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료 확인만 1천700시간 삶 자체가 한국 현대사였다"

입력 2024.01.04. 19:07 이관우 기자
[다큐 '길위에 김대중' 연출 민환기 감독]
美망명 150회 강연 민주화 호소
사형수서 대통령으로 기적 일으켜
"남북정상회담·노벨상 이룬 거인"
민환기 감독

2024연중기획 탄생100년 DJ를 그리다

광주·전남은 고 김대중 대통령(DJ)의 흔적과 정신이 서려 있는 곳이다. 이곳을 살아가는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DJ를 기억하고 있다. 누군가는 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추구했던 그의 정신을 강의를 통해 알리고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가 걸어온 삶의 행적을 영화와 연극으로 기록하고 있다. DJ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그를 기억하는 방식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삶 자체가 한국 정치사이자 현대사'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을 연출한 민환기 감독은 김 전 대통령을 이렇게 요약했다.

민 감독은 김 전 대통령의 인생을 스크린으로 옮기기 위해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분석하며 김대중이란 인물을 연구했다고 한다. 영화 제작과정에서 취합한 영상 자료를 검토하는 데 걸린 시간만 1천700시간에 달한다.

민 감독은 "저는 정치를 잘 알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김대중이란 인물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그와 관련한 사진과 영상 자료 취합 및 검토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취합한 영상 자료만 1천700시간(20테라바이트) 분량으로, 5개월간 12시간씩 검토했다. 여기에 더해 김대중도서관에 보관된 방대한 오디오 자료도 2개월간 체크했다. 자료 확인에만 총 7개월 걸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파고들고 공부할수록 이분이 굉장히 일관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민주주의를 향한 험하고 고독한 길 위에 인간 김대중이 남긴 필사의 발걸음과 파란만장했던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결코 꺾지 않았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그리고 국민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과 관련해 새롭게 알게 된 일화도 소개했다.

민 감독은 "자료를 조사하면서 김 전 대통령이 777일의 미국 망명 기간 150회에 걸쳐 강연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미국에서도 계속 강연하고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사실이 놀라웠다. 특히 미국 보수 진영을 적극적으로 접촉해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려고 애쓴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정치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의 첫걸음을 떼고 정착시켰다"면서 "그의 삶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한국 현대사 전체를 아우르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민 감독은 정치인 김대중에 대해 "그는 자신을 훌륭한 정치인으로 간주하진 않았지만, 정치인으로 살아온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늘 길 위에 있었기에 고단했지만 내 자신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고 게으름을 경계했다'고 회고했다"며 "정계에 입문해 이러한 기질을 발휘했기에 그 어떤 정치인보다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세 번의 대선 낙선과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사형수라는 말이 그의 정치적 수난사를 잘 설명해 준다. 숱한 시련과 실패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사형수에서 대통령이 된 기적을 일으킨 정치인이 김대중"이라고 덧붙였다.

민 감독은 "1997년 최초의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냈고, 대통령이 된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이끌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한민국 정치사의 거인"이라고 평가했다.

민환기 감독은 캘리포니아 예술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칼아츠)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동대학 예술학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영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 수상작 '미스터 컴퍼니', '제주노트', '노회찬6411' 등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사회 문제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연출해 왔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2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