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도 ‘덕질’할 수 있네요.”
5·18민중항쟁 46주년을 맞아 전일빌딩245에서는 시민 참여형 전시와 체험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일상 속 민주주의를 직접 쓰고, 보고, 체험하는 방식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일빌딩245 1층 북카페에서 열린 전시 ‘민주주의 덕질하기’에서는 가상의 아이돌 그룹 ‘키세스(KISSES)’를 콘셉트로 한 팝업 전시와 함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개정안을 따라 쓰는 필사 체험이 진행됐다. 전시장 곳곳에는 응원봉과 포토카드, 생일 카페 형식의 굿즈 등이 배치돼 민주주의를 거대한 이념이 아닌 일상 속 문화와 취향의 언어로 풀어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군인 최모(23)씨는 “외출 나와 일부러 금남로를 찾았는데 헌법 전문을 직접 따라 적어보니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최근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 좌초돼 더 아쉬운 마음으로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썼다”며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정은수(21)씨는 “민주주의를 덕질한다는 생각을 못해 봤는데 응원봉, 생일 카페 컵 굿즈 등을 보면서 너무 재밌었다. 민주주의도 5·18도 특정 이념으로 갈라질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지키고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근 롯데 자이언츠 유튜브 영상에서 광주 출신 선수가 등장하는 장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부적절한 자막이 들어가 논란이 된 것을 보면서 아직도 지역과 민주주의를 둘러싼 혐오와 왜곡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3층 시민갤러리에서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 상상하기’ 전시가 열렸다. 장애인과 성소수자, 아동 보호자, 돌봄 노동자 등 다양한 이용자의 상황을 고려한 화장실 구조와 해외 사례, 실제 크기 도면 등을 소개하며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의 의미를 되짚는 전시다.
서울에서 광주를 찾은 김보영(31)씨는 “5·18이라고 해서 단순히 과거 역사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인권이라는 더 큰 범주 안에서 지금 우리의 삶과 연결해 이야기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도 참여했었는데, 이런 전시를 보니 결국 민주주의와 인권은 일상 속 작은 공간과 권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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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에도 못 끊는 5·18 왜곡···정보통신망법은 통할까
5·18기념재단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당시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12월18일 ‘스카이데일리’ 외부필진 2명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8조(허위사실 유포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 왜곡은 이미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다. 그럼에도 AI가 만든 가짜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퍼지는 허위정보, 조롱성 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본격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하 정통망법)이 기존 사후 처벌 중심 대응의 한계를 보완해 온라인상 5·18 왜곡 확산을 막을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7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개정 정통망법은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인 대규모 플랫폼에 허위조작정보 신고·처리 체계 마련을 의무화하고, 법원에서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유통해 수익을 얻은 정보 게재자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정통망법은 특정 역사 왜곡만을 겨냥한 법은 아니다. 그러나 SNS와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5·18 왜곡 역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정통망법은 기존 5·18 특별법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 2022년 개정된 5·18 특별법은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정통망법은 허위정보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반복적으로 유통되고 확산되는 과정까지 관리 대상으로 삼았다. 책임을 묻는 데 그쳤던 기존 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허위정보의 확산 자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이 같은 제도 변화는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왜곡이 끊이지 않았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5·18기념재단이 2024년부터 올해 4월까지 온라인을 모니터링한 결과 5·18 관련 왜곡·폄훼 게시글은 9천54건에 달했다.특별법 시행 이후 재단이 직접 고소·고발한 사례도 지난 5월까지 22건에 이른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게시물은 다른 계정과 플랫폼으로 복제되거나 비슷한 형태로 재생산되는 일이 반복됐다. 최근에는 북한군 개입설이나 폭동론을 넘어 AI를 활용한 허위 신문기사, 짧은 영상(쇼츠), 조롱성 밈 등으로 왜곡 방식도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실제 광주경찰청은 최근 AI를 이용해 허위 신문기사 이미지를 제작·유포한 피의자를 검거했고, 경찰청도 5·18 허위사실 유포 계정 74개를 수사해 9명을 검거하고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기존 법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허위정보가 온라인에서 퍼지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다만 개정 정통망법이 곧바로 5·18 왜곡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 적용의 핵심 대상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유통해 수익을 얻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 게재자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유튜브 등에서 왜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유통하는 수익형 채널이 실제 적용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지만원씨의 북한군 개입설 관련 저술과 안정권 등 극우 유튜브 채널의 반복적인 왜곡 콘텐츠, 스카이데일리의 연이은 왜곡 보도 등은 광고·후원 등의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생산·유통돼 왔다는 점에서 정통망법이 겨냥하는 대표적 유형으로 꼽힌다.플랫폼 운영 방식 역시 변수다. 신고를 받은 플랫폼이 삭제나 노출 제한 여부를 우선 판단하는 구조인 만큼 허위정보와 의견·비판의 경계를 어떻게 나눌지, 플랫폼마다 다른 운영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전문가들은 정통망법이 기존 5·18 특별법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은 신속한 법 적용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5·18기념재단과 4·16재단,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제주4·3평화재단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개정법 시행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혐오·왜곡 정보의 법 적용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왜곡 정보가 집중적으로 유통되는 중소형 커뮤니티 상당수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데다 플랫폼의 알고리즘 책임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김희송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교수는 “지만원 사례처럼 법원에서 허위정보로 판단된 뒤에도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유포하는 경우에는 이번 법이 일정 부분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5·18 왜곡이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는 만큼 금전적 제재를 강화한 이번 법이 억제 효과를 낼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결국 사법적 판단을 거쳐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왜곡 콘텐츠가 계속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남는다”고 진단했다.이어 “5·18은 이미 역사적·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인 만큼 신속한 법 적용을 위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통망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역사왜곡과 혐오표현에 대한 별도 법적 규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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