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빼곤 7080 시대···광주 '아파트 포디즘' 그만

입력 2023.12.15. 14:30 이삼섭 기자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을 혁신하자]
③피할 수 없다면 바꿔라
지하주차장 뺴곤 여전히 7080
'아파트 포디즘' 흉물 전락 우려
대단지, 공간·이웃 단절 부작용
'1기 신도시 특별법' 탈바꿈 기회
내력벽 대신 중규모 블록형 건립
공공성 확보·장수명주택 도입을
국토교통부 주관 한국건축문화대상 2022년 수상작인 세종시의 한 아파트 단지. 국토교통부 제공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을 혁신하자]?③피할 수 없다면 바꿔라

"광주의 아파트 혐오 현상은 좋은 주거 공간과 쾌적한 도시 환경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표현입니다."

광주지역에서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진 이유는 아파트 그 자체가 아닌, 시민들의 높아진 요구에 기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공장에서 찍어낸 '30년 만기' 벽식 구조의 성냥갑이 넓은 공간에 일렬로 줄 세워지는 공급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특히 '대단지' 위주의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이른바 '성안도시'(gated community)가 도시 공간의 독점을 야기함은 물론, 다양성과 역동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 또한 상존한다.

특히 공간과 자원(에너지)을 효율화하고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로 전환기를 맞은 현재, 전문가들은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 위주의 보급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보다 문제 해결은 지속성 있는 공동주택을 '잘 짓는' 데 있다고 조언했다.

◆ 아파트 포디즘의 종말…개발방식 패러다임 변화 必

광주를 비롯한 국내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도시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대단지 위주의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대표되는 '포디즘'은 압축 성장과 도시화에도 불구하고 국민 상당수가 양질의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06년 79.4%였던 주거환경 만족도가 매해 꾸준히 늘어 2021년에는 85.5%에 달했다. 아파트가 특히 공급이 많이 된 광주의 경우 91.4%로 전국 특광역시 중에서 두번째로 높았다. 마찬가지로 자가점유 비율 또한 61.1%로 특광역시 중 울산에 이은 2위로 비교적 높은 주거 만족도를 보였다.

문제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며 전세계 국가와 도시들과 경쟁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아파트 포디즘'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포스트 포디즘(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를 지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에도 공동주택은 '주차장이 지하로 간 것' 빼고는 없다는 자조적 목소리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공의 낡은 도시개발방식과 인허가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공공이 재정을 투입해 책임져야 할 도로나 공원, 학교 등의 생활 인프라를 개발업자에게 부담토록 하는 방식(대규모 개발)을 사용했는데, 개발업자들은 대신에 사업성을 최대한 낼 수 있는 저품질의 성냥갑 아파트를 만들어 냈다는 지적이다.

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는 "공공이 나서 인·허가시스템이나 도시건축을 바꾸는 도시 계획·관리 패러다임의 혁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현재 광주에서 시범적으로 도입된 사전협상 방식을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모두에 적용하면 도시 경관에 해가 되는 일률적인 형태를 탈피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홍근 나무심는건축가 대표 또한 현재의 규제 속에서는 판상형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현재의 도시개발법이나 건축·주택법 등을 가지고는 천편일률적으로 지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동 간의 거리, 입면차폐도, 통경축 등 건축 심의 기준에 맞춰 설계를 하다보면 판상형으로 밖에 나온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 아파트 밀집 도심 일대 뉴시스

◆대단지 대신 중소형…디자인도, 층수도 달라져야 한다

관건은 이제부터 지어질 공동주택(아파트)를 어떻게 지을 것인가다. 광주는 현재 수많은 곳에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또 8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아파트가 공급됨에 따라 상당수 아파트가 재건축 대상에 오르고 있다. 이미 80년대 후반 지어진 아파트들 상당수는 재건축을 했거나 진행 중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은 택지 조성 완료 후 20년 이상 지났고 면적이 100만㎡ 이상인 모든 지역을 포함하는데, 광주는 상무지구를 비롯해 하남·일곡·문흥지구 등이 있다.

도시의 모습을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제 지어지는 아파트는 인구감소 등에 따라 앞으로 수십년 뒤에는 재건축을 장담할 수 없어 자칫 도시의 흉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부작용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절실하다.

우선적으로 대단지 아파트 대신 연도형(가로형) 아파트와 중규모 재건축을 추진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도시의 '섬' 역할을 하면서 도시 내 공간과 이웃 간 단절을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함 총괄건축가는 "단지형 아파트는 개발구역을 묶어 기존의 길을 없애고 펜스를 쳐 단지를 만든 뒤 그 안에 녹지, 상가, 유치원 등 자족시설을 만들면서 가로(거리)가 죽는다"면서 "단지형 아파트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만 좋고 아파트 주변과 도시에는 좋지 않다. 도심에다가는 이런 단지형 아파트를 짓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도시 내 소필지들은 가로형 아파트로 재편하는 동시에 단지는 해체해 중규모 블록형 아파트들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와 민간이 함께 정비계획안 초안을 만드는 게 핵심으로, 공공성을 확보하면 높이나 용적률 등의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이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광주시는 북동 재개발 사업을 사전공공기획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내력벽식구조(벽식 구조)로 지어지는 아파트 건축 흐름을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벽식 구조 아파트는 현재 사회적 문제가 된 소음문제뿐만 아니라, 배관이나 설비 교체가 쉽지 않아 30년 정도 되면 녹물이 나오는 경우가 발생할 정도로 급격히 노후화된다. 리모델링도 쉽지가 않고 비용이 커 통상 재건축을 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준공된 전국 500가구 이상 아파트 중 98.5%가 벽식구조로 지어질 정도로 벽식 구조는 일반적이다. 현재도 일부 주상복합을 제외하면 대부분 벽식구조로 지어지고 있다. 라멘구조 (기둥과 보로 이루어진 구조) 등의 장수명주택은 리모델링이 비교적 간편해 1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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