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본관 등 6개동 언론 공개
탄흔 자국 보전 등 재구성 불구
기존 자료 복제 등 우려 현실로
명칭·운영주체 갈등 불씨 여전

1980년 5월 시민군의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이 복원을 마치고 당시 모습 그대로 시민에게 개방된다. 그러나 명칭과 운영 주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을 열게 되면서 반쪽짜리 복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24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고 복원된 6개 동을 공개했다. 대상은 도청 본관과 도경찰국 본관, 도경찰국 민원실, 도청 회의실, 도청 별관, 상무관이다. 오는 28일부터 4월5일까지 시범운영을 통해 보완한 후 5월 중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전시는 5월 항쟁 당시 흔적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본관 앞 은행나무와 1층 서무과 출입문 상단 벽면에는 계엄군 총탄 자국이 보존됐으며, 확인된 탄흔 가운데 일부 탄두는 감식을 거쳐 본관 3층 상황실에 배치됐다.
열흘간 이어졌던 항쟁의 마지막 날인 5월27일 계엄군 진압 작전 당시 총탄에 맞아 숨진 시민군이 발견된 지점 14곳에는 동판이 설치돼 방문객들이 추모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자 시신을 임시 안치됐던 상무관은 당시 과정을 영상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추진단은 또 시민군 상황실과 방송실이 있었던 1층 서무과와 시민군수습대책위원회가 회의를 하던 2층 부지사실, 장형태 도지사의 사퇴 기자회견 장소였던 상공국장실 등을 원형 그대로 재현하면서 물리적 복원에 무게를 뒀다.
다만 전시 자료 상당수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나 국가기록원 등 기존 기관 소장 자료를 복제한 것에 불과해 전일빌딩245 등 기존 5·18추모시설과 비슷한 구성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지난 2024년 열린 옛 전남도청 전시콘텐츠 공청회에서도 “기존 5·18 기관과 구성이 유사하다”, “도청만의 상징성과 서사가 더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등 단순한 현상 재현에 머물 경우 복원의 의미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옛 전남도청 복원은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개관 과정에서 별관 일부 철거, 내부 리모델링으로 인한 훼손 논란 이후 원형 복원 요구로 시작됐으며 2023년 8월 시작해 2년 5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복원 이후의 운영 체계는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해 두 차례 관련 공개 토론회와 설명회가 열렸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후에도 뚜렷한 결정 없이 논의가 이어져 왔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핵심 시설이라는 점을 들어 문체부 소속 ACC 체계 유지를 주장하는 문화계와 훼손 논란이 있어 왔던 동일 구조에 다시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5월 단체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또 최근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지역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운영 주체 결정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상원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장은 “오는 12월31일까지 복원추진단이 운영을 맡는 만큼 올해 안에는 결정이 될 예정이다. 기존대로 ACC 산하로 들어가느냐, 별도의 문체부 1차 소속 기관이 되느냐에 따라 예산 확보나 조직 위상에도 차이가 있다는 분명할 것”이라며 “광주시가 운영 주체에 대한 입장을 내주면 좋겠으나 행정통합이 가닥이 잡히는 6월 이후에나 결정에 힘을 받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
헌법에 새길 5·18···민주주의 핵심 기준·가치로
김영록 전남지사, 강기정 광주시장이 25일 서울 국회에서 5·18단체, 시민단체 등 참석자들과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 및 개헌 발의를 촉구하는 결의를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5·18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논의가 다시 불붙으면서, 실제 수록이 이뤄질 경우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법 해석과 국가 책임, 정책 방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9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헌법 전문은 국민의 권리나 국가기관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본문과 달리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헌법 전문을 상징적 기능 중심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장영수 고려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2019년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과 헌법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9차 개헌 당시 헌법 전문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문구를 새로 넣은 것은 구체적인 법적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단 ‘역사적 정통성의 회복’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헌법 전문의 규범적 기능을 강조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같은 학술대회에서 임지봉 서강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헌법 전문은 ‘헌법의 헌법’으로, 헌법규범의 단계적 구조 중 최상위의 근본규범”이라며 “재판규범으로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위헌·합헌 판단 근거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즉,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과 일정한 기능을 동시에 갖추는 것으로 이해된다.강승식 법학박사의 논문 ‘헌법전문의 기능에 관한 비교법적 고찰’에 따르면, 헌법 전문의 역할은 ▲헌법 가치와 이념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교육적 기능 ▲헌법 제정 배경과 목표를 설명하는 기능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능 ▲헌법 해석과 재판에 활용되는 규범적 기능 등으로 구분된다.특히 규범적 측면에서 헌법 전문은 단순한 해석 지침을 넘어 기본권이나 국가 의무를 도출하는 근거로 활용되거나, 경우에 따라 헌법 개정의 한계를 설정하는 기준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는 실제 판례에서도 확인된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일청구권협정과 관련 국가의 부작위로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침해됐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2006헌마788)에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지금의 정부가 국민에 대해 부담하는 가장 근본적인 보호 의무에 속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며 헌법 전문의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 문구를 근거로 제시했다.이는 헌법 전문에 명시된 역사와 이념이 국가의 구체적인 책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이 논리를 5·18에 적용하면, 헌법 전문 수록은 국가가 5·18을 보호하고 계승해야 할 의무를 보다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된다. 이에 따라 북한군 개입설 등 끊이지 않는 왜곡과 폄훼에 대한 대응 근거를 헌법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아울러 교과서 서술, 국가 기념사업, 기록 보존 등 후속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순한 사과나 보상에 그치지 않고 국가가 역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5·18은 이미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며 국제적으로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사건이다. 여기에 헌법적 지위까지 더해질 경우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통성을 구성하는 핵심 가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결국 헌법 전문 수록은 즉각적인 제도 변화보다 국가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지를 분명히 하는 작업에 가깝다. 향후 법과 정책, 사회 인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매우 크다는 평가다.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은 “2001년 대법원은 5·18 당시 광주 시민의 무장 저항을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정당 행위’로 판단하며 국가의 불법 행위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을 인정했다. 12·3 계엄 당시 압도적인 국가 권력에 맞선 시민 저항의 정당성 역시 이러한 판례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것은 이러한 민주주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 “개헌 벽 넘자”···5·18 헌법수록 왜 번번이 좌초됐나
- · “민주주의의 뿌리, 왜 헌법에 없나”···정치권, 5·18 헌법수록 ‘재점화’
- · "문체부 장관, 또 특정 집단 의견만"...5·18 대표성 논란 재점화
- · 임시개방 한 달...옛 전남도청 전시 문제 쏟아져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