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30년 지역발전 단체장 역량서 갈려
성공적 지방행정 지역 이해 기획·실행력
지선 정치이벤트넘어 지역 생존의 문제
6월3일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14일과 15일 후보등록과 함께 오는 21일부터 13일간 뜨거운 승부에 돌입한다. 광주전남 정치구도가 고착화되면서 후보 검증보다 조직중심 경쟁이 반복되는 한계도 드러냈다. 고소와 고발 후유증도 크고 그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선거는 투표율과 득표율에 관심이 모아진다. 광역을 비롯한 시군구 의원과 기초단체장 선거는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정의당·무소속 후보들이 예측불허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30년이 넘었다. 일방적 중앙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스스로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행정으로, 관선때보다 역동적임을 실감한다. 그렇다고 모든 지자체 행정 수준이 똑같지는 않다. 단체장의 능력에 따라 지역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선 관광형 혁신이 대표적이다. 지역마케팅 차원에서 문화관광자원이 빈약한 함평군은 1999년부터 나비축제를 개최해 청정고을로 전국에 각인되고 봄에는 가봐야할 곳 1, 2순위에 올랐다. 20년 동안 ‘나비함평’은 유효한 브랜드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특성에 맞는 아이디어 하나가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담양군과 순천시는 지역 생태자원인 메타세콰이어 가로수와 관방제림, 순천만 등 지역생태자원을 활용해 문화의 산물로 창조하고 도시브랜드로 키웠다.
순환경제형 모델도 있다. 완주군 로컬푸드 정책과 강진군이 쏘아올린 반값여행이 손꼽힌다. 지방정부가 관광을 통해 정부 교부금 산정 기초가 되고 있는 생활인구와 지역경제를 연결한 실험들로, 전국 지자체도 다양한 이름으로 도입하고 있다.
신안군의 복지공유형도 눈에 띈다. 전국 최초로 햇빛과 바람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태양광·풍력발전 이익을 발전사만 독점이 아닌 이 시설이 설치된 지역 주민들과 일정 금액을 공유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많은 지자체와 기관단체 등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중앙에서 재단한 기성복같은 정책에서 벗어나 각 지역 몸에 맞는 정책을 국가적 의제로 발전, 지방정부의 역량을 과시했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성을 갖기 위해 보완 요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지방소멸시대에 소도시에서 이를 돌파하는 실험들을 시도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주체는 지방정부다. 단체장의 상상력과 추진력은 작은 도시를 전국 브랜드로 바꾸기도 했다. 반면 일부 지자체는 단체장 교체때마다 핵심 사업이 중단되거나 무리한 개발사업과 선심성 축제에 예산을 쏟아부어 지속가능성을 해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물의 스타성보다 행정시스템과 지역사회 협력 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핵심요소이다. 이는 단체장이 갖춰야할 덕목으로 대입된다.
단체장에는 지역문제를 스스로 발굴하는 기획력과 비전 제시 능력, 중앙정부를 설득할 정책 역량, 단기 치적보다 지속가능성을 보는 안목 등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지방자치 30년을 돌아보면 정당을 떼어놓고 말할수 없다. 정당공천제 도입으로 그동안 유력 정치인들이 공천을 좌지우지해 지역민들의 불신과 원성을 샀다. 이러한 우세한 정치지형 구조에서 선출된 리더들의 자치 실행력은 권한만큼이나 실력이 기대에 못미쳐 지방자치를 퇴행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민선9기가 대내외적으로 맞딱드릴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근본적인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고난도 문제에 중동발 고유가와 고환율 등으로 파생되는 현안은 지방이라고 예외가 아님은 분명하다.
특히 인구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속에서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청년유출을 막고,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할 숙제를 풀어야 하기에 지방정부의 실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지방자치는 단순 행정 결재처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 행정통합 논의속에서 오는 7월1일 40년만에 한 살림을 꾸리는 광주전남은 수도권에 대응할 특별시로서 행정협력과 공동성장 전략도 중요해지고 있다. 지역의 미래가 중앙정치 구호보다 현장 이해와 실행력있는 단체장에 달려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할 수 밖에없다.
그렇다고 특정 정당의 우세가 반드시 문제는 아니다. 다만 유권자들이 익숙한 정치구도에만 기대어 후보를 선택할 경우 지역발전의 기회를 놓칠수도 있는 점은 그동안 지방자치 30년의 학습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번 6·3지방선거는 주민에 의해 지역 미래를 선택하게 된다. 유권자들은 단순한 인지도보다 재정운영 능력과 공약이행가능성, 지역산업과 연계된 장기 전략까지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는 정당의 승부가 아니라 앞으로 4년 지역의 생존전략을 선택하는 일이다.
또한 단체장 한사람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행정보다는 다음세대까지 이어질 인구, 산업, 교육, 주거 등 지속가능한 지역구조를 만드는 데 지방의회와 지역대학, 기업, 시민사회 등 거버넌스형 리더십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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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청년 떠난 광주·전남...통합시장은 뭘 준비해야 하나
15년 전 쯤에 썼던 낡은 취재수첩을 꺼냈다. ‘양심’이란 단어가 주는 양가적 감정 때문이었다. 위기는 기회였다. 국난은 되레 국민을 뭉치게 했다.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겪던 시기였다. ‘양심냉장고’는 암울했던 사회 분위기에 한줄기 빛이었다.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사람들은 울고 웃었다. 신용·믿음의 상징인 양심이 화두로 등장한 배경이다.고육지책이었다. 전남 장성군 북하면 신촌마을 입구의 ‘양심가게’가 문을 연 건 2005년 5월이었다. 농촌 인구가 갈수록 줄면서 마을 구판장이 폐업하면서다.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초고령화 된 공동체는 흔들렸다. 거동조차 힘든 주민들이 간단한 생필품 하나 사기 위해 20㎞ 이상 떨어진 읍내까지 나가야 했다. 당시 마을 이장이 수 백만원의 사비를 털어 가게를 오픈한 이유다.결국 문 닫은 장성 양심가게주인은 따로 없었다. 주민들은 지켜보는 이가 없더라도 각 물품 아래 붙은 가격표를 보고 동전과 지폐를 가게에 두고 가는 시스템이었다. 전국 최초 무인 양심가게 탄생에 국민은 환호했다. 때마침 대기업 광고와 방송 다큐멘터리에 소개되면서 방문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우여곡절도 겪었다. 이듬해 가을, 200만원 상당의 절도 사건에 CCTV를 설치했다가 3일 만에 뗐다. 경찰에 신고도 못한 채 속앓이만 했다. 자부심에 상처가 났다.결국 고령화와 탈 농촌의 그늘을 빗겨가지 못했다. 사랑방 역할을 했던 양심가게가 문을 닫았다는 뉴스에 속내가 복잡했던 이유다. 20여 년 전, 가게 문을 열 당시 51가구 136명이 살았던 마을엔 현재 30여 명만 생활한다고 했다. 단골 고객이었던 어르신들 대부분이 세상을 떠난데다, 요양시설과 자녀 집 등에 머물고 있는 주민들도 많아서다. 애써 외면했던 현실이 언친 듯 걸렸다. 장성의 무인가게는 전남 일선 시·군이 겪고 있는 농업·농촌 문제의 축소판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우리네 미래를 암시하는 듯 해서다. 주민과 인프라가 사라진 마을에선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양심가게 이야기를 꺼낸 건 광주·전남의 상황이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광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25년 11월 139만4천301명으로, 인구 140만 명이 무너진 지난 한 해에만 1만3천여 명이 순유출됐다. 올해도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1분기 광주의 인구 순유출 규모는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광주에서 3천973명이 순유출돼 경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순유출률도 1.2%로, 세종에 이어 전국 2위 수준이었다. 전남은 지난 1분기 1천498명이 순유출됐다.문제는 청년들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광주에선 매년 6천여 명에 달하는 청년이 떠나고 있다. 청년으로 분류되는 20~39세 인구는 지난해 34만5천785명이다. 전체의 24.8% 수준. 5년 전, 27.29%에 비해 2.49%p 줄어든 수치다. 고용률도 낮다. 광주의 분기별 고용률은 37%대로, 서울(50%대)과 10%p 이상 격차를 보였다. 수도권에 청년이 빠르게 집중되면서 실업률 증가와 부동산값 급등 등 부작용이 되풀이 되고 있다.이처럼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침체 등 위기의 광주·전남에 기회가 왔다. 인공지능(AI)과 에너지로 대표되는 최첨단 산업의 대전환 시기와 맞물려서다. 막대한 지방재정을 집행하고, 개발사업을 인·허가하는 권한을 가진 대표를 뽑는 6·3 지방선거가 일주일 뒤 치러진다. 전국 첫 광역단체 간 통합에 따라 320만 명 규모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첫 수장이 선출되는 거다. 지역내총생산(GRDP) 150조원 규모의 초광역 지방정부다.대의 민주주의 위기 속, 미래는선거기간, 여러 경고음이 잇따랐다. ‘대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거다.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광주·전남지역 민심 이반과도 무관치 않다.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공천 잡음과 함께 무투표 당선 등 그 간 지속된 일당 독점 폐해와 부작용 등이 갈수록 악화되면서다. 그들 만의 잔치가 돼 가는 건 민주주의의 위기다. 공천 후폭풍에 휩싸인 민주당의 균열을 틈타, 조국혁신당과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이 눈길을 끌 정도다.통합된 전남광주의 꿈을 위해선 ‘강한 지방’이 전제돼야 한다. 문제는 가시밭길도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광주와 전남, 전남 서부권과 동부권 등 각 지역 간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민선 9기, 통합시장 취임 때부터 핵심 현안을 놓고 잠재된 갈등과 지역주의가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시 주청사와 의회 청사 ▲20조원 재정인센티브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국립전남의대 ▲군공항 이전과 무안국제공항 이슈 등이 대표적이다. 7월 공식 출범을 앞두고 시·도민들의 신뢰를 토대로 한 협력과 협치를 위한 통합 동력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광역단체장이 대권 경쟁에 나서는 시대다. 전남광주통합시는 첫 수장 취임과 함께 낙후된 광주·전남 발전 등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 경쟁력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는 거다. 수도권 블랙홀에 중앙-지방 격차와 불균형은 갈수록 심 화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정책에 맞춰 통합을 이뤄내는 등 이른바 ‘퍼스트 펭귄’을 자처한 것도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퍼스트 펭귄’을 자처할 만큼 절박하다.투표엔 미래 가치가 담겼다. 전남광주통합시의 새로운 브랜드와 방향성은 상상력이 필요한 고차 방정식이다. 통합시가 초고령화된 전남지역 농촌은 물론, 청년과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전남광주 유권자들이 시장 후보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리더는 도시를, 도시는 리더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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