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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호남은 '광주·전남'만이 아니다. '전북'이 함께한다.

입력 2025.09.04. 18:10 이용규 기자
박홍근//건축사, 공간복지생각 대표

호남은 광주·전남일까, 아니면 전북까지 포함해야 할까. 현 정부의 '5극3특' 구상은 이 오래된 이름에 새로운 경계를 그리고 있다. 행정 편의적 구획이 천년의 이름을 바꾸려는 것이다.

정부의 국가 균형 발전 전략은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을 다섯 거점과 세 개 특별자치도로 나누었다. 수도권,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경권(대구·경북), 중부권(세종·대전·충청), 그리고 호남권(광주·전남)을 '5극'으로. 강원, 제주, 전북은 특별자치도인 '3특'으로 따로 묶였다. 얼핏 보면 전국을 균등하게 나눈 듯하지만, 정작 호남은 축소되었다. 호남을 광주·전남으로만 한정하고, 전북을 따로 떼어낸 것이다.

그러나 호남은 본래부터 광주·전남만이 아니었다. 고려 현종 때 전주와 나주의 앞 글자를 딴 전라도가 설치되었고, 이후 '호남'은 전라도의 별칭으로 자리 잡았다. 금강의 옛 이름 호강(湖江) 남쪽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으니, 충남 남부와 전북, 전남, 광주까지 포괄하는 이름이었다. 8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호남은 전북·전남·광주를 함께 일컫는 고유명사였다.

행정 구획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름은 곧 정체성이다. 800년의 호남을 광주·전남으로 줄여 부르는 것은 정체성 왜곡이다. 전북을 따로 한 채 호남을 축소하면 심각한 문제가 뒤따른다.

첫째, 역사와 문화의 단절이다. 호남은 단순한 행정 구역이 아니라 생활문화권이다. 강과 산맥, 생활권을 기준으로 형성된 정체성이 정책 편의로 잘려 나가면 문화적 뿌리가 흔들린다. 정책 용어가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고 시민들은 이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순간 호남의 역사와 문화는 반토막이 된다.

둘째, 연대의 약화다. 지금은 전북이 특별자치도로 독자 행보를 걷지만, 언젠가는 다시 광주·전남과 손잡을 때가 온다. 정책은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남=광주·전남'이라는 축소된 개념이 굳어지면, 전북과 함께할 명분이 사라진다. 각각 정책 흐름에 맞춰 발전하면서 호남, 전라도의 정체성의 끈은 유지되어야 한다.

셋째, 인문·지리적 혼란이다. 후세는 지명을 통해 역사를 배운다. 잘못된 명칭이 굳어지면 역사적·지리적 인식마저 왜곡된다. 천년의 전라도, 800년의 호남이라는 지명이 2025년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책적 오류로 범위가 축소되었다면 역사의 오점이 될 것이다. 이름의 힘은 크다. 이름에는 역사가 녹아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행정 구획 상 광주·전남만 지칭해야 한다면 차라리 '광전권'이라 부르는 편이 낫다. 또는 '서남권'이라 할 수도 있다. 두 표현은 모두 전북이 빠진 현재 정책의 행정 권역을 설명하면서도, '호남'이라는 고유한 이름을 훼손하지 않는다. 호남이라는 말은 본래 전북을 포함한 전라도 전체를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남겨 두어야 한다.

정책은 시대에 따라 바뀌지만, 이름은 함부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이름은 역사의 압축이고, 문화의 상징이며, 정체성의 뿌리다. 호남이라는 이름을 축소하는 순간, 전라도 천년의 역사가 축소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의 깨어 있는 자각이다. 생각이다. 실천이다. 중앙의 정책 언어가 우리 지역을 정의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이름을 지키는 것이 곧 지역을 지키는 길의 시작이다.

호남은 광주·전남만이 아니다. 호남은 곧 전북·전남·광주다. 800년의 이름을 지켜내는 것, 이것이 지역 균형 발전의 출발점이며 지역이 당당히 설 미래의 토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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