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전문 의미부터 헌법 개정 역사까지 ‘한 눈에’
윤목현 “5·18 역사를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자리”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5·18기념재단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헌법 전문 개정 논의가 활발해지는 시점에 맞춰 5·18민주화운동이 단순한 과거의 사건을 넘어 오늘날 우리 국민이 누리는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공동체 정신의 뿌리임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이 전시는 헌법 전문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헌법 전문은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진 헌법의 시작점으로,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밝히는 선언이다고 말하고 있다. 헌법이 국가 운영 원칙을 제시했다면 헌법 전문은 이 원칙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설명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

20일 낮 12시께 방문한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지하 1층 기획전시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지난해 4월4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 전 대통령에 파면을 선고하는 영상이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5·18기념재단이 마련한 기획전시 ‘오월, 헌법의 문장이 되다’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지난 8일부터 오는 6월2일까지 진행된다.

이어 헌법 전문 개정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현행 헌법 전문은 1987년 10월29일 9차 개헌 때 네 번째로 개정한 것이다. 1946년 7월12일 제헌 헌법에는 3·1운동 등 독립정신만 담겼다가 3공화국이 출범한 1962년 12월26일 5차 개헌 때 이뤄진 첫번째 전문 개정에서는 ‘4·19 의거와 5·16혁명 이념’이 명기됐다. 유신헌법으로 불리는 6차 개헌(1969년 10월21일) 때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평화적 통일의 역사적 사명’이 전문에 담겼다. 5공화국이 출범한 1980년 10월27일 8차 개헌 때는 전문에 4·19와 5·16에 대한 내용이 삭제되고 ‘5민주공화국 출범’을 명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5·18민주화운동 역시 국가 권력의 폭력에 맞선 시민의 저항과 공동체 정신이라는 점에서 헌법 전문에 포함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참여형 콘텐츠인 ‘나의 헌 법 한 문장’을 통해 시민들이 헌법 개정의 주체임을 체감하도록 구성됐다. 방문객이 직접 헌법의 가치를 적고 공유하는 공간을 마련해 민주주의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해당 장소에는 이번 전시를 찾은 이들이 적은 메모로 한쪽 벽면이 가득했다. 정의와 상식’, ‘인권’, ‘자유’, ‘사랑’ 등 방문객들이 생각하는 헌법의 가치로 빼곡했다.

전시를 돌아보는 순간에도 1980년 5월 비상계엄을 확대하는 전두환의 목소리와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를 외치는 윤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겹쳐 흘러나왔다. 영상의 끝 1987년 6월항쟁과 2025년 4월 탄핵 주문 영상까지 흘러나오며 5·18민주화운동의 헌법전문 명시의 중요성을 시각적으로도 볼 수 있었다.
재단은 이번 전시를 통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단순한 문구 추가가 아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목현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헌법적 차원으로 확장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자리”라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오월의 정신이 대한민국 헌법의 첫 문장으로 당당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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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만 남았던 매점 ‘활기’...5·18민주묘지, 오월 준비 마쳤다
재개점한 국립5·18민주묘지 내 민주관 1층 매점은 오는 5월22일까지 팝업 형태로 한시적으로 열린다.
“작년엔 문이 닫혀서 그냥 돌아갔는데 올해는 뭐라도 사 먹으며 쉴 수 있어 좋네요.”5월을 앞두고 국립5·18민주묘지가 참배객 맞이에 나섰다. 한동안 운영이 중단됐던 매점이 다시 문을 열고 장기간 공석이던 묘지관리소장도 임용되면서 본격적인 오월 맞이에 들어갔다.2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관 1층 매점 앞에는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손에 든 참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의자에 앉아 목을 축이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이어지며, 한때 자판기만 남겨둔 채 문을 닫았던 매점에도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새롭게 재개점한 국립5·18민주묘지 민주관 1층 매점의 모습매점 내부에는 음료 자판기와 아이스크림 매대, 지역 공예 작가들이 5·18민주화운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념품이 놓였고, 한쪽에서는 아이스크림을 구매하거나 기념품을 손에 들어보며 의미를 살펴보는 참배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이날 친구들과 함께 묘지를 찾은 정규철(67)씨는 “15년간 묘지를 방문했는데 그동안 4~5월이면 더워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사 먹고 쉼터에서 수다를 이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코스였는데, 작년에는 매점이 문을 닫아 많이 허전했다”며 “4월 초에 들렸을 때 다시 매점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방문했다. 여러 사람들이 오가며 분위기도 살아나 훨씬 낫다”고 말했다.무안에서 온 박선아(30)씨는 “민주묘지는 2023년에 처음 방문했다가 올해 두 번째인데 기억하던 매점과 모습이 많이 달라 신기하다”며 “예전에는 단순히 쉬어가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전시처럼 볼거리도 많아져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념품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샵처럼 5·18 굿즈를 구매하려는 젊은 참배객들도 늘어날 것 같다. 오월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 느낌”이라고 덧붙였다.5·18민주유공자유족회에 따르면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기간을 앞두고 묘지 내 매점 운영을 재개하고 팔찌와 키링, 엽서, 브로치 등 오월 기념품 팝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번 팝업은 유족회와 지역 공예 작가들이 협업한 ‘오월의 빛 프로젝트’ 결과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앞서 매점은 유족회가 2022년 공법단체로 전환되면서 운영 문제가 제기됐다. 과거 사단법인 시절에는 유족회 회원이 자원봉사 형태로 매점에 상주하며 운영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지난해 3월 문을 닫은 국립5·18민주묘지 내 매점이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기간을 앞두고 오월 굿즈 팝업을 열고 매점 운영을 재개했다.하지만 공법단체 전환 이후 수익사업을 하려면 ‘5·18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단체가 직접 운영해야 했지만 민주묘지는 4~5월 기념기간을 제외하면 매출이 크게 줄어 직영을 위한 상시 전담 직원을 둘 수 없어 매점 운영은 지난해 3월 잠정 중단됐다.이에 유족회는 국가보훈부와 협의를 거쳐 기념기간에 한해 팝업 형태로 매점 운영을 재개했다. 상시 고용 대신 중앙회 인력을 팝업 기간 동안만 활용하고 기존 컵라면과 과자를 판매하는 대신 지역 공예 작가들의 제품을 위탁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 부담을 줄였다.이계벽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사업국장은 “이번 ‘오월의 빛 프로젝트’는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오월의 기억을 일상 속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라며 “매점이 참배객들이 잠시 머물며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이라는 점을 살리면서 유족들의 기억과 지역 작가들의 해석을 결합해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삶과 연결된 가치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오월 참배객 맞이는 매점 재개뿐 아니라 묘지 운영 전반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국가보훈부는 전날인 27일 약 10개월간 공석이었던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소장에 이경률 신임 소장을 임용했다. 이 소장은 광주시 인권담당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전시콘텐츠팀장,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5·I18 관련 정책과 현장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이경률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소장은 “5·18민주묘지에 영면하신 민주유공자들의 민주·인권·평화 정신을 계승·확산시키고, 묘지를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밝혔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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