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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사적 제재

입력 2023.06.11. 15:18 김현주 기자

'사적 제재'란 국가 또는 공공의 권력이나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개인이나 사적 단체가 범죄자에게 벌을 주는 일을 말한다.

피해를 구제해 주거나 억울함을 갚아준다는 뜻에서 '사적 구제'나 '사적 보복'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복수법'이 국가의 공식 법령으로 사적 복수를 허용한 사례다. 고려 광종의 공포정치와 숙청으로 호족들의 피해가 매우 컸다. 경종이 즉위하자 호족 왕선 일파가 복수법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경종이 이를 받아들여 975년 복수법을 제정했다.

누구나 원한을 가진 상대에게 복수를 할 수 있게 됐다. 길에서 갑자기 사람을 때려죽여도 복수라고만 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복수를 빙자한 살인은 1년 가까이 횡행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동해보복형(同害報復刑)이 있다. 흔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해당 법은 "만약 누군가 다른 사람의 눈을 해치면 그의 눈도 해친다", "남의 뼈를 부러뜨리면 그 사람의 뼈도 부러뜨린다"라고 규정했다.

최근 사적 제재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 '더 글로리'와 '모범택시' 모두 범죄 피해자나 피해자를 대신한 단체가 가해자에게 직접 응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사적 제재는 드라마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일반 시민이 온라인상에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개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실제로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른바 부산 서면 돌려차기 가해 남성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사건의 피해자가 직접 등장해 "사적 복수가 아닌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신상 공개 이유를 밝힌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 벌어지고 있으나 대다수가 공감과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사적 제재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현행 사법체계에 대한 불만과 불신 또한 그만큼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국가가 아닌 개인이 저마다의 기준과 방법으로 옮기게 되면 사회질서는 붕괴한다. 고려시대 복수법을 통해 사적 제재를 허용하거나 방치했을 때 참혹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경험한 바 있다. 이를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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