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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뢰맞고 기적같은 퇴원···광주서석고 교사 "두 번째 삶 선물받아"

입력 2024.09.12. 16:03 이관우 기자

"두 번째 삶을 선물 받았어요. 하루하루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광주에서 낙뢰를 맞아 쓰러진 광주서석고등학교 교사 김관행(29)씨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과정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다.

김씨는 낙뢰에 맞은 후 40여분간 심장이 멈췄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응급의학과에서 에크모(ECMO·인공심폐기계)를 다룰 수 있는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돼 빠른 처치가 가능했다.

그는 16일간의 중환자실 치료 후 28일 만인 지난 2일 퇴원했다.

김씨는 지난달 5일 조선대학교에서 연수를 받고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광주·전남지역에 3천번에 가까운 낙뢰가 관측된 날이었다.

쓰러진 김씨를 한 시민이 119 신고 후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김씨는 이내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갔다가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전원돼 심정지 통합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심장은 다시 뛰었지만 이미 40분이나 지난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심장이 멎은 후 5분이 지나면 혈액과 산소 공급이 안돼 심장과 폐는 물론 뇌까지 문제가 생길 확률이 크다.

김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3일간 에크모로 심장과 폐의 집중치료를 받았다.

첫 날 밤이 고비였다.

김씨는 다발성 장기부전과 피가 멎지 않는 파종성 혈관 내 응고(DIC)까지 오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했지만 결국 이겨내고 입원 10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었다.

김씨는 건강하게 퇴원했지만 장기간 입원으로 인한 섭식 장애, 근력 감소, 발뒤꿈치 피부 손상 등으로 아직은 걷기도 힘들다. 학교 복귀 또한 아직 기약이 없다.

그는 "번개 맞은 전날부터 거의 10일간 기억이 전혀 없다"며 "심장도 40여분간 멈추고 장기도 다 망가졌을 텐데 끝까지 힘든 치료 과정을 버틸 수 있게 도와준 의료진과 회복을 믿고 기다려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는 낙뢰 손상뿐 아니라 심정지 후 증후군도 함께 동반돼 있어서 치료가 더욱 쉽지 않았다. 솔직히 처음엔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며 "치료가 매우 어렵긴 했지만 무엇보다 환자의 살고자 하는 의지와 정신력이 매우 강력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고 했다.

한편 김씨는 퇴원 후 지난 4일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발전후원금 1천만원을 기탁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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