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5·18 사적지 옛 적십자병원, 트라우마 치유센터로 재탄생

입력 2025.11.10. 18:15 유지호 기자
옛 광주적십자병원 모습.


광주광역시 동구 불로동 174 옛 광주적십자병원. 광주천 앞, 골목 모퉁이 낡은 건물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사적지다. 45년 전,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들이닥친 공수부대에 맞섰던 광주 시민들의 상흔이 깊게 배인 곳이다. 계엄군의 무자비한 총격에 피를 흘리는 부상자들이 속출하자, 시민들은 "피가 모자란다"는 소문에 제 피를 나누려 긴 줄을 섰다. 5월 21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직후였다. 생명·나눔·연대, 대동정신의 상징으로 꼽히는 이유다.

소설과 영화에도 곧잘 등장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 속 무대가 됐던 '소년이 온다'가 대표적이다. 한강 작가는 아버지(한승원 작가)가 가져온 '5·18 사진첩'을 통해 이 병원을 처음 접했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가슴에 품은 순간이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도 주인공 만섭(송광호)과 광주 택시기사인 황태술(유해진)이 처음 만난 곳이다.

이 같은 상징성·장소성을 지닌 옛 광주 적십자병원이 트라우마 치유센터로 거듭난다. 광주시는 옛 적십자병원 보존·활용 계획안을 마련하고, 19일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병원은 2천393㎡ 면적에 본관(지하 1층, 지상 4층), 별관(지상 2층), 영안실(지상 1층)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시는 지난 2014년 폐쇄된 병원의 주요 역사적 공간을 보존하고, 트라우마 치유 실증센터도 만들 계획이다. 건물 리모델링을 통해서다. 1층은 역사성을 살렸다. ▲생명나눔 공간(헌혈센터) ▲디지털 역사관 ▲응급실·진료실 보존 공간 등이다. 2·3층은 치유공간이다. 인공지능(AI) 기반 트라우마 치유 실증센터와 함께 헌혈실·중환자실·수술실 보존 공간을 둔다. 옥상에는 정원과 휴식 공간도 마련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그 간 5·18 단체, 시민단체, 건축 전문가, 공공건축가 등이 참여한 전담팀(TF)을 꾸려 의견을 수렴해 왔다"면서 "5·18 정신의 기억과 치유의 상징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병원은 1996년 4월 서남학원재단으로 인수됐다. 서남대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어 운영됐지만,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폐쇄됐다.

유지호기자 hwaone@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