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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민주" vs "오만함 심판"···복잡한 지역 민심

입력 2026.05.31. 19:33 임창균 기자
초대 통합특별시 출범 속 대안 없는 지역 유권자들 착잡
“마뜩찮아도 민주”, “일당독점 싫어 국힘에 첫 한 표”
사전투표율 전남 38%·광주 27%에 역대 지방선거 최다
29일 오후 광주 서구 광천동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줄 서 있는 시민들.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살다 살다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는 날이 오네요. 불법 계엄과 탄핵 모두 문제지만, 민주당이 보여준 ‘일당독재’의 폐해와 이 과정에서 드러난 오만함도 그에 못지않다고 판단해 결정했죠.”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9일 광주시 북구 용봉동투표소에서 만난 김모(50대·여) 씨의 말이다. 오는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공식 출범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아닌 제1 야당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오만한 행태에 회초리를 들고 싶었다고 했다. 국힘을 지지해서 표를 준 것만은 아니라는 거다.

김씨는 “평생 민주당만 찍어왔지만 그렇게 해서 지역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집에 가면 가족들에게 ‘나 국힘 찍었다’고 당당하게 밝힐 생각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구조가 굳어진 광주·전남에서 민주당이 지역을 쥐고 흔드는 작금의 현실이야말로, 되레 ‘조용한 위기’ 같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29∼30일 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광주·전남지역 유권자들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났다. 지방선거는 막대한 지방재정을 집행하고, 개발사업을 인·허가하는 권한을 가진 대표를 뽑는 중요한 선거다.

문제는 민주당 전남광주통합시장과 단체장 등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광주·전남지역민들의 참정권과 선택권 제한 등에 대한 논란이다. 민주당의 후보 선출과 함께 선거가 끝나는 그들만의 리그가 매번 되풀이 되는 탓이다.

광주 북구 용봉동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치고 단체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이날 서구 화정1동행정복지센터서 만난 박모(50·여)씨도 비슷한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결국 민주당 후보를 찍긴 했지만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들은 ‘민주당을 밀어줘도 그만한 혜택을 못 받는 광주가 불쌍하다’고 한다”면서 “지역 정치 발전을 위해 견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기초의원은 진보당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29일 오후 찾은 광주 서구 화정1동행복복지센터 사전투표소 출입문에는 서구청장 무투표 당선으로 인해 해당 투표가 실시되지 않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민주당 일당 독점에 대한 심판론마저 감지되는 분위기다. 무투표 당선이 대표적이다.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광주·전남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자만 80명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4년 전 지방선거(63명) 때 보다 17명 늘었다.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김이강 서구청장 후보와 김병내 남구청장 후보가 각각 단독 등록했다. 통합시의원 선거에서도 광주 5곳, 전남 29곳에서 경쟁이 사라졌다.

같은 날 오후 광천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주민 양다혜(39·여)씨는 “투표지를 받고 기표소에 들어가자 한참 멍해졌다. 유권자 권리를 위해 찬반투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후보들 면면을 보면 이들이 과연 광주를 잘 알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당원 주권을 내세운 민주당의 독주 체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시·도민들의 목소리가 배제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점도 짚었다.

29일 낮 12시, 함평읍 함평어울림커뮤니티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안내원이 주민들을 안내하고 있다.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함평읍 함평어울림커뮤니티센터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이모(52·여)씨는 “직접 투표한 적도 없는데 누군가 이미 당선됐다고 하니 씁쓸하고 허탈하다”며 웃었다. 회사 동료들과 투표소를 찾은 김모(45·여)씨도 “투표소에 오기 전에 공약집을 열심히 읽었다”며 “무조건 1번만 찍으면 안되겠지만, 만일 찍더라도 제대로 알고 투표해야 한다”고 했다.

복잡한 속내는 높은 사전투표율로도 나타났다.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 마감 결과, 전남의 투표율은 38.95%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인 23.51%를 15%p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광주 역시 평균을 상회하는 27.83%로 전국에서 3위를 기록했다.

격전지 민심은 뜨거웠다. 전남의 경우 61.31%를 기록한 신안이 가장 높았고 진도(55.03%), 함평(54.21%), 강진(52.16%), 담양(51.8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 가운데 다수에서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후보 등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광주에선 민주당·혁신당 후보가 경쟁 중인 동구가 32.19%로 가장 높았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최류빈기자 rubi@mdilbo.com·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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