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뿌리, 왜 헌법에 없나”···정치권, 5·18 헌법수록 ‘재점화’

입력 2026.04.09. 11:08 김종찬 기자
■ 5·18 헌법수록 더이상 미룰 수 없다(상)
5·18 헌법 수록 수차례 시도…번번이 ‘실패’
李 대통 “개헌 물꼬 틀 초당적 협조 필요해”
정청래 “5·18 정신, 헌법의 심장 돼야” 강조
5·18 단체 “헌법 전문 수록 이번에는 꼭"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식에서 5·18헌법전문수록 기습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뉴시스

국가기념일 지정과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법적·제도적 평가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헌법에는 명시되지 않아 ‘완결되지 않은 역사’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5·18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헌법 개정안 공고안을 의결했다. 개헌안은 앞으로 20일 이상 국민에게 공고된다.

여야 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지난 3일 개헌안을 발의했다. 이 개헌안에는 국회의원 187명이 서명했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개헌안에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 민주항쟁의 민주 이념 헌법 전문 수록, 국가의 지역 균형발전 의무를 지방자치의 장에 명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승인권을 도입,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을 계엄해제권으로 격상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 및 오찬에서 개헌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협조를 공개 요청했다.

국민의힘 도움없이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진지하게 긍정적으로 논의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곧 5·18 기념일이 다가오는데, 제 기억으로는 야당이 여당일 때도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게재하겠다고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부마항쟁과 더불어 순차적, 점진적 개헌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수용해 주시면 어떨까 싶다”고 정중히 호소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5일 광주 남동5·18기념성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5·18 정신 계승을 위한 헌법 전문 수록 개헌안 발의에 여러 정당이 뜻을 모았음에도 국민의힘만 공동 발의에서 빠져 있다”면서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듯 5·18 정신으로 12·3 비상계엄 내란을 극복한 것이다. 이제 5·18 정신은 헌법의 심장이 돼야 한다”고 헌법 전문 수록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5·18 헌법 수록 실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지역민의 기대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논의는 1987년 제9차 개헌 당시 처음 공식 거론됐지만 여야 협상 과정에서 삭제됐다. 2018년 정부 개헌안에도 관련 문구가 포함됐으나 국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이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개헌 절차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현행 헌법상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즉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5·18 정신만을 우선 명시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권력구조 개편 등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헌의 방향과 범위를 둘러싼 정치적 합의가 최대 변수로 남아 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5·18은 역사가 아니라 헌법에 담겨야 할 가치다. 수많은 피와 희생으로 지켜낸 민주주의를 기리는 뜻이 아직도 헌법에 담기지 않았다는 것은 국가가 이를 방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도리다. 아들들을 먼저 보낸 오월 어머니들도 헌법전문 수록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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