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왜곡 색깔론·지역비하 결합체”...지속된 폄훼에 ‘헌법 수록’ 절실

입력 2026.02.19. 20:11 박소영 기자
5·18기념재단, 왜곡 대응 성과 보고
대법, 헬기사격 부정·자위권 발동 '거짓' 확인
19일 5·18기념재단은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 오월기억저장소에서 ‘5·18 역사왜곡 법률 대응 성과 및 현황 공유’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전두환 회고록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로 5·18 왜곡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한층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헬기사격 부정과 북한군 개입설 등 51개 표현이 허위로 판단되면서 왜곡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닌 법적 책임이 따르는 행위임이 재확인됐다. 다만 왜곡이 온라인·출판·강연 등을 통해 반복되는 현실에서 손해배상만으로는 억제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18기념재단(이하 재단)은 19일 광주 서구 오월기억저장소에서 ‘5·18 역사왜곡 법률 대응 성과 및 현황 공유’ 기자간담회를 열고 판결의 의미와 향후 대응 방향을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2017년 출간된 전두환 회고록과 관련해 5·18단체와 고(故) 조비오 신부 유족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출판금지 소송에서 원심을 확정했다. 북한군 개입설, 계엄군 헬기사격 부인, 암매장 부정, 시민군 장갑차 공격 주장 등 51개 표현이 허위로 판단했고 7천만원의 배상 책임도 인정됐다. 전두환이 재판 중 사망함에 따라 소송을 수계한 배우자 이순자씨와 아들 전재국씨가 책임을 지게 됐다.

19일 5·18기념재단은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 오월기억저장소에서 ‘5·18 역사왜곡 법률 대응 성과 및 현황 공유’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판결은 전두환 측이 주장해온 헬기사격 부정 서술이 허위로 정리됐다는 점과 조비오 신부를 향한 경멸적 표현이 유족의 추모 감정을 침해했다고 본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특정 개인을 직접 지칭하지 않더라도 맥락상 피해자 특정이 가능하면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본 판단은 5·18 왜곡을 공동체 전체의 명예 침해로 본 사례로 해석된다.

회고록이 시민군 장갑차 공격으로 계엄군이 사망한 것처럼 적시하며 이를 자위권 발동의 근거로 제시한 주장 역시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을 통해 시민군 공격이 아닌 계엄군이 운용하던 궤도형 장갑차의 내부 사고로 확인됐다. 1980년 5월21일 발포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논리로 사용돼 온 서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법원이 명확히 한 것이다.

재단 측은 판결의 의미보다 이후 과제가 더 강조했다. 왜곡이 반복되는 구조를 끊지 못하면 사법적 판단의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김정호 민변 광주전남지부 5·18특위위원장은 “현재 법 체계에서는 왜곡으로 얻는 이익이 손해배상액보다 더 클 수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어 억제력이 제한적이고,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표현의 자유 논의를 언급하며 “미국은 해의적, 과실, 고의 등 단계에 따라 책임을 나누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어 실질적 제재 수단이 부족하다”며 “5·18왜곡에는 색깔론과 지역 비하가 결합돼 있다. 보수와 진보, 세대를 나눌 문제가 아니기에 헌법적 가치로 명문화해야 근본적 차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기영 민변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은 “유튜버 등이 왜곡을 하며 얻는 범죄수익 환수도 필요하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집단화된 범죄에는 일반 환수법과 개별 특별법이 마련돼 있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비방 목적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몰수·추징이 가능하도록 규정이 추가됐지만, 적용 범위와 실효성은 더 검토가 필요하다. 명백한 북한군 개입설과 같은 허위 왜곡으로 수익을 얻는 경우에는 경제적 이익이환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현재 5·18 왜곡 관련 소송 46건을 진행 중이다. 형사재판 2건, 민사재판 4건, 고소·고발 20건이 이어지고 있으며, 신규 왜곡 도서와 온라인 콘텐츠 20건에 대한 법률 검토도 진행 중이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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