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헌법 수록 수차례 시도…번번이 ‘실패’
李 대통 “개헌 물꼬 틀 초당적 협조 필요해”
정청래 “5·18 정신, 헌법의 심장 돼야” 강조
5·18 단체 “헌법 전문 수록 이번에는 꼭"

국가기념일 지정과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법적·제도적 평가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헌법에는 명시되지 않아 ‘완결되지 않은 역사’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5·18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헌법 개정안 공고안을 의결했다. 개헌안은 앞으로 20일 이상 국민에게 공고된다.
여야 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지난 3일 개헌안을 발의했다. 이 개헌안에는 국회의원 187명이 서명했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개헌안에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 민주항쟁의 민주 이념 헌법 전문 수록, 국가의 지역 균형발전 의무를 지방자치의 장에 명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승인권을 도입,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을 계엄해제권으로 격상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 및 오찬에서 개헌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협조를 공개 요청했다.
국민의힘 도움없이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진지하게 긍정적으로 논의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곧 5·18 기념일이 다가오는데, 제 기억으로는 야당이 여당일 때도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게재하겠다고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부마항쟁과 더불어 순차적, 점진적 개헌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수용해 주시면 어떨까 싶다”고 정중히 호소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5일 광주 남동5·18기념성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5·18 정신 계승을 위한 헌법 전문 수록 개헌안 발의에 여러 정당이 뜻을 모았음에도 국민의힘만 공동 발의에서 빠져 있다”면서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듯 5·18 정신으로 12·3 비상계엄 내란을 극복한 것이다. 이제 5·18 정신은 헌법의 심장이 돼야 한다”고 헌법 전문 수록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5·18 헌법 수록 실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지역민의 기대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논의는 1987년 제9차 개헌 당시 처음 공식 거론됐지만 여야 협상 과정에서 삭제됐다. 2018년 정부 개헌안에도 관련 문구가 포함됐으나 국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이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개헌 절차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현행 헌법상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즉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5·18 정신만을 우선 명시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권력구조 개편 등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헌의 방향과 범위를 둘러싼 정치적 합의가 최대 변수로 남아 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5·18은 역사가 아니라 헌법에 담겨야 할 가치다. 수많은 피와 희생으로 지켜낸 민주주의를 기리는 뜻이 아직도 헌법에 담기지 않았다는 것은 국가가 이를 방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도리다. 아들들을 먼저 보낸 오월 어머니들도 헌법전문 수록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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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만 남았던 매점 ‘활기’...5·18민주묘지, 오월 준비 마쳤다
재개점한 국립5·18민주묘지 내 민주관 1층 매점은 오는 5월22일까지 팝업 형태로 한시적으로 열린다.
“작년엔 문이 닫혀서 그냥 돌아갔는데 올해는 뭐라도 사 먹으며 쉴 수 있어 좋네요.”5월을 앞두고 국립5·18민주묘지가 참배객 맞이에 나섰다. 한동안 운영이 중단됐던 매점이 다시 문을 열고 장기간 공석이던 묘지관리소장도 임용되면서 본격적인 오월 맞이에 들어갔다.2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관 1층 매점 앞에는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손에 든 참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의자에 앉아 목을 축이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이어지며, 한때 자판기만 남겨둔 채 문을 닫았던 매점에도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새롭게 재개점한 국립5·18민주묘지 민주관 1층 매점의 모습매점 내부에는 음료 자판기와 아이스크림 매대, 지역 공예 작가들이 5·18민주화운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념품이 놓였고, 한쪽에서는 아이스크림을 구매하거나 기념품을 손에 들어보며 의미를 살펴보는 참배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이날 친구들과 함께 묘지를 찾은 정규철(67)씨는 “15년간 묘지를 방문했는데 그동안 4~5월이면 더워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사 먹고 쉼터에서 수다를 이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코스였는데, 작년에는 매점이 문을 닫아 많이 허전했다”며 “4월 초에 들렸을 때 다시 매점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방문했다. 여러 사람들이 오가며 분위기도 살아나 훨씬 낫다”고 말했다.무안에서 온 박선아(30)씨는 “민주묘지는 2023년에 처음 방문했다가 올해 두 번째인데 기억하던 매점과 모습이 많이 달라 신기하다”며 “예전에는 단순히 쉬어가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전시처럼 볼거리도 많아져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념품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샵처럼 5·18 굿즈를 구매하려는 젊은 참배객들도 늘어날 것 같다. 오월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 느낌”이라고 덧붙였다.5·18민주유공자유족회에 따르면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기간을 앞두고 묘지 내 매점 운영을 재개하고 팔찌와 키링, 엽서, 브로치 등 오월 기념품 팝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번 팝업은 유족회와 지역 공예 작가들이 협업한 ‘오월의 빛 프로젝트’ 결과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앞서 매점은 유족회가 2022년 공법단체로 전환되면서 운영 문제가 제기됐다. 과거 사단법인 시절에는 유족회 회원이 자원봉사 형태로 매점에 상주하며 운영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지난해 3월 문을 닫은 국립5·18민주묘지 내 매점이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기간을 앞두고 오월 굿즈 팝업을 열고 매점 운영을 재개했다.하지만 공법단체 전환 이후 수익사업을 하려면 ‘5·18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단체가 직접 운영해야 했지만 민주묘지는 4~5월 기념기간을 제외하면 매출이 크게 줄어 직영을 위한 상시 전담 직원을 둘 수 없어 매점 운영은 지난해 3월 잠정 중단됐다.이에 유족회는 국가보훈부와 협의를 거쳐 기념기간에 한해 팝업 형태로 매점 운영을 재개했다. 상시 고용 대신 중앙회 인력을 팝업 기간 동안만 활용하고 기존 컵라면과 과자를 판매하는 대신 지역 공예 작가들의 제품을 위탁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 부담을 줄였다.이계벽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사업국장은 “이번 ‘오월의 빛 프로젝트’는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오월의 기억을 일상 속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라며 “매점이 참배객들이 잠시 머물며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이라는 점을 살리면서 유족들의 기억과 지역 작가들의 해석을 결합해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삶과 연결된 가치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오월 참배객 맞이는 매점 재개뿐 아니라 묘지 운영 전반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국가보훈부는 전날인 27일 약 10개월간 공석이었던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소장에 이경률 신임 소장을 임용했다. 이 소장은 광주시 인권담당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전시콘텐츠팀장,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5·I18 관련 정책과 현장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이경률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소장은 “5·18민주묘지에 영면하신 민주유공자들의 민주·인권·평화 정신을 계승·확산시키고, 묘지를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밝혔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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