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정신 현대적 가치 재확인
국민 67% “헌법 명시 필요”
사회적 공감대 이미 형성돼
개헌 추진 현실 의제로 부상

12·3 불법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민주주의 파괴 시도는 가까스로 멈춰 섰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 헌정 질서가 여전히 제왕적 대통령 권한 앞에서 취약하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불법계엄을 가능케 했던 구조적 허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 그리고 그 출발점에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두어야 한다는 요구가 그 어느 때 보다 거세지고 있다.
2024년 12월3일을 관통한 민주주의의 원동력은 '5·18 정신'이었다는 평가가 확고하다. 45년 전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 조치에 맞서 광주 시민들이 보여준 저항이 지난해 불법 계엄을 막아낸 시민 행동의 뿌리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탄핵안 제안설명에서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며 헌정질서 수호 책무를 저버렸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상황은 그동안 말로만 반복되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논의에 현실적 동력을 불어넣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123대 국정과제 중 1호로 '개헌'을 지정하고, 핵심 항목에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포함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도 5·18 전문 수록을 수차례 약속하며 "빛의 혁명은 5·18에서 비롯됐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5·18 전문 수록이 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가 국제사회에서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4·19, 5·18, 6월항쟁, 촛불혁명, 빛의 혁명으로 이어진 연속적 시민 저항의 역사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5·18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결정적 고리"라고 강조하며 "헌법은 공동체의 정체성과 가치 선언이며, 5·18 정신 명시는 역사적 정의이자 헌정질서 회복"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은 "2001년 대법원은 광주 시민의 무장 저항을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정당 행위'로 규정했다. 12·3 당시 시민 저항의 정당성도 이 판례에서 비롯된다"며 "현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청년 세대 교육을 체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공감대 역시 확장되고 있다.
지난 4월 5·18기념재단이 실시한 '2025년 일반국민 5·18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7.4%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40대(77.5%)와 50대(76.6%)는 물론 20대(61.2%), 30대(66.1%)에서도 과반을 넘겼다.
지역적으로도 광주·전남(88.1%)이 가장 높았지만, 서울·충청·경기·부울경·TK 등 전국 모든 권역에서도 과반의 지지가 확인됐다. 5·18 전문 수록이 더는 지역 이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국가적 요구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개헌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5·18 전문 수록을 추진했으나 국회 이견 속에 실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5·18 전문 수록만 먼저 처리하는 원포인트 개헌 가능성까지 열어뒀지만, 야당 협력·국회 의결·국민투표라는 절차적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말만 반복되다가 공수표로 끝났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개헌특위를 출범해 실질적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주의는 선언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과거의 기억을 보전하는 일이 아니라, 미래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다.
'계엄 1년'을 맞은 지금, 한국 사회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1980년과 2024년을 관통한 광주의 오월정신을 헌정 질서 속에 영구히 새길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반복될 위기 앞에서 교훈을 흘려보낼 것인가.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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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사랑방' 홍남순 변호사 가옥 내달 문 연다
박물관으로 개관을 앞두고 있는 제29호 5·18 사적지로 지정된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제29호 사적지인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이 박물관으로의 변신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5일 광주시에 따르면 복원 준비 중인 홍남순 변호사의 가옥은 홍 변호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물품을 전시, 내달 중 개관해 대중들에게 공개된다.홍 변호사 가옥은 지난 2017년 5·18 사적지 제29호로 지정됐으며, 광주시 동구 궁동 15의 1 내 지상 1층(토지 135.8㎡, 건물 99.47㎡) 규모다. 가옥은 홍 변호사가 광주에서 지내며 업무와 생활을 하던 공간으로, 5·18 당시 구속자 석방 논의와 관련 문건 작성이 이뤄진 민주·인권운동의 산실이었다.박물관으로 개관을 앞두고 있는 제29호 5·18 사적지로 지정된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홍 변호사는 꼿꼿한 리더십을 지닌 광주의 대표적 인권 변호사였다. 그의 집은 1960년대부터 30년 넘게 민주인사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재야사랑방'이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홍 변호사는 남동성당 수습 모임과 5월26일 '죽음의 행진'에 참여했으며, 이로 인해 '재야 수괴'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복원·개관하기 전 제29호 5·18 사적지로 지정된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모습.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석방된 이후에도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다가 2006년 뇌출혈로 사망, 11년 뒤인 2017년 제29호 5·18 사적지로 지정된 가옥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장소성'이 매우 짙은 곳이다.사적지 지정 이후에도 마땅한 관리 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되다시피 되다 지난 해 광주시가 10억원을 투입, 매입·복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내부 공사를 마친 가옥에는 홍 변호사 관련 전시 콘텐츠 조성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내부 전시 콘텐츠로는 홍 변호사의 생애 일대기, 업무 공간 재현, 유품 전시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내 전시 공간 배치도. 광주시 제공시는 당초 1월 개관을 목표로 했지만 전시내용과 연출 방향에 대한 관련 단체 의견수렴과 협의 필요성이 제기돼 잠시 공사가 중단됐다가 재개, 개관 시기가 한 달 가량 연기됐다. 시는 2월까지 전시물 제작과 시공을 마치고 대중들에게 홍 변호사의 가옥을 공개할 계획이다.홍 변호사는 5·18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시민 학살에 항의하며 '죽음의 행진'에 참여, 내란중요임무종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1년 7개월 복역 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이후 5·18구속자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5·18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에 앞장섰다. 광주변호사회는 홍 변호사의 업적을 기려 2018년 홍남순 변호사 인권상을 제정, 매년 수여하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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