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기후의 역습··· 지속가능 해법을 찾아

입력 2023.08.31. 11:14 이윤주 기자
'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
①프롤로그-뜨거워지는 전남, 기후위기보고서
전남 곳곳 아열대 기후 속속 진입
빈번한 이상기후 농어업 속수무책
높은 보험 의존도… 역량 강화 절실
'감축' 아닌 '적응' 위한 로드맵 짜야


'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①프롤로그-뜨거워지는 전남, 기후위기보고서

기후위기가 일상화되고 있다. 올들어 유례없이 이어지는 이상기후에 농어촌은 시름에 잠겼다.

이상고온으로 개화가 빨라진 상태에서 지난 4월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져 과일 착과 불량, 양파 등 생육 불량 피해가 발생했다. 이어 5월에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마늘과 시설하우스 작물 등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6월에는 우박이 쏟아지더니, 7월에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장마를 겪었고, 8월에는 폭염에 따른 고수온과 태풍까지 이어지며 몸살을 앓고 있다. 농어가 모두 속수무책으로 피해만 늘고 있다.


◆빨라지는 온난화

잦은 이상기후의 원인은 온난화로 지목된다. 전남도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기상청 기후포털정보를 살펴보면 전남 연평균 기온은 2000~2009년 0.38도 상승경향을 보였으며, 최근 2010~2019년은 0.79도의 상승경향을 나타내며 두배에 가까운 속도를 보였다.

기후대 변화도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전남의 경우 일부 내륙지방을 제외하고 대부분 아열대 특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해안가를 중심으로 아열대기후(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 지속)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기상청 '한국기후표'(1991~2020)에 따르면 목포, 여수, 순천, 완도, 진도, 신안 등은 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기간이 8개월로 나타났다. 또 광양, 해남, 영암, 고흥, 무안, 함평, 영암 등은 7개월(4~10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이었으며, 11월에도 9~10도 사이를 유지해 사실상 아열대기후에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진, 장흥, 담양, 구례, 나주, 장성, 보성, 화순, 곡성 역시 4~10월 평균기온은 모두 10도 이상을 기록했지만, 11월 평균기온은 9도 아래로 집계됐다.

해수온도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55년간(1968~2022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약 1.36도 상승(전 지구 평균 대비 약 2.5배 이상 높은 수준)했고 같은 기간 동해 표층 수온은 1.82도 상승, 100m 수층 수온은 1.13도 저하, 500m 수층 수온은 0.07도 올랐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전망한 올들어 하계수온은 평년(30년) 대비 0.5~1도 높고, 평년 대비 높은 기온과 많은 강수량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 발생시 남해 연안은 약 50시간 이후, 서해연안은 약 12시간 후 표층 수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전남 해역도 아열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커지는 농작물 재해

빈번해지는 이상기후에 농작물 재해도 크게 늘고 있다.

'전남도 농작물재해 복구비 지원실적'을 살펴보면 농작물 재해 빈도와 종류, 피해 규모 모두 확대되고 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4월 (이상)저온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으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속해 해마다 태풍이 3차례씩 덮치며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기상이변의 해'로 불리었던 2018년은 1~2월 동해·한파, 4월 이상저온, 6월 태풍·호우, 7~8월 폭염, 8월 태풍 '솔릭'·호우, 10월 태풍 '콩레이' 등으로 무려 8건의 재해로 벼, 과수, 맥류, 채소에서 5만4천993㏊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듬해인 2019년은 3~4월 이상저온과 5월 이상고온으로 급격한 기온변화를 겪었으며, 9월 태풍 '링링' '타파'에 이어 10월 태풍 '미탁'이 강타하며 총 6만7천155㏊의 피해면적을 기록했다.

2020년 역시 4월 이상저온·마늘2차생장, 6월 우박, 7~8월 집중호우, 8~9월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으로 5만8천478㏊가 피해를 본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으나 봄부터 가을까지 우박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으며, 집중호우와 대설·한파, 강풍 피해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9월 태풍 '힌남노'를 제외하고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올들어 다시 이상기후가 빈번하게 출몰하며 농가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 지원과 농작물재해보험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1년 사과·배 등 2가지 품목으로 시작한 농작물재해보험은 현재 67개 품목으로 대상이 늘었으며 가입농가수와 면적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전남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2018년 6만6천919호(10만4천635㏊) ▲2019년 7만5천722호(11만7천186㏊) ▲2020년 9만4천258호(13만2천871㏊) ▲2021년 10만1천576호(13만9천584㏊) ▲2022년 10만6천345호(13만9천763㏊)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늘어가는 농작물 재해에 지급되는 보험금 규모도 상당하다.

이상기후가 속출하며 큰 피해를 입었던 2018년에는 1천466억4천100만원이, 태풍이 세차례나 강타한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1천891억8천400만원과 1천868억2천700만원이 지급됐다. 이어 2021년과 2022년에는 900억2천800만원과 991만5천9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 역시 피해규모가 가장 컸던 2018년 132%, 2019년 201%, 2020년 158%를 기록했으며 비교적 재해가 잦아들었던 2021년과 2022년은 절반 이하인 63%와 60%로 줄었다.


◆낮은 기술적응성

기후변화와 이상기후에 대한 농업인들 체감도는 매우 높은 반면 대응능력은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기본구상 및 타당성 용역'(2021년)에 따르면 농업인들이 농업생산에 미치는 요인 가운데 기상요인이 50.9%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기술요인(17.1%), 가격 요인(15.2%), 농업기술요인(10.1%), 기타요인(0.2%) 순이었다.

요인별 체감정도는 '평균 온도 상승' 90,4%, '장마시기 빨라짐' 85.2%, '평균 강우량 증가' 83.6%, '병해충 발생 횟수 증가' 71.4%, '평균 강설량 감소' 52.0%로 조사됐다.

기후변화가 농업생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매우 부정적' 30.5%, '다소 부정적'이 45.6%로 부정적으로 느끼는 비율이 76.1%가 나타났다. 특히 단수 감소로 인한 생산량 감소, 착색 불량, 과실 당도 낮아짐, 채소 품질 나빠짐, 쌀과 잡곡 등의 품질 나빠짐 등 모든 품목에서 생산성이 저하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처럼 이상기후에 따른 심각성에 비해 농업현장에서의 기술적응성은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보수집이나 지원역량도 부족한 실정이다. 농가고유 기후변화 대응 기술 보유 여부에 대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90.3%로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있다'는 7.0%에 불과했다.

실제 기후변화 및 이상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영농활동 현황을 보면 '농업재해보험 가입'이 54.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 농업재해보험은 현재 농민들이 체감하는 유일한 기후위기 정책으로 꼽힌다. 또 '기후기상 정보활용'(29.5%), '신품종 도입'(31.1%), '작물 전환'(26.3%)이 뒤를 이었다.


◆햇빛농사에 사라지는 농지

기후위기는 농업의 핵심기반인 농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태양광설비가 농촌까지 침투했고 잘 정리된 농지는 먹잇감이 됐다.

연금처럼 고정 수입이 보장되는 태양광은 고령화, 이상기후,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 등으로 농사짓기 힘겨운 농업인들을 파고들었다.

전남 역시 태양광발전설비로 인한 농지전용 잠식이 심각하다.

최근 10년간 전남에서는 태양광시설 설비로 '축구장 4천560개' 규모의 농지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도 2013~2022년 태양광발전시설 농지전용 현황에 따르면 10년간 태양광발전시설로 인한 농지전용 면적은 1만3천848건, 3천258.6㏊에 이른다.

2013년 11.2㏊(49건)에 불과했던 농지전용은 매년 급증해 2014년 49.1㏊(200건), 2015년 155.3㏊(894건), 2016년 110.5㏊(578건), 2017년 327.7㏊(1천322건), 2018년 899㏊(4천195건)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9년 638㏊(2천387건), 2020년 545.4㏊(2천107건), 2021년 259.3㏊(994건), 2022년 263.1㏊(1천122건)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영농형 태양광도 있지만 농사짓기 좋은 땅을 태양광발전설비로 뒤덮는 것은 자칫 농지 훼손이나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기후위기로 농사를 짓기 힘든 이들이 그곳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들여, 환경보전의 수단이 될 수 있는 농지를 파괴해 다시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바다농사도 힘겨운 사투중

바다에서 터전을 일궈온 어업도 기후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인 1990년대 들어 빈번해진 적조다. 전남도 연도별 적조 발생 현황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22까지 적조로 인한 피해액은 1천44억원에 이른다. 1995년 여수~완도 해역에 54일간 적조가 발생해 216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을 비롯해 2003년 176억(58일), 2015년 188억(56일), 2016년 347억(14일) 등 주로 여수, 완도, 고흥, 진도 지역 양식이 타격을 입었다.

최근 들어서는 고수온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름 연안수온 상승으로 고수온과 적조, 해파리 같은 유해생물의 출몰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 전남도가 집계한 고수온 피해는 10년간 700억원이 훌쩍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바다농사로 불리우는 양식업은 재해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해류 환경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하는 자연 어류과 달리 양식장은 재해 발생시 이동이 어려워 집단 폐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온 상승은 김, 굴, 새꼬막 등 양식생물의 산란 및 채묘시기가 바뀌며 양식순기도 변화됐다. 채묘시기가 굴과 새꼬막은 1~2개월 앞당겨진 반면 김은 10~20일 가량 늦춰졌다. 국내에 없던 질병이 유입되거나 새로운 질병이 생겨나며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온 상승은 어종들에도 영향을 줘 어업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한류성 어종은 줄어든 반면 고등어, 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해안에서 오징어와 멸치 생산량이 늘고 있으며, 과거 제주도 인근에서 주로 어획되던 방어는 이제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고 있다. 연근해 어업 생산량도 1980년대 152만t에서 최근 100만t 미만으로 감소했다.

전남에서도 주요 어종 어획량이 10년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어종별 감소량을 보면 참조기(34%), 젖새우(38%), 멸치(36%), 꽃게(21%) 등이다.


◆대응과 적응

기후와 밀접한 농업이나 수산업은 기상이변에 가장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된 상황에서 대응은 쉽지 않다.

탄소배출 감소 등 감축에 초점을 맞춘 대응과 함께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장기 로드맵을 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업에서는 작목 전환, 육종·개량, 재해보험 강화, 기상정보를 활용한 영농 등이 논의 대상이다.

다양한 기상·기후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영농활동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농업과 수산업 모두 역량 강화 교육과 컨설팅 서비스의 확대가 강조되고 있다.

기획시리즈 '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는 빈번해진 이상기후에 전남의 기반인 농업과 수산업 분야의 현주소와 대응을 살펴본다. 또 주요 재배 작물 추이를 통해 기후변화를 조명한다. 아열대작물, 탄소저감농업, 어업의 변화, 국내 대표 스마트팜 거점시설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노력들을 소개한다.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과 푸드밸리 그리고 국제양식수산인증기구인 ASC(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를 찾아 기후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고 적응해야할지를 제시한다. 또 국내외 취재를 바탕으로 농어민, 전문가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농업과 수산업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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