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작가·기획자…문화예술 N잡러 이동석씨
황무지 '광주'의 장남…동생들에게 도움줄 것 고민
지역 예술 지망생들 모아 '잘하기 금지' 프로젝트
"다양한 사람들 만나야 좋은 서사 만들어져" 조언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⑦] 영화감독·작가·기획자…문화예술 N잡러 이동석씨?
7년 차 직장인, 독립영화감독, 작가, 노동 활동가, 커뮤니티 기획자…. 이동석(37) 씨는 본인을 N개의 것들로 소개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다가도 생계를 잇기 위해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고용을 지켜내기 위해 노조 운동을 하며 분투하기도 했고, 분절된 채 외롭게 활동하는 예비 예술인들을 연결하는 일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N개의 것들의 무대는 단 한 곳, 그가 태어나고 자란 광주다. 특별히 의도한 게 아닌, 광주에서 살아가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한 청년이다. 서울 편향적 사회 구조에 분노하고, 더 나은 기회를 위해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모습에 안타까워하고, 지역에 살면서 지역을 이야기하지 않음에 슬퍼하는 청년이다. 예술로서 더 살기 좋은 광주를 위해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예술가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지금은 광주가 영화 제작 지원이 좋아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거의 지원이 없다시피 했어요. 뭐,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는 없는 거니깐요. 광주에서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이 씨는 어려서부터 줄곧 영화감독을 꿈꿔 왔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지금껏 줄곧 영화 현장에 있었다. 영화 스태프로 시작해 독립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독립영화를 계속 찍으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영화에 관한 교육도 했고 창업하기도 했다.
한때는 서울 혹은 그 주변에서 영화 일을 했던 적도 있지만, 10여 년 전 즈음 광주로 왔다. 서울은 그에게 영화 창·제작을 위한 여건이 좋은 곳인 동시에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 하나 쉽게 내주지 못하는 곳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가 태어나 줄곧 자란 공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여건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 않았다. 지금과 달리 광주의 콘텐츠 산업이 물적으로나 인적으로나 기반이 턱없이 부족했다. 영화 제작을 위한 장비 하나, 함께 영화를 만들어 갈 스태프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또 영화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는 지역 환경에서 제대로 지원 받기도 버거웠다.
그러나 '될 수 있는 걸 하자'는 그의 신념은 의외로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뜬 계기가 됐다. 광주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던 '미디어아트'였다. 영화인으로서의 미디어아트에 대한 접근은 그에게 새로운 흥미를 주는 동시에 비슷한 듯 다른 분야의 융합 시도였다. 그렇게 독립영화감독이자 미디어아트 작가 '이동석'이 탄생한 것이다.
◆서울 편향적 미디어에 반감…광주를 무대로
"서울 사람이 그린 상상 지도라는 게 있어요. 서울과 경기도 외에는 논밭에 부산은 바다, 제주도에는 귤. 이 정도가 끝이에요. 지방은 타자화된 시골로 그려지고, 탈색되죠."
한동안 미디어아트에 집중하던 이 씨였지만 5년여 전 광주에서도 영화 제작 여건이 나아지면서 다시금 영화에 대한 갈증이 찾아왔다. 이번엔 영화가 아닌, 웹드라마를 제작하기로 했다. 독립영화라는 장르가 서서히 가라앉고 대신 유튜브나 플랫폼 영상 채널 등이 확장되면서 웹드라마가 급속도로 성장 중이었을 때다.
하지만 제작된 웹드라마라고는 온통 서울 혹은 서울 근방의 이야기. 심지어 광주에서 제작된 웹드라마조차 서울이 배경인 척하는 미디어 편향이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것에 대한 반감은 '광주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하는 웹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졌다. 아이돌하면 당연하게 서울이 배경이라고 인식하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싶었다.
"광주의 이야기, 광주의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어요.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이라는 미국 드라마에서 이름을 따 와 '동명동은 언제나 맑음'이라는 웹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만들면서 광주를 점점 살기 좋게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고요."
이처럼 기존 인식에 대한 반감뿐만 아니라, 그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그가 영화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다. 최근에 개봉한 독립영화 '지원x지원' 또한 그가 영화계에 있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묵인했던 성적 억압, 성폭력 등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저는 반성하는 게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반성하는 것을 보편적으로 형성하는 제 작품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화를 줄 것이라고 믿고, 그런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잘하기 금지' 프로젝트
"한국이라는 가정이 있다 했을 때 부모인 한국은 장남인 서울에게 모든 걸 몰아줬어요. 나머지 형제들은 생계(산업화)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일을 했다 치면 광주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뺏긴 천덕꾸러기 같은 자식인 것이죠. 저는 그런 천덕꾸러기 밑에서 태어난 장남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이 씨는 광주지역 20대 청년들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슬픔과 함께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서울로 가지 못한 지역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다큐멘터리에서 대부분 출연자들은 서울에 가지 못한 것을 슬픈 감정, 불평, 불만을 드러냈다. 그것을 보며 그 또한 20대 당시 자신이 느꼈던 똑같은 감정을 떠올린 것이다.
"광주라는 집안에 장남이 된 것 같아요. 제 동생 같은 분들이 부모인 광주에 불만, 불평을 늘여 놓는데, 부모님이 유능하고 유복한 건 아니지만 부모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지 않나. 뺏기고 남은 것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분들에게 10살 정도 더 먹은 사람으로서, 장남 같은 사람으로서, 부모를 조금 더 이해하는 입장에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영화인을 꿈꿨던 그가 광주에서 가장 힘들었던 게 배울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보통은 학교를 진학해 형성한 인적 네트워크, 그들 간 교류하면서 얻어지는 유무형의 가치들을 광주에서는 거의 없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실제 지역에서는 영화나 시나리오 관련한 전공이 있는 대학이 없다.
그 스스로도 독학하면서 고생했던 것들, 누군가 도와줬더라면 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후배들에게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는 지역의 예술 지망생들을 모으는 작업, 이른바 '잘하기 금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예술인은 하면서 완성…"함께 하라"
처음에는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연결하는 '아무튼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이조차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어, 일단 스스로를 위해 잘하지는 않아도 글을 쓰자는 의미로 '잘하기 금지'로 명명했다.
"광주에서 살면서 예술을 독학하다 보면 기준 잡기가 쉽지 않아요. 그들이 보기에 훌륭한 작품들만 보게 되니깐요. 그것만큼 못하게 되면 무의미하게 된다고 생각하다 보니 포기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은 다양하다. 대부분 현업을 이어가며 틈을 내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 중에는 몸이 불편한 20대 여성도, 중년의 여성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생각을 주고 받는 일종의 대학과 같은 기능을 하는 '커뮤니티'인 셈이다. 그래서 이 씨 스스로를 '커뮤니티 기획자'라고 부른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얻어지는 유무형의 가치들이 광주에서는 거의 없다시피 해요. 제 스스로가 느꼈고요. 함께 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은 다 같이 엉망진창이라는 점이고, 그러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하면서 완성하는 게 익숙해지는 거죠."
희망적인 것은 최근 유튜브를 통한 영상 콘텐츠 제작들이 활발해지면서 광주에서도 기존에 없던 다양한 창작자 그룹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것이다. 특히 광주에는 비엔날레와 아시아문화전당과 같은 문화기관들이 있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두드러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동일 집단, 닫힌 환경을 피하라"
"매일 만나는 친구들 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매일 만나던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았으면 좋겠고요."
이 씨는 지역에서 예술을 꿈꾸는 청년들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기를 권했다. 특히 지역의 청년들은 집단으로부터 고립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쉽사리 닫힌 환경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예술에 있어 동일 집단과 닫힌 환경은 가장 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작가적 측면에서 말하자면 서사라는 것은 자기 주변 사람들끼리 이야기해서는 절대 좋은 서사를 만들 수 없어요. 낯설고 다양한 사람들이랑 만나지 않으면 안되는 일입니다. 그 한계를 극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특히나 광주에 살면 더 그렇고요. 정 어렵다면 '잘하기 금지'에 함께하시면 됩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약속의 땅' 광주에 선 개발자 "설렘을 드리겠습니다"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가 지난 2일 광주 북구 한 카페에서 무등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⑩]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는 전북 정읍의 아이에서 목포의 대학생으로, 현재는 광주의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다. 유년과 청소년 시기 게임에 푹 빠져 지내던 그는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했다. 돈을 벌고자 함이 아닌,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수년씩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왜 힘든 길을 가냐'는 주변 지인들의 만류를 뿌리치는 게 일상이 돼 버린 '프로 무시러'는 최근 수년간의 결실이 빚어낸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유저로서 게임을 처음 접할 때의 '설렘'을 파는 게 꿈이라는 양 대표의 이야기를 최근 광주 북구 이그노스트㈜ 사무실에서 들어봤다.광주 북구 광주역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가 자사의 대표적 '유어 블라이트' 전시 모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타고난 개발자 성향…"끝을 봐야 완성""정읍에서 출생해 대부분의 생활을 전북과 전남을 오가면서 했어요. 옛날부터 게임 콘텐츠를 무척 좋아했고, 직접 개발하는 것도 즐겨했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직업으로 삼고 싶어졌고 결국 광주에서 제 나름대로의 큰 도전을 하고 있어요."양 대표는 어릴 때부터 게임 콘텐츠를 무척 좋아하던 평범한(?) 아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대중적인 게임을 좋아하기만 하던 또래들과 달리 그는 스스로 만들고 싶어 했던 욕구가 강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혼자 인터넷 속 세상을 휘젓고 다니며 게임 개발에 대해 배워갔고, 작은 프로그램을 하나씩 만들어갔다."혼자 깨작거리는 걸 좋아했어요. 누가 알아주지는 않지만 자기만족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실력이 좋진 않았는데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도 있었고…. 그래서 남들보다 하나만큼은 잘한 게 있다면 완성을 한다는 거예요. 완성을 안 하면 끝이 아니니깐."그런 개발자 성향은 군 복무 중에서도 이어졌다. 오히려 그때가 가장 열렬하게 게임 제작에 몰두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24시간 게임 만드는 생각만 할 정도였다. 낮에는 산업체에서 근무하면서, 밤에는 게임을 만드는 반복이 수년간 이어졌다. 그렇게 4년간의 노력으로 탄생한 작품이 2013년작 '샤덴 프로이데'였다.인디게임인 탓에 대중적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 작품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도 안 할 정도로 게임 제작이 그의 인생의 전부였던 때였다.◆기회를 찾아 수도권 갔지만…으레 지방 청년들이 그렇듯 그 또한 취업 문제로 인해 서울로, 천안으로 향하게 됐다. 부모님은 정읍에, 대학교는 목포에서 나왔지만 그가 원하는 회사는 지역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의 취업 경험은 오히려 그의 창업 욕구를 강하게 자극했다."어릴 때부터 자기 세상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자존감이 세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데는 거리낌 없는데, 취업하니 집단에서 시키는 부분만 해야 했고 만족을 못 하겠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더 재밌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해주질 않으니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할까요?"그순간 창업 결심을 굳힌 양 대표는 광주로 발길을 돌렸다. 광주가 태어나 나고 자란 지역의 중심도시이기도 했고, 창업을 위한 지원사업도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게임 개발만 했던 그였던 탓에 창업 준비가 쉽지만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서류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시간을 쏟다 보니 '괜히 했나'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특히 주변에서의 만류가 컸다. '아직도 게임을 만드느냐'는 일상적 반응은 그에게 '백색 소음'에 가까웠다. 오히려 게임 제작에 집중할 수 있는 동기가 됐다."사실 누구에게나 큰 도전으로 비칠 거예요. 고등학생 때 만든 컴퓨터 동아리때부터 자연스럽게 써오던 이름을 회사에 그대로 적용한 '이그노스트'가 우연찮게 주변의 만류를 무시한다(ignore)는 의미가 돼버렸네요. (웃음) 무시하고 거침없이 나가겠다는 의미인가. 하하하."지난 10월 19일 열린 제2회 광주게임오디션에서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와 그의 동료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그노스트㈜ 제공◆광주게임오디션 연속 '우승'…지역 대표 게임개발사로하지만 '찐 개발자'가 광주에서 빛을 발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년간 동료들과 진행해 온 프로젝트인 '유어 블라이트'가 지난해 '제1회 광주게임오디션'(2021 Good Game Gwangju)에서 우승하면서다. 화려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하면서 일약 광주의 '샛별 기업'으로 관심을 모았다.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1월 열린 '제2회 광주게임오디션'에 출품한 '백야기담'이 대상을 차지해, 광주게임오디션 최초 우승과 연속 우승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그에게 광주가 '약속의 땅'이 된 셈이다.특히 지난해 받은 상금 3천만원은 '유어 블라이트'가 세상에 빛을 보는 데 귀중한 씨앗이 됐다. 광주게임오디션에서 수상한 지 1년 만인 지난달 10일 스팀에 출시됐다. 턴제 RPG 방식인 유어 블라이트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호응을 받았다. 국내외 인디 게임 개발사들이 참가하는 '방구석 인디 게임쇼 2022' 추천 기대작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22'에서도 국내 게임 마니아들에게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현재까지는 다행히 100% 긍정적이예요. 홍보가 안 되고, 가격이 비싼 것에 비하면 판매 실적도 좋고요. 게임하신 분들은 '이런 게임 만들어줘서 좋다'고 말씀 많이 하시고, 지인들에게도 소문을 많이 내주세요. '오늘도 친구 하나 꼬셔서 팔았다'며 메시지 보내주시고요. 물건 파는 입장에서는 성취감을 느껴서 좋죠."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가 최근 출시한 인디게임 '유어 블라이트'(YOUR BLIGHT). 이그노스트 제공◆즐길 게임 부족…"만들어 보자" 결심"게임을 즐기는 것도 물론 즐겁지만, 처음에는 참견하고 싶었던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이렇게 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게임을 뜯는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또 재밌는 게임을 하면 나도 이런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양 대표는 대중적인 게임보다 인디게임에 관심이 컸지만, 국내에는 이를 만족시켜줄 만한 게임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는 말처럼 그가 원하는 게임을 찾기보다는 그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욕심이 생겼다.그의 최종 목표는 '설렘을 주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 기대치를 웃도는 콘텐츠로 유저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의 목표처럼 그가 출시한 게임마다 즐겨주는 유저들이 많다. 비교적 두터운 '팬층'이 생긴 셈이다."돈이 많으면 홍보라도 열심히 하겠지만, 그러지 않다 보니 제 게임을 해오셨던 분들이 가장 큰 마케팅이에요. 꾸준히 지켜봐주신 분들이 게임을 해보고 장문의 리뷰를 남겨주세요. '당신의 예전 어느 게임부터 지켜봐왔다'는 그런 말들을 해주시면서 응원해주시고 개인적으로도 연락해주시고, 후원해주실 때 큰 힘이 됩니다."실제 '유어 블라이트' 출시를 위해 크리에이터를 위한 크라우드펀딩인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시도했을 때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 모이기도 했다. 리워드가 딱히 있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든 게임 출시를 바라는 이들이 십시일반 후원해준 덕분이었다. 그중에서는 30만원, 50만원씩 후원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지난달 17일부터 3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지스타 2022'에 참가한 이그노스트㈜의 부스. 이그노스트㈜ 제공◆소프트웨어 창업에 완벽한 곳은 없다"무엇인가 완벽히 갖춰져야만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조금 비겁해요. 인프라 탓할 것은 아니라고 봐요."소프트웨어 창업 인프라가 좋은 서울이나 판교 등에서 시작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는 그의 답이다. 소프트웨어 창업에 장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실상 개발하는 데 있어 광역시 단위에서는 어디든 충분한 여건이 된다는 것.다만 인재를 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가 1인 개발자로 있을 때는 문제 될 게 없었지만, 창업하고 회사 규모를 커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문제다."약간 괴리감 같은 건데…. 저희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실력자가 필요한데 (지역에서는) 대부분 취업준비생이 포트폴리오를 넣어주세요. 이분을 가르칠 여력과 시간도 부족하지만,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내 사람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우선 드는 거죠."그런 면에서 양 대표는 지역에 인재풀이 다양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력 있는 이들이 지역에서 기업들과 매칭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몇개월 단위로 성과를 요구하는 게 아닌,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이 몇개월 만에 뚝딱하고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종사자들이 많다는 것. 그는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창작 욕구를 가진 이들이 많이 몰릴 것이라고 했다. 달리 말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메리트'를 충분히 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또 그는 지역의 청년들에게 기회 총량의 자체는 수도권이 크지만, 경쟁도 그만큼 심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비교하고, 그러다 보니 너무 방어적이고 재고…. 그게 사람을 주눅 들게 하더라고요.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게 하지 않나. 짧게 얘기하자면 너무 재지 말고 일단 해보고 뭐라도 이뤄내 보세요. 그러면 본인에게 엄청 가치가 있는 일일 거예요."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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