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뜩찮아도 민주”, “일당독점 싫어 국힘에 첫 한 표”
사전투표율 전남 38%·광주 27%에 역대 지방선거 최다

“살다 살다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는 날이 오네요. 불법 계엄과 탄핵 모두 문제지만, 민주당이 보여준 ‘일당독재’의 폐해와 이 과정에서 드러난 오만함도 그에 못지않다고 판단해 결정했죠.”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9일 광주시 북구 용봉동투표소에서 만난 김모(50대·여) 씨의 말이다. 오는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공식 출범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아닌 제1 야당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오만한 행태에 회초리를 들고 싶었다고 했다. 국힘을 지지해서 표를 준 것만은 아니라는 거다.
김씨는 “평생 민주당만 찍어왔지만 그렇게 해서 지역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집에 가면 가족들에게 ‘나 국힘 찍었다’고 당당하게 밝힐 생각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구조가 굳어진 광주·전남에서 민주당이 지역을 쥐고 흔드는 작금의 현실이야말로, 되레 ‘조용한 위기’ 같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29∼30일 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광주·전남지역 유권자들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났다. 지방선거는 막대한 지방재정을 집행하고, 개발사업을 인·허가하는 권한을 가진 대표를 뽑는 중요한 선거다.
문제는 민주당 전남광주통합시장과 단체장 등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광주·전남지역민들의 참정권과 선택권 제한 등에 대한 논란이다. 민주당의 후보 선출과 함께 선거가 끝나는 그들만의 리그가 매번 되풀이 되는 탓이다.

이날 서구 화정1동행정복지센터서 만난 박모(50·여)씨도 비슷한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결국 민주당 후보를 찍긴 했지만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들은 ‘민주당을 밀어줘도 그만한 혜택을 못 받는 광주가 불쌍하다’고 한다”면서 “지역 정치 발전을 위해 견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기초의원은 진보당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민주당 일당 독점에 대한 심판론마저 감지되는 분위기다. 무투표 당선이 대표적이다.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광주·전남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자만 80명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4년 전 지방선거(63명) 때 보다 17명 늘었다.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김이강 서구청장 후보와 김병내 남구청장 후보가 각각 단독 등록했다. 통합시의원 선거에서도 광주 5곳, 전남 29곳에서 경쟁이 사라졌다.
같은 날 오후 광천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주민 양다혜(39·여)씨는 “투표지를 받고 기표소에 들어가자 한참 멍해졌다. 유권자 권리를 위해 찬반투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후보들 면면을 보면 이들이 과연 광주를 잘 알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당원 주권을 내세운 민주당의 독주 체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시·도민들의 목소리가 배제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점도 짚었다.

함평읍 함평어울림커뮤니티센터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이모(52·여)씨는 “직접 투표한 적도 없는데 누군가 이미 당선됐다고 하니 씁쓸하고 허탈하다”며 웃었다. 회사 동료들과 투표소를 찾은 김모(45·여)씨도 “투표소에 오기 전에 공약집을 열심히 읽었다”며 “무조건 1번만 찍으면 안되겠지만, 만일 찍더라도 제대로 알고 투표해야 한다”고 했다.
복잡한 속내는 높은 사전투표율로도 나타났다.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 마감 결과, 전남의 투표율은 38.95%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인 23.51%를 15%p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광주 역시 평균을 상회하는 27.83%로 전국에서 3위를 기록했다.
격전지 민심은 뜨거웠다. 전남의 경우 61.31%를 기록한 신안이 가장 높았고 진도(55.03%), 함평(54.21%), 강진(52.16%), 담양(51.8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 가운데 다수에서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후보 등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광주에선 민주당·혁신당 후보가 경쟁 중인 동구가 32.19%로 가장 높았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최류빈기자 rubi@mdilbo.com·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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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박선원 "혐오금지법 도입"···전라도 혐오 근절 공감대 확산
5·18 공법3단체공법단체(5·18민주유공자유족회,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이 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앞에서 배재고 관련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선처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ygs02@mdlibo.com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댓글창 등에서 10·20세대의 ‘밈(Meme)’과 오프라인 놀이 문화로 변질·확산하고 있는 ‘전라도 혐오’의 심각성을 다룬 본보 기획 보도 ‘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에 스민 낙인’(7월 9일자 1·2·3면)과 관련,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혐오 표현) 방지법’ 도입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사회와 일상 생활 곳곳에 독버섯 처럼 스며든 전남광주에 대한 무차별적인 ‘전라도 린치’ 현상의 악순환을 끊어내자는 취지에서다.◆송영길·박선원 “일본 사례 검토 등 실질적 대안 마련”송영길 국회의원(인천 연수구갑)은 9일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뿌리 깊은 지역 혐오 발언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송 의원은 이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이하 광주특별시의회) 광주청사 브리핑룸에서 “일본은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이 조례로 만들어졌는데, 일본 사례 등을 검토해 당 대표가 되면 조례 발의 등을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6년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을 제정, 국가 차원에서 혐오 발언을 방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 처벌 조항이 없다보니 지자체 조례로 재일동포 등에 대한 혐오 발언이 나왔을 때 과태료 부과 등을 통해 제재하고 있다. 특히 본보가 지적한 ‘서남권 반도체 투자’를 중심으로 한 왜곡·혐오 행위에 대해서도 공론장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날 광주특별시의회 광주청사에서 민주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박선원(인천 부평구 을) 국회의원 역시 “이제는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이라는 실질적이고 강력한 대안을 통해 호남에 만성적으로 뿌리내린 조롱 현상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는 구조적 폭력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나주 출신인 박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생각 역시 (만연한) 혐오 표현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상황 자체를 근본적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국회 문체위나 과방위 등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저 역시 모든 역량을 발휘해 호남 혐오를 멈추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 “호남이 민주주의의 위기마다 국가를 지키는 보루 역할을 해왔음에도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해 안타깝다”고 말했다.5·18기념재단은 본보가 공론화 한 ‘전라도 혐오’ 현상을 언급하며 강력한 행동을 촉구했다. 5·18기념재단은 이날 논평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악의적 혐오와 전라도 등 특정 지역을 향한 맹목적인 비하 발언이 하나로 얽혀 일상의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를 정략적으로 부추기며 갈등을 심화시키는 정치권과 일부 사회 구성원들의 행태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5·18재단은 “그 간 사후적 법률 대응의 한계를 넘어, 혐오 범죄를 응징하겠다는 최근 국정 기조에 발맞춰 교육 당국 및 온라인 플랫폼 기업 등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며 “혐오 발언에 대한 명확한 필터링 및 차단 기준을 세우는 등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 마련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온라인 포털과 커뮤니티에 쏟아진 ‘전라도 혐오’ 댓글.◆위로와 분노 쏟아낸 시민들본보 기획 보도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했다. 특히 대기업의 전남광주 투자 소식 뒤편에 숨은 잔혹한 비하 댓글의 실태를 고발한 ‘전라도에 지으면 중국산 반도체?…국책사업 삼킨 호남 린치’ 기사는 포털에 공개되자마자 누적 조회수 30만회를 가볍게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댓글만 1천400여 개가 달렸다. 전라도 혐오 문제가 단지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세대와 지역을 넘어선 사회적 화두라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특히 댓글 창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과 갈라치기 행태를 성찰하고 호남을 향해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눈에 띄었다. 한 누리꾼은 “우선 광주 시민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건넨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왜 이런 차가운 눈치를 보고 피해의식에 놓이게 되었는지 현재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정치하는 어른들이 문제인데 왜 죄 없는 지역민들을 이렇게까지 몰고 가는지 그들의 한심함에 통탄한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 것이 현재 대한민국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국민들을 편 가르고 갈라치기 하여 분열시키는 정치 세력들은 목적이 무엇인가? 무섭고 두렵다”고 지적했다.이와 함께 “어쩌면 이렇게 아무런 논리도 없이 ‘호남은 무조건 안 된다’는 말을 할 수가 있나. 과거엔 저런 비뚤어진 생각이 있더라도 소리 내어 말하면 완전히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분위기였는데, 도대체 사회가 얼마나 망가졌으면 아무렇지 않게 저런 차별 발언을 입에 올리느냐”, “광주, 정말 서럽겠다. 토닥토닥 위로를 건넨다”, “이건 그냥 기득권들의 추악한 통치 방식이다. 전라도가 타깃이 아니면 제주도든 충청도든 어느 한 곳을 골라 ‘왕따’ 시키고 이익을 취할 인간들”이라는 등 공감과 뼈아픈 비판이 주를 이뤘다.그러나 이러한 반성과 성찰의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낙인과 혐오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악성 댓글 또한 적잖았다. 본보가 지적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고스란히 방증한 것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호남은 100% 민주당, 5·18운동에 빨대 꽂고 정치하는 인간들 옹호하면 끝나지 않느냐”며 본질을 비틀었다. 그러는 한편 “경상도에 무슨 짓을 해도 전라도는 아무 말 않고 있던데 경상도는 매국노 DNA가 너무 많다”며 또 다른 지역감정과 비하를 생산, 악순환되는 혐오의 고리를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강승희기자 wlog@mdilbo.com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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