편의 역사적 작품들이 탄생한 영상문화의 메카이다.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를 아우르는 건축물뿐만 아니라 근대 드라마 세트까지 갖추고 있어 역사의 흐름을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 특히 1만 년 전 화석이 된 규화목과 수십 종의 분재, 기암석 등이 전시돼 있어 교육적 가치도 높다. 촬영장 내 저잣거리와 돌담길을 따라가면 공작새나 물고기 같은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이 가능하며, 전통 민속놀이와 고전 의상 체험도 준비돼 있다. 무엇보다 남도의 온화한 기후와 천혜의 해안 경관이 어우러져 전국에서 손꼽히는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조각 공원 포토존과 목재 테라스 휴게소는 방문객들에게 드넓은 바다의 기상을 느끼며 일상의 고단함을 씻어낼 수 있는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목포 연희네 슈퍼와 시화골목
목포 서산동에 위치한 연희네 슈퍼는 1987년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의 주요 촬영지로, 약 18㎡ 규모의 작은 공간에 1980년대의 정취를 그대로 박제해 놓은 듯한 장소이다. 내부에는 당시 판매되던 알사탕, 꽈배기 과자, 연탄, 그리고 1987년 발행된 신문 등이 진열돼 있어 방문객들
을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한다. 슈퍼 바로 뒤편에는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현장인 방공호가 남아 있어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하며, 맞은편 50년 전통의 백양 세탁소와 초록색 스텔라 택시는 애틋한 향수를 자극한다. 슈퍼 위쪽으로 연결된 인문도시 서산동 시화골목은 지역 시인과 화가들이 참여해 좁은 오르막 골목 담벼락에 정겨운 풍경과 시를 그려 넣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옛 교복과 교련복을 입고 골목을 거닐며 인증샷을 찍을 수 있으며, 고즈넉한 분위기의 ‘연희네 커피’에서 못난이 빵과 차를 즐기며 목포만의 서정적인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완도 청산도 서편제 촬영지
청산도항에서 언덕길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서편제 촬영지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편제’의 감동이 살아있는 곳이다. 남도의 여러 촬영지 중에서도 특히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유봉 일가가 황톳길을 내려오며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5분 30초간의 롱테이크 장면이 촬영됐기 때문이다. 임권택 감독이 현장의 아름다움에 반해 시나리오까지 수정하며 찍었다는 이 길은 구불구불한 돌담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4월이면 노란 유채꽃이,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돌담 사이로 만개해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황톳길 옆에는 여주인공 송화가 소리 공부를 하던 초가가 복원돼 있어 영화 속 애절한 분위기를 더한다. 방문객들은 서편제 쉼터 주막 앞마당에 앉아 시원한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영화가 남긴 긴 여운과 남도의 풍류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분재', 생활예술 장르로 자리매김 위해 최선"
“분재(分裁)가 생활예술 장르 중 하나로 널리 보급되고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열린 전시회도 이같은 취지와 목표를 담아 열었습니다.”분재작가 고하정씨는 분재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목표를 이같이 피력했다.그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의 거리에 자리한 무등갤러리에서 ‘녘: 축적된 사간’을 주제로 분재작품 전시회를 열어 큰 주목을 받았다.이 전시에는 그의 대학동기인 이경래 작가와 정미정씨가 참여, 조형·공간연출과 음악감독을 각각 맡아 협업으로 색다른 작품들을 선보였다.분재는 나무나 화초를 화분에 심어 줄기와 가지를 다듬어 작게 가꾸는 취미, 혹은 그렇게 가꾼 나무나 화초를 말한다.국내 분재 역사는 약 3천년에 달하며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본격회된 것은 7세기 무렵이다.이후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불교와 귀족 및 양반문화가 번창하면서 뿌리를 내렸고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을 지나며 쇠퇴하기도 했으나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 등으로 일부 애호가들 사이에서 취미로 퍼지며 점차 대중화됐다.고하정 작가는 전남대 예술대 미술학과를 나와 활동하던 중 분재학 박사이자 동강대 조경학과 교수인 문치호 한국분재문화연구원 대표와 인연을 맺으며 분재를 접하게 됐다,그는 이후 문 교수를 통해 분재를 배웠고 지난 2023년 한국 분재대전 은상(산림청장상), 2024년 한국 분재대전 대상(농림수산부장관상), 지난해 한국 분재대전 최우수상을 잇따라 수상,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았다.여기에는 대학 학부에서 미술을 전공한 특기를 살려 자신의 작품성에 독창성과 예술성, 미적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도 원동력이 됐다.그의 작품을 보면 일반 분재작가와는 다른 미학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전시작 중 하나인 ‘푸른 신장-반조청심(反照靑心)’에는 자신을 다시 비추어 푸른 마음을 다잡다라는 뜻처럼 작품을 보며 안식과 치유를 얻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하정 작가는 “분재는 배우기 어렵과 접근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깨뜨리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배우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생활예술로 확산됐으면 한다”며 “창작활도 외에도 교육과 수업을 병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그는 최근 광주 남구 양림동에 ‘분재카페’를 열고 마음에 담아뒀던 생각과 계획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고 있다.이 카페는 커피와 음료를 필기도 하지만 분재 창작과 교육울 통한 작가 양성 및 대중화, 공간을 찾는 많은 이들이 분재작품을 통해 소통과 치유, 몸과 마음의 회복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얻어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운영에 초점을 두고 있다.그는 “분재의 매력은 일상 속에서 자연을 접하는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자연예술’이라는 점”이라며 “지연과 식물을 통해 삶의 또 다른 행복을 느끼고 분재예술이 더욱 사람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광주 창극, 서울·부산 연속 초청 ‘눈길’
- · <고흥 미르마루길> 용바위·우주전망대 구경하며 해변을 따라 걸어요
- · <고흥 작약꽃밭> 바다 위로 일렁이는 작약꽃의 향연
- · <고흥 능가사> 여름에 만나는 절 풍경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