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엄 1년] '12·3 청산' 완성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입력 2025.12.03. 09:57 강주비 기자
12·3 계엄 경험이 남긴 교훈
오월정신 현대적 가치 재확인
국민 67% “헌법 명시 필요”
사회적 공감대 이미 형성돼
개헌 추진 현실 의제로 부상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식에서 5·18헌법전문수록 기습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뉴시스

12·3 불법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민주주의 파괴 시도는 가까스로 멈춰 섰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 헌정 질서가 여전히 제왕적 대통령 권한 앞에서 취약하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불법계엄을 가능케 했던 구조적 허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 그리고 그 출발점에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두어야 한다는 요구가 그 어느 때 보다 거세지고 있다.

2024년 12월3일을 관통한 민주주의의 원동력은 '5·18 정신'이었다는 평가가 확고하다. 45년 전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 조치에 맞서 광주 시민들이 보여준 저항이 지난해 불법 계엄을 막아낸 시민 행동의 뿌리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탄핵안 제안설명에서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며 헌정질서 수호 책무를 저버렸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상황은 그동안 말로만 반복되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논의에 현실적 동력을 불어넣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123대 국정과제 중 1호로 '개헌'을 지정하고, 핵심 항목에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포함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도 5·18 전문 수록을 수차례 약속하며 "빛의 혁명은 5·18에서 비롯됐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5·18 전문 수록이 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가 국제사회에서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4·19, 5·18, 6월항쟁, 촛불혁명, 빛의 혁명으로 이어진 연속적 시민 저항의 역사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5·18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결정적 고리"라고 강조하며 "헌법은 공동체의 정체성과 가치 선언이며, 5·18 정신 명시는 역사적 정의이자 헌정질서 회복"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은 "2001년 대법원은 광주 시민의 무장 저항을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정당 행위'로 규정했다. 12·3 당시 시민 저항의 정당성도 이 판례에서 비롯된다"며 "현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청년 세대 교육을 체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공감대 역시 확장되고 있다.

지난 4월 5·18기념재단이 실시한 '2025년 일반국민 5·18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7.4%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40대(77.5%)와 50대(76.6%)는 물론 20대(61.2%), 30대(66.1%)에서도 과반을 넘겼다.

지역적으로도 광주·전남(88.1%)이 가장 높았지만, 서울·충청·경기·부울경·TK 등 전국 모든 권역에서도 과반의 지지가 확인됐다. 5·18 전문 수록이 더는 지역 이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국가적 요구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개헌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5·18 전문 수록을 추진했으나 국회 이견 속에 실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5·18 전문 수록만 먼저 처리하는 원포인트 개헌 가능성까지 열어뒀지만, 야당 협력·국회 의결·국민투표라는 절차적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말만 반복되다가 공수표로 끝났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개헌특위를 출범해 실질적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주의는 선언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과거의 기억을 보전하는 일이 아니라, 미래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다.

'계엄 1년'을 맞은 지금, 한국 사회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1980년과 2024년을 관통한 광주의 오월정신을 헌정 질서 속에 영구히 새길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반복될 위기 앞에서 교훈을 흘려보낼 것인가.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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