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성에서 이순신 열선루 축제가 열렸다. 보성 열선루 축제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400여년전 바람앞에 촛불같던 조선을 위기에서 구한 이순신 장군의 지략과 나라사랑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되살리는 시간이었다. 이순신에게 보성은 전략지로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곳이다. 1592년 4월13일 조총을 앞세우고 순차적으로 부산에 상륙한 15만명의 왜군은 20일만에 한양에 상륙했다. 선조는 작전상 도성을 비우고 파천을 감행했다. 육전에서 허망한 패전을 거듭하던 조선은 해전을 압도했다. 호사다마라고, 연승행진을 이어가던 이순신에게 불운이 닥친다. 선조 임금의 명령을 거부한 죄명으로 삼도수군통제사직을 박탈당하고 투옥된다. 그런데 후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 원균이 이끈 수군은 왜군에 의해 초토화됐고, 이순신은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임명을 받는다. 1597년 8월 3일이었고, 남은 병사는 15명이었다. 조선 수군 재건에 나선 이순신은 보성을 전초기지로 삼았다. 보성군수를 역임한 방진의 딸인 부인 방씨가 자란 곳이 보성이었다. 이순신은 1597년 8월 9일부터 18일까지 보성에 머무르며 군사와 군량을 모으고, 화살 등 군기와 군선을 제작했다. 이해 9월16일 판옥선 13척과 왜선 133척의 대결인 명량대전의 기적을 이끌어내는 밑돌을 놓았다.
이순신의 보성 10일간 활동에서 열선루는 지도자의 고뇌와 결단이 녹아있는 장소이다. 현재 보성읍 보성리 보성군청 북쪽에 자리한 열선루는 15세기 건립된 정자였다. 몇차례 규모와 이름을 바꾼 열선루에 이순신은 진도군수 부임때 들렀던 곳을 비롯해 4차례 찾아왔다. 특히 조선 수군 재건의 중심이된 보성에서 활동하던 그가 '신에게 지금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고 육전 참여를 거부하는 내용의 장계를 써서 조정에 올렸던 곳이 열선루다. 전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선조가 보낸 조선 수군 철폐 유지에 대한 답이었다. 우리에게 국민시조로 알려진 '한산섬 달밝은 밤에 큰 칼옆에 차고' 시작되는 한산도가를 쓴 곳도 열선루라고 전 독도박물관 이종학관장이 주장한 적이 있다. 열선루터는 지난 2014년 노기욱 남도이순신연구소장에 의해 공식 문헌을 통해 확인됐고, 지난 7월 11년만에 지금의 자리에 복원됐다. 열선루에는 400여년전 명나라와 일본의 전장터가 된 조선을 지켜낸 이순신의 선사후공의 정신과 이름없는 호남 민초들의 살아있는 역사혼이 오늘도 흐른다.
이용규 신문디자인국장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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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포스트 노잼광주 담론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거리 풍경.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지난 수년간, 그러니깐 2020년대 초중반 광주를 지배한 담론은 '광주 낙후론', '노잼광주론'이다. '광주 낙후론'이 대개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산업·자본 편중과 대비해 '호남 소외'라는 걸 부각하는 것이라면, 노잼광주론은 문제 해결 능력 '불능'에 가까운 우리 내부를 향한 성찰에 가깝다. 호남 낙후가 다시 내부의 비정상적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 노잼광주를 만든다는 점에서 이 둘은 쌍둥이에 가까운 담론이기도 하다.사실 두 담론은 광주가 다양성이 취약한 데서 비롯된다. 다양성이 높은 도시일수록, 지역일수록 발전의 속도가 다르다. 경쟁력 있는 세계 유명 도시 대부분이 항구라는 사실은 무역에 유리하다는 지형적 특성도 있지만, 다양한 DNA 유입이 바탕에 됐다는 걸 보여준다. 유전적 다양성이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 광주는 유전적 동질성이 두드러진다. 호남을 배제하는 국토발전 결과 많은 인구가 빠져나갔는데, 그만큼 들어온 외지인은 없었다. 동질성이 강하니, 공동체 정신은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힌다. 이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풀어내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걸 의미한다. 이해관계가 얽히니 풀어가기보다는 덮어둔다. 신안에서 이른바 '염전노예'(노동착취)가 발생했을 때 온 마을이 침묵하거나 혹은 협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갇힌 사회일수록 보편적 관점에서의 비정상과 정상의 경계는 무너진다.2021년 대선 때 발생한 복합쇼핑몰 논쟁은 우리 지역의 '문제 해결 능력', 즉 거버넌스 작동 구조가 얼마나 후진가를 보여주는 문제였다. 문제를 풀어내지 않고 덮어두는 데 익숙했던 우리 지역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을 뿐이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도시는 재차 낙후하고 노잼이 될 수밖에 없다.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와도 그 아이디어를 실행해 낼 '거버넌스'가 불능이기 때문이다.이 같은 상황에서 광주에 필요한 리더십은 문제를 덮어 놓지 않고, 해결할 리더십이었다. 지난 2022년 민주당 경선에서 강기정 현 광주시장이 '빠른 추진력', '밀린 숙제'를 내세운 건 자연스러운 맥락이었다.하지만 광주 도시 담론의 지형은 그사이 바뀌었다. 광주 낙후론은 여전히 작동하지만, 노잼광주론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광주에 기반한 유명 유튜브 채널인 '노잼광주'도 '채널광주'로 이름을 바꿨다. 새로운 담론이 떠오르고 있다는 뜻이다.그렇다면 새로운 담론은 뭘까? '더현대 서울'보다도 1.5배가 크다는 '더현대 광주'가 들어서기로 하는 지금, 거대하고 고급스러운 경험의 단일 공간 욕구는 충족된다. 그렇다면 이제 대규모 개발 그 너머의 단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쏟아질 것이다. 그건 필시 '도시 경험'일 것이다. 즉,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어쩌다가 한 번 가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걷고 머물고 소비하는 공간의 '품질'이다.도시경험의 품질이 시민 삶의 질을 올리고, 더 많은 인재를 광주로 오게 할 수 있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도시경쟁력의 필수적 조건이다. 유아차를 끌고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보도 환경, 폭염·폭우 등 자연재난에도 끄떡없는 기반시설, 주거지 인근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변 공간, AI 기반으로 정교해진 교통·생활 서비스, 일상적으로도 즐길 수 있는 개성 있는 동네 상권 등…. 시민이 매일 사용하는 공간의 품질이 곧 도시의 매력도가 되는 시대다. 도시에서 겪는 경험이 매력적이지 않은데, 인재 유입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포스트 노잼광주 담론이 도시경험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새 담론을 받아들일 리더십을 기대한다.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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