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피고 진다'는 원추리
일월비비추, 노루오줌, 흰제비난
지금, 이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20여종 야생화 지천에 꽃피워
'발아래 구름바다' 노고운해 비경
운조루, 쌍산재, 수락폭포도 명소
지리산은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3개의 도에 걸쳐 있는 산이며 남도의 지붕이다. 남도의 지붕을 이루는 백두대간의 산줄기는 지리산의 만복대(1천433m), 고리봉(1천248m), 종석대(1천361m), 노고단(1천507m), 반야봉(1천751m), 삼도봉(1천501 m)으로 이어지고 천왕봉(1천915.4m)에서 끝을 맺는다. 지리산의 3대 봉우리는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이다. 지리산은 3대 주봉을 중심으로 마치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필자도 여름이면 자주 지리산을 찾는다. 남도의 산과 계곡에 물이 마를 때 쯤이면 웅장한 지리산의 계곡에는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흐른다. 전라남북도의 경계에 있는 노고단은 산악인이 아니더라도 항상 많은 사람들이 오른다. 남도에서 여름에 산을 오르면서 계곡을 즐길수 있는 산행의 시작점이 지리산의 성삼재 코스이다. 성삼재~노고단~반야봉~토끼봉~명선봉~벽소령~형제봉~덕평봉~칠선봉~촛대봉~연하봉~ 제석봉~ 천왕봉~중산리(33.4㎞)에 이르는 지리산 종주길은 단일 산 능선으로 국내 최장거리이다. 성삼재~노고단~반야봉~뱀사골(19.3㎞)로 향하든가, 성삼재~노고단~임걸령 ~피아골 (18.6㎞)로 내려갈 수 있다.
성삼재휴게소에서 노고단 정상까지는 3.2㎞, 산행 초보자도 넉넉잡고 3~4시간 이면 왕복할 수 있다. 성삼재에서 시작된 산행은 노고단 산장을 거치고, 노고단 고개로 1시간 20여분쯤 오르면 출입통제소가 나타난다. 출입통제소 입구에서 국립공원공단 예약통합시스템(reservation.knps.or.kr)에 접속해 지리산 노고단 탐방예약을 한 후, 생성된 QR코드를 인증하고 20여분 오르면 노고단 정상이다.
노고단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3시경에 성삼재에 차를 세워 놓고 달빛을 바라보며 산행하거나, 구례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새벽 2시 40분 버스를 타고 성삼재에서 내려, 3시 20분경에 출발하는 새벽 산행은 시원함과 청량감을 주는 힐링산행이다.
노고단 정상에 오르면 지리산의 동쪽 천왕봉쪽에서 떠오르는 일출은 장엄하다.
◆지리산 1경 노고단 운해
노고단은 노고봉이라는 명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노고단은 제사를 지냈던 터(壇)였으므로 봉(峰)이라는 지명보다는 단(壇)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노고단의 지명은 지리산 천왕봉의 할미당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천왕봉 기슭에 '할미'에게 산제를 드렸던 할미당이 통일신라시대까지 있었는데, 고려시대에 이곳으로 옮겨져 한자어인 노고단(老姑壇)으로 된 것이다. 노고단이란 늙은 시어머니를 위한 제사터를 말하며 우리 말로는 할미단이라고 한다. 고(姑)는 마고를 뜻하기도 해서 마고 할머니를 위한 제사터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현재의 노고단 위치에서 서쪽으로 2㎞ 지점에 있는 종석대(1천361m) 기슭으로 할미당을 옮겨 산제를 드렸다고 전한다. 노고단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아고산대 초원 지대로 기온이 낮고 바람이 많아 키 큰 나무가 잘 자랄 수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지형적 특성상 바위보다는 흙이 많아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가 계절마다 피어나는 곳이다.
8월에 노고단을 오르면 원추리와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지리산의 10경은 천왕일출, 피아골 단풍(직전단풍), 노고운해, 반야낙조, 벽소명월, 세석철쭉, 불일현폭, 연하선경, 칠선계곡,섬진청류이다.
이중 3경에 들어가는 노고운해는 노고단 정상 아래 펼쳐지는 '구름바다'가 절경이다. 여름철 노고운해 속에 원추리 꽃이 만발하면 천상의 화원을 이룬다. 또한 노고단에는 원추리, 지리터리풀, 일월비비추, 큰까치수염, 노루오줌, 흰제비난 등 20여종의 야생화가 피어 있다. 지금 노고단 일대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무분별한 야영과 취사행위 등으로 심각한 훼손 상태였으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지속적으로 훼손지를 복원하고 특별보호구역 지정·관리 및 탐방예약제를 시행해 예전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구례의 핫플레이스 쌍산재와 운조루, 수락폭포
전남 민간정원 5호로 지정된 쌍산재는 tvN의 '윤스테이'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해주 오씨 고택으로, 주인인 오경영씨의 고조부의 호를 따서 쌍산(雙山)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고택 쌍산재의 '쌍산' 의미는 인과 관계인 사람과 사람의 원만한 인연을 의미한다. 한옥과 전통 정원을 거닐며 고풍스러운 맛을 느낀다. 입장료 1만원에, 쌍산재 한옥의 어느곳에서 맛볼수 있는 전통차와 커피 한 잔값이 포함돼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30분(입장마감 오후4시)까지다.
국가민속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운조루는 조선 영조 52년(1776년) 당시 삼수 부사를 지낸 류이주가 99칸(현존 73칸)으로 지은 품자형의 대규모 저택으로 조선 후기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다. 풍수지리에서 금환낙지(金環落地) 명당 터에 위치한 것으로 유명하며 택호는 중국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따왔다고 한다. 운조루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쌀독을 두어 주위의 배고픈 사람이 쌀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나눔의 정신을 실천해 귀감이 되고 있다. 운조루 유물전시관에는 운조루의 역사와 삶의 모습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150여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운조루 유물전시관은 조선 후기부터 구례 오미동에 터를 잡고 살아온 문화 류씨가의 역사와 삶의 모습이 전시된 공간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다. 이곳에 전시된 유물은 300여년 동안 운조루에 소장되어 온 것으로 운조루 사람들, 풍수지리, 운조루 기록물, 운조루의 생활모습 등의 주제로 나누어 전시하였다.
산동면 소재지인 원촌마을에서 4㎞ 거리인 수기리에 위치한 수락폭포는 하늘에서 은가루가 쏟아지는 듯한 아름다운 풍치를 이룬다. 높이 15m의 폭포로 여름철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낙수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는데 신경통, 근육통, 산후통에 효험이 있다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구례 성삼재 교통, 숙소와 맛집
버스 노선은 구례버스터미널~화엄사~성삼재행 하루 5회 왕복 운행한다. 시간은 02:40, 08:20, 10:20, 14:20, 16:20 등으로 약 40분 소요된다. 요금은 5천원이다. 숙박은 구례군에서 운영하는 구례여행 홈체이지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구례에는 산채정식, 버섯전골, 산닭구이, 민물매운탕, 다슬기 수제비, 섬진강 은어 등 맛이 있는 식당들이 많다. 구례 5일시장 안에 이름난 맛집들이 많다. 지리산 오여사식당 들깨국수도 제맛이 있다. 원래 악양 최참판댁에서 '지리산 갑부네'란 식당으로 운영하다가 토지초등학교 맞은편에 지리산 오여사식당으로 오픈, 다시 구례 오일시장에 입주하였다. 국내산 들깨와 우리밀을 재료로 조리한 들깨칼국수는 맛이 고소하고 담백하다. 반찬 세가지가 나오는데 대부분 손수 농사 지은 농산물로 조리하였다. 반찬은 셀프로 반찬통에서 찬기에 가져오면 된다.
천기철 기자 tkt7777@mdilbo.com
- [특집] 추석에 광주? 작지만 매력적 공간으로 가보자고~ 독서문화진흥을 위해 건립된 구립 도서관 책정원 개관식이 열린 2023년 12월26일 광주 동구 내남동 구립 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정원 다함께돌봄센터에서 책을 읽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광주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3위, 재방문 의향이 1위를 차지했다. 서울이나 부산, 제주와 같이 거창한 관광지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매력적인 공간들은 많다는 뜻이다. 추석을 맞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감'을 주는 매력적인 공간 몇 곳을 소개한다. 9월 중순임에도 여전히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때,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공간에서 쉼을 누리길 바란다.◆SNS 달군 '오늘 점심?! 양식!!!' 그 곳=광주 동구 책정원광주에서 가장 유명한 도서관을 꼽으라면 '무등도서관'이겠지만 광주의 젊은 사람들은 이곳을 꼽는 경우가 많다. 바로 지난해 12월 개관한 '책정원'이다. 아직 페인트 냄새도 채 사라지지 않은 따끈따끈한 공간이다.광주 동구 내남동에 위치한 '책정원'은 광주의 외곽 끝에 자리 잡은 것 치고 적잖은 시민들이 찾는다. 도심과도 멀리 떨어져 있고, 시내버스도 많지 않아 접근성도 좋지 않다. 그럼에도 개관 후 하루 800여명의 시민이 찾을 정도로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기존 공공도서관과 달리, 높은 천장과 넓은 창문에서 나오는 개방감, 자연 채광 등이 차별적이기다. 또 정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식물들이 있어 도심 속 정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특히 광주 동구가 제작한 SNS 홍보 영상 '오늘 점심?! 양식!!!'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삽시간에 유명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광주 서구 세하동 '만귀정' 일원. /국가유산청◆3개의 섬, 3개의 정자, 3개의 향기=광주 서구 만귀정연꽃 향기가 엄습해 온다는 뜻을 가진 '습향각'으로 대표되는 만귀정은 광주 서구 8평 중 하나다. 광주 도심과는 다소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아는 사람들만 아는' 명소의 대표 격이다.연못을 중심으로 조경수들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풍광이 일품이다. 3개의 섬에는 각각 만귀정, 습향각, 묵암정사가 있어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이들 정자는 각각 다리로 연결돼 있다. 남다른 풍광에 여러 시인이 만귀정을 중심으로 그룹을 형성해 활동했을 정도다.남원 출신인 장창우는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만귀정을 세웠지만 그 후 소실됐다. 그러다 그를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1934년 중건을 시작해 광복이 되던 해인 1945년 완공됐다. 만귀정이라는 이름은 '남은 여생을 자연과 더불어 보내겠다'고 한 장창우의 시구절에서 따왔다는 해석이 있다.영화로도 만귀정의 운치가 담겼다. 윤정희·신성일 주연의 '꽃상여', 박복남·복원규 주연의 '탈선춘향전' 등이 그 대상이다.광주 남구 서동 뒹굴동굴 입구 모습. /양림역사문화마을 제공◆도심 한복판에 동굴이 있다고?=광주 남구 '뒹굴동굴'광주 한복판에 동굴이 있다는 시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놀랍게도 광주 원도심인 남구 사동 천변도로 바로 옆에 '뒹굴동굴'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동굴이 있다.이 동굴은 일제강점기 광주 도심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을 미국의 공습으로부터 대피시키기 위해 1940년대 방공호 지하시설로 만들어졌다. 일본인 거주 지역에 가까운 데다 양림산의 지반의 단단해 안정적인 대피처로 선택받았다.일본은 방공호를 건설하면서 당초 네 곳의 입구를 두고 가운데 광장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화강암 지반이 워낙 단단해 공사를 채 완공하지 못하고 전쟁이 끝났다. 그러면서 현재 동굴 안 광장은 없고, 네 개의 입구만이 각각 동굴로 남아 있다.동굴인 탓에 무더운 여름 속에서 시민들의 휴식처가 돼주기도 한다. 9월까지 이어지고 있는 폭염 속에서 탈출해 잠시 시원한 즐거움을 만끽해 보자. 둘러보는 데 몇 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동굴이지만 안전모 착용은 필수다.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캠퍼스 관현로. /무등일보DB◆캠퍼스 낭만엔 메타세쿼이아, 연못, 수목원, 성공적=광주 북구 전남대대학교 캠퍼스는 인근 주민들에게 산책 공간으로, 공원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광주 북구 용봉동에 위치한 전남대학교 캠퍼스는 특유의 아름다운 조경이 일품으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우선 전남대학교 정문에서 옛 본관(용봉관)으로 이어지는 250m가량의 관현로가 전남대 방문객을 맞이한다. 관현로 양옆에 펼쳐진 수백그루의 메타세쿼이아로 여름엔 녹색의 푸릇함을, 가을엔 만추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다.전남대 캠퍼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는 용봉탑과 후문 사이 넓게 펼쳐진 1만9천㎡의 연못인 용지를 빼놓을 수 없다. 전남대 학생들과 교직원, 인근 주민은 물론 광주 전역에서 호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넓은 연못을 뒤엎은 연잎들과 가장자리를 채우고 있는 버드나무가 주는 정취는 낭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전남대 수목원은 재학생들도 잘 모르는 힐링 장소다. 수목원은 학내 연습림으로 조성됐는데, 2만7천720㎡(8천400평)에 이르는 부지에 317종가량의 수종을 보유하고 있다.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한 다양한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로 마치 휴양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광주 광산구 도천동 '휴심정'. /광주시◆'아름다운 문화도시 공간상'에 빛나는 도심 정원=광주 광산구 휴심정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아 딱 산책하고 싶은 9월. 광주시 제1호 민간정원 휴심정을 가보는 건 어떨까. 광주 광산구 도천동에 자리 잡은 휴심정은 넓은 정원에 더해 카페, 아트스페이스, 레스토랑이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이다.2021년 아름다운 문화도시 공간상을 받을 정도로 수려한 정원과 멋들어진 건축물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대형카페에서 음료 한잔하고 정원을 산책하는 낭만을 누릴 수 있다.광주의 젊음이 느껴지는 첨단지구와 수완지구 사이 도천저수지 인근에 있는 휴심정은 시크릿 가든과 보타닉 가든으로 구성된 28종류의 교목 3천그루와 25종의 화초류 22만본이 식재돼 있다.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휴심정은 광주시민들의 오아시스라고 불릴만하다.특히 핑크뮬리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특별한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 "빠지에 빠져요" 기세등등 폭염에 수상 레저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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