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문학기행 30여명 참여
주인공 '동호' 등 열사 묘역 둘러보고
박구용 교수 특강 및 사적지 탐방도
"'죽은자가 산자 구한다' 의미 깨달아"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해 전국의 문학인들이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이 담긴 역사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국립5·18민주묘지를 비롯해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이 된 사적지들을 직접 걸으며 그날의 참상과 열사들의 희생정신을 되새겼다.
4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 문학인 30여명이 대열을 맞춰 서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스피커를 타고 묘역 전역에 울려 퍼졌다. 흰 장갑을 낀 손으로 국화를 받든 이들은 추모탑으로 향해 차례로 분향과 헌화를 이어갔다. 이어 엄숙한 분위기 속 짧은 경례와 묵념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서울·경기·대구·제주 등 전국 각지의 문학·언론인들이 '소년이 온다, 광주를 만나다' 문학기행에 참여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이번 행사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계기로 5·18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고자 기획됐으며, 광주시가 주최하고 무등일보와 5·18기념재단이 주관했다.

참배를 마친 이들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본격적으로 묘역 탐방에 나섰다. 1980년 5월, 열사들의 처절한 투쟁과 계엄군이 자행했던 국가폭력의 실태에 대해 해설사가 설명하자 참가자들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졌다.
'소년이 온다' 속 주인공 '동호'의 실제 모델인 문재학 열사를 비롯해 문 열사의 친구였던 양창근 열사, 광주의 첫 희생자 김경철 열사, '꼬마 상주'의 아버지 조사천 열사의 묘까지 둘러보며 참가자들은 조심스레 손끝으로 묘비를 쓰다듬거나 묘비에 새겨진 이름을 묵묵히 바라봤다.
몇몇 이들은 '잊지 않겠다'는 듯 휴대전화를 들어 묘비를 촬영하거나 작은 노트에 열사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었다. 해설사가 "아직도 이름을 찾지 못한 무명 열사가 많다"고 말하자 "세상에…"라는 짧은 탄식이 군데군데서 흘러나왔다.
최근 사망한 희생자들이 안장된 2묘역에서도 참배가 이어졌다. 평생 고문 후유증과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다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문학기행에 참여한 강순아(67) 호서대학교 발효영양학과 교수는 "한강 작가가 말한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는 문장이 이제야 또렷하게 이해된다"며 "열사들 덕분에 우리가 이 땅에서 지금의 민주주의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왜 이제야 여기 왔을까' 하는 죄송함도 든다. 5·18의 상처가 여전히 현재형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역사 강사 박진아(59)씨는 "학생들에게 5·18의 의미를 어떻게 더 정확히 객관적으로 전달할지 늘 고민하지만, 오늘만큼은 감정이 앞섰다"며 "묘역을 걷다가 이유 없이 갑자기 울컥했다. 5·18의 역사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와닿는다"고 했다.
제주에서 온 황현호(63) 프롬나드북펜션 대표는 전날이 12·3 계엄 1년이었던 점을 언급하며 "이 시점에 5·18민주묘지를 찾게 된 게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부끄럽지만, 이곳을 직접 방문한 건 처음"이라며 "TV로만 보던 공간이 이렇게 넓고, 이토록 압도적일 줄 몰랐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 시민들의 울분과 비애가 눈앞에서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묘역 방문을 마친 참가자들은 호수생태원과 환벽당으로 이동해 자연과 고전의 정취가 깃든 장소를 걸었다.
이어 동구 남동 카페 꼼마에서 박구용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5·18 특강'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하루 동안 보고 들은 내용을 역사·철학적 맥락 속에서 다시 정리하며 5·18의 의미를 되짚었다.
5일에는 '소년이 온다'의 주요 무대인 적십자병원, 옛 전남도청, 5·18민주광장, 상무관, 전일빌딩245 등 5·18 사적지를 둘러보며 문학기행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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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사랑방' 홍남순 변호사 가옥 내달 문 연다
박물관으로 개관을 앞두고 있는 제29호 5·18 사적지로 지정된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제29호 사적지인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이 박물관으로의 변신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5일 광주시에 따르면 복원 준비 중인 홍남순 변호사의 가옥은 홍 변호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물품을 전시, 내달 중 개관해 대중들에게 공개된다.홍 변호사 가옥은 지난 2017년 5·18 사적지 제29호로 지정됐으며, 광주시 동구 궁동 15의 1 내 지상 1층(토지 135.8㎡, 건물 99.47㎡) 규모다. 가옥은 홍 변호사가 광주에서 지내며 업무와 생활을 하던 공간으로, 5·18 당시 구속자 석방 논의와 관련 문건 작성이 이뤄진 민주·인권운동의 산실이었다.박물관으로 개관을 앞두고 있는 제29호 5·18 사적지로 지정된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홍 변호사는 꼿꼿한 리더십을 지닌 광주의 대표적 인권 변호사였다. 그의 집은 1960년대부터 30년 넘게 민주인사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재야사랑방'이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홍 변호사는 남동성당 수습 모임과 5월26일 '죽음의 행진'에 참여했으며, 이로 인해 '재야 수괴'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복원·개관하기 전 제29호 5·18 사적지로 지정된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모습.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석방된 이후에도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다가 2006년 뇌출혈로 사망, 11년 뒤인 2017년 제29호 5·18 사적지로 지정된 가옥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장소성'이 매우 짙은 곳이다.사적지 지정 이후에도 마땅한 관리 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되다시피 되다 지난 해 광주시가 10억원을 투입, 매입·복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내부 공사를 마친 가옥에는 홍 변호사 관련 전시 콘텐츠 조성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내부 전시 콘텐츠로는 홍 변호사의 생애 일대기, 업무 공간 재현, 유품 전시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내 전시 공간 배치도. 광주시 제공시는 당초 1월 개관을 목표로 했지만 전시내용과 연출 방향에 대한 관련 단체 의견수렴과 협의 필요성이 제기돼 잠시 공사가 중단됐다가 재개, 개관 시기가 한 달 가량 연기됐다. 시는 2월까지 전시물 제작과 시공을 마치고 대중들에게 홍 변호사의 가옥을 공개할 계획이다.홍 변호사는 5·18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시민 학살에 항의하며 '죽음의 행진'에 참여, 내란중요임무종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1년 7개월 복역 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이후 5·18구속자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5·18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에 앞장섰다. 광주변호사회는 홍 변호사의 업적을 기려 2018년 홍남순 변호사 인권상을 제정, 매년 수여하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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