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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응급실 ‘뺑뺑이’ 해소, 배후 진료 역량 확보가 우선

입력 2026.05.31. 18:40 조덕진 기자

정부가 응급실 환자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이 공과를 남긴 채 일단락됐다. 보건복지부는 광주·전라 권역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중증 환자 사망이 줄고 응급실 수용은 31.5% 증가했다며, 이를 토대로 오는 9월까지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통계상으로만 보면 응급실 ‘뺑뺑이’의 해법을 찾은 듯하다.

하지만 수치와 달리 일선 의료 현장의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젊은 의사 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현장 의료진의 71%가 이 사업에 3점 이하의 혹평을 내렸다. 특히 응답자의 82%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응급실 뺑뺑이의 본질은 이송체계의 미비나 응급실 침대 부족이 아니다. 응급실에서 일차 처치를 마친 환자를 받아 곧바로 수술실로 올릴 수 있는 외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이른바 ‘배후 진료’ 인력과 인프라의 붕괴가 진짜 원인이다.

환자를 강제로 배정해 응급실 문 안으로 밀어 넣는다고 한들, 최종 치료를 담당할 전문의가 없다면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없다. 오히려 과부하에 걸린 의료진의 이탈만 가속화할 뿐이다.

정부는 7월까지 지침을 정비해 9월 전국 확대를 밀어붙이겠다는 속도전을 멈춰야 한다. 법적 안전망 확보와 함께, 소아청소년과 등 고질적인 진료역량, 진료 인력 확충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의료안전망만 강조할 경우 환자단체 등 국민적 저항도 우려되는 등 형식적인 이송체계 혁신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지방과 필수 의료의 배후 진료역량을 실질적으로 키우는 근본적 처방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장의 비명을 외면한 땜질식 강제 수용은 응급의료 체계의 붕괴를 앞당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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