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 정부 기념식 옛 전남도청서 개최
5월18일 맞춰 도청 정식 개관도 진행
"금남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산 역사"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앞두고 꽃잎처럼 금남로에 흩어졌던 1980년 5월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올 기념일을 앞두고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개헌안 국회 의결이 임박하면서 금남로의 역사적 의미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23일 국가보훈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등에 따르면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5월18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에서 열린다. 정부 주관 기념식이 항쟁의 마지막 장소였던 옛 도청에서 개최되는 것은 2020년 이후 두 번째이자 6년 만이다. 기념식은 ‘12·3 불법 비상계엄’ 극복의 의미 등을 담아 옛 전남도청에서 진행하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시민군이 끝까지 항전했던 최후의 거점이다. 계엄군 진입에 맞서 시민군의 지휘와 논의가 이어졌던 장소로 항쟁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역사성을 반영해 도청 본관과 별관 등 주요 건물은 1980년 당시 모습으로 복원됐으며 시범 운영을 거쳐 5월18일 정식 개관한다.
정치권에서는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둘러싼 개헌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헌법 전문은 국가의 기본 이념과 정체성을 규정하는 상징적 조항으로 모든 법 해석의 기준이 되는 헌법의 헌법으로 평가된다. 이번 개헌안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며 다음달 10일 이전 국회 표결이 예상된다.
5·18의 민주주의 가치가 재조명되는 흐름 속에 항쟁의 중심이었던 금남로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금남로는 1980년 5월 민주화항쟁이 전개된 중심 공간이다. 전남대학교 앞에서 계엄군에 맞선 학생 시위가 도심으로 확산되면서 시민들이 금남로로 모여들었고, 항쟁의 주체는 학생에서 시민으로 확대됐다. 시위대와 차량 행렬이 거리를 메우면서 금남로 일대는 시민 저항이 집약된 항쟁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계엄군의 발포 이후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고 일부 시위대는 무장해 시민군을 형성했다. 이들은 옛 전남도청을 거점으로 항쟁을 이어갔으며 금남로와 도청 일대에서는 부상자 이송과 주먹밥 나눔 등 자발적 연대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식량과 물자를 나누며 질서를 유지했고, 금남로는 시민들이 스스로 도시를 지켜낸 항쟁과 연대의 공간으로 기능했다.
계엄군의 재진입으로 항쟁은 막을 내렸지만 금남로에서 이어진 시민들의 저항과 희생은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1987년 6월 항쟁을 비롯해 중요한 고비마다 광주시민들은 금남로로 집결했다.
이런 공간적 기억은 반세기가 흐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등 주요 시민 행동이 금남로와 5·18민주광장에서 이어졌고 지난해 12·3 불법계엄 당시에도 광주시민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이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금남로는 1980년 5월 학살과 항쟁이 있었던 역사적 현장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산 역사”라며 “당시 광주의 희생과 저항이 오늘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됐지만 그 정신이 아직 헌법 전문에 반영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청 앞 분수대와 금남로는 시민들이 모여 민주주의를 지켜낸 공간으로 이미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며 “이 같은 역사적 공간이 복원되는 것은 늦었지만 의미가 크고 앞으로도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도록 하는 공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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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만 남았던 매점 ‘활기’...5·18민주묘지, 오월 준비 마쳤다
재개점한 국립5·18민주묘지 내 민주관 1층 매점은 오는 5월22일까지 팝업 형태로 한시적으로 열린다.
“작년엔 문이 닫혀서 그냥 돌아갔는데 올해는 뭐라도 사 먹으며 쉴 수 있어 좋네요.”5월을 앞두고 국립5·18민주묘지가 참배객 맞이에 나섰다. 한동안 운영이 중단됐던 매점이 다시 문을 열고 장기간 공석이던 묘지관리소장도 임용되면서 본격적인 오월 맞이에 들어갔다.2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관 1층 매점 앞에는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손에 든 참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의자에 앉아 목을 축이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이어지며, 한때 자판기만 남겨둔 채 문을 닫았던 매점에도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새롭게 재개점한 국립5·18민주묘지 민주관 1층 매점의 모습매점 내부에는 음료 자판기와 아이스크림 매대, 지역 공예 작가들이 5·18민주화운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념품이 놓였고, 한쪽에서는 아이스크림을 구매하거나 기념품을 손에 들어보며 의미를 살펴보는 참배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이날 친구들과 함께 묘지를 찾은 정규철(67)씨는 “15년간 묘지를 방문했는데 그동안 4~5월이면 더워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사 먹고 쉼터에서 수다를 이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코스였는데, 작년에는 매점이 문을 닫아 많이 허전했다”며 “4월 초에 들렸을 때 다시 매점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방문했다. 여러 사람들이 오가며 분위기도 살아나 훨씬 낫다”고 말했다.무안에서 온 박선아(30)씨는 “민주묘지는 2023년에 처음 방문했다가 올해 두 번째인데 기억하던 매점과 모습이 많이 달라 신기하다”며 “예전에는 단순히 쉬어가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전시처럼 볼거리도 많아져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념품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샵처럼 5·18 굿즈를 구매하려는 젊은 참배객들도 늘어날 것 같다. 오월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 느낌”이라고 덧붙였다.5·18민주유공자유족회에 따르면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기간을 앞두고 묘지 내 매점 운영을 재개하고 팔찌와 키링, 엽서, 브로치 등 오월 기념품 팝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번 팝업은 유족회와 지역 공예 작가들이 협업한 ‘오월의 빛 프로젝트’ 결과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앞서 매점은 유족회가 2022년 공법단체로 전환되면서 운영 문제가 제기됐다. 과거 사단법인 시절에는 유족회 회원이 자원봉사 형태로 매점에 상주하며 운영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지난해 3월 문을 닫은 국립5·18민주묘지 내 매점이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기간을 앞두고 오월 굿즈 팝업을 열고 매점 운영을 재개했다.하지만 공법단체 전환 이후 수익사업을 하려면 ‘5·18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단체가 직접 운영해야 했지만 민주묘지는 4~5월 기념기간을 제외하면 매출이 크게 줄어 직영을 위한 상시 전담 직원을 둘 수 없어 매점 운영은 지난해 3월 잠정 중단됐다.이에 유족회는 국가보훈부와 협의를 거쳐 기념기간에 한해 팝업 형태로 매점 운영을 재개했다. 상시 고용 대신 중앙회 인력을 팝업 기간 동안만 활용하고 기존 컵라면과 과자를 판매하는 대신 지역 공예 작가들의 제품을 위탁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 부담을 줄였다.이계벽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사업국장은 “이번 ‘오월의 빛 프로젝트’는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오월의 기억을 일상 속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라며 “매점이 참배객들이 잠시 머물며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이라는 점을 살리면서 유족들의 기억과 지역 작가들의 해석을 결합해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삶과 연결된 가치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오월 참배객 맞이는 매점 재개뿐 아니라 묘지 운영 전반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국가보훈부는 전날인 27일 약 10개월간 공석이었던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소장에 이경률 신임 소장을 임용했다. 이 소장은 광주시 인권담당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전시콘텐츠팀장,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5·I18 관련 정책과 현장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이경률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소장은 “5·18민주묘지에 영면하신 민주유공자들의 민주·인권·평화 정신을 계승·확산시키고, 묘지를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밝혔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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