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약수터) 서울 한복판

입력 2023.07.23. 17:39 이관우 기자

5천만 국민의 20% 가까이가 살고 있는 거대 도시 서울.

땅덩어리가 크다지만 어디를 가나 사람이 북적이는 건 일상이다.

때문에 편차는 있겠으나 서울은 모든 곳이 '서울 한복판'이라 불릴만하다.

서울 한복판이라 하면 일단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떠오른다.

서울 한복판의 풍경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거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상을 마주치게 된다.

어딘 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노에 찬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고성을 지르는 사람도 있고,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무리도 빈번히 목격된다.

이렇듯 서울 한복판은 '거리'를 매개로 우리 삶의 애환이 깃든 곳이다. 전국에는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형태의 서울 한복판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광주는 금남로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 한복판이 사람들 인식에서 부정의 의미로 각인될 수 있는 사건이 터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주말 신림역 인근에서 30대 남성이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현장 검거 당시 그는 계단에 주저앉아 무덤덤한 표정으로 "열심히 살아도 안되더라고…"라는 짧은 말만 남겼다.

사람이 북적이는 대낮 서울 한복판에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피의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무방비로 공격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반사회적 범죄가 서울 한복판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 납치 살해 사건, 금천구 보복 살해 사건 등 강력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다.

서울 한복판이 더는 안전지대가 아닌 걸까.

피의자는 범행 장소로 신림역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이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어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알기에 정했다'는 식으로 진술했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호신용 스프레이나 전기 충격기 등 호신용품이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기억이 가득한 서울 한복판이 앞으로 공포의 장소가 될까 봐 걱정이다.

거리를 걷다가 누군가와 눈만 마주치더라도 호신용품을 꺼내야 할까 고민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이관우 취재2본부 차장대우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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