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광주시민들 떠올라
군경 소극적 임무도 돋보여
내란극복 통해 오월정신 조명

12·3 불법계엄 사태가 1년을 맞이한 가운데, 지난 1년간 계엄 극복 과정을 거치면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5·18이 있었기에, 불법계엄을 막을 수 있었다'를 넘어 '광주정신이 대한민국을 구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여기에는 12·3 불법계엄 당시 계엄군의 앞을 막아선 시민들의 모습이 1980년 광주시민들을 연상시켰고,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 인용 결정문에서 계엄이 해제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을 뽑았기 때문이다.
12·3불법계엄을 종식시킨 시민들의 저항의 시초였던 5·18 민주화운동은 1979년 유신체제 붕괴에서 촉발된 전국적 민주화 요구의 연장선상에서 전개됐다.
광주시민들은 '계엄령 철폐', '전두환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으나 공수여단의 강경진압으로 희생자가 발생하며 시민들도 적극 저항하기 시작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공수여단이 전남도청을 진입하며 열흘간의 항쟁이 마무리됐지만 5·18의 진실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퍼져나가 민주화운동을 향한 이념적 토대로 자리 잡았으며, 이후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계승됐다. 5·18을 통해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법을 배운 국민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군사독재 통치를 청산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후로도 시민사회는 민주주의 가치가 흔들릴 때마다 거리로 나와 놀라운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줬다. 박근혜 탄핵을 이끈 2016년 촛불집회와 윤석열 탄핵을 이끈 '빛의 혁명'역시 5·18로 형성된 시민들의 저항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이었다.
12·3 불법계엄 해제 과정에서 돋보인 것은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이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공수여단이 무자비한 진압으로 대응해 수많은 희생이 뒤따랐으나 12·3 불법계엄에서는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았다.
불법계엄 당시 1공수 1특전대대 병력 49명은 국회 안으로 진입했으며 이를 막는 더불어민주당 보좌진은 7~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휘관인 김형기 대대장이 이동을 멈춰 큰 피해 없이 계엄이 해제될 수 있었다.
국회 밖에서 시민들과 대치하던 군인들 역시 시민들의 거센 저항과 총기 탈취 시도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계엄이 해제된 이후 철수하는 군인 중에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시민들에게 사죄하는 이도 있었다.
과거와 달라진 군대 문화로 인해 현재 20대 장병들이 군대 밖 세태를 잘 파악하고 있었고, 30~40대 이상 지휘관들 또한 5·18민주화운동을 배운 세대들이었기에 가능한 모습이었다.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12·3 때 군인들은 겉으로 보기엔 소극적 행동이었지만 사실 적극적으로 저항한 것"이라며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공수부대원들이 '그때 얼마나 잘못됐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이 같은 행동으로 표출됐다는 게,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의 증언과 그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부터 "12·3 비상계엄 극복 과정은 5·18에서 출발한 빛의 혁명"이라고 강조했으며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보수 진영 내에서도 책임론과 함께 광주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3일 광주시청에서 '1980년 광주 시민의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지난해 불법 계엄을 막아낼 수 있었다', '광주 정신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2025년 오늘을 떠받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내용을 담아 '광주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재의 5·18 기념재단 연구위원은 "유혈사태 없이 12·3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5·18 정신의 힘 덕분입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란 한강 작가의 질문처럼, 5·18을 배운 이들이 국회와 광장에 나가 소리쳤다. 말 그대로 '과거가 현재를 구한' 생생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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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5·18 헌법전문 수록, 원포인트 개헌하자"···정치권·시민사회 결집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개헌 촉구 국민 결의대회’ 포스터.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제공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가 우원식 국회의장의 광주 방문을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8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5·18 헌법전문 수록 개헌 국민추진위원회가 오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개헌 촉구 국민 결의대회’를 연다. 전국 각지의 시민사회단체와 오월단체 회원 400여명이 집결하는 결의대회를 통해 5·18 헌법전문 수록을 전국적 민주주의 의제로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이날 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시작으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여야를 막록한 각 정당 대표들이 지지발언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추진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개헌 국민추진위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치르기 위해서는 늦어도 3월 안에는 개헌이 발의되고 5월초까지 국회 의결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점에서 여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야당의 초당적 협력까지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특히 시민사회는 이번 원포인트 개헌을 위해선 ▲국민투표법의 조속한 개정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 ▲3월 내 개헌 발의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국회의장이 직접 광주를 찾아 원포인트 개헌 의지를 밝힌 이후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이제는 행동으로 압박해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며 “광주만의 요구가 아니라 전국 시민사회가 함께 국회에 모여 지방선거 연계 개헌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실제로 개헌 국민추진위는 설 이전까지 국민투표법 개정에 정치권이 결단할 것을 촉구하며, 전국 단위의 문자 발송과 의원실 전화 촉구 등 집중 행동에 돌입했다.정치권에서도 5·18 헌법전문 수록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최근 “이재명 정부가 제1호 국정과제로 삼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다시는 어떠한 권력도 민주주의를 넘볼 수 없는 헌법적 방파제를 세우는 일”이라며 6·3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5·18정신이 헌법에 당당히 새겨진다면, 전남광주특별시가 세계적인 민주·인권·정의·평화의 도시로 도약하는 가장 명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싣는 데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정당은 없지만, 이를 단번에 관철하는 방식은 전국적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이번 개헌에서 5·18 헌법전문 수록과 권력구조 개편 등을 함께 묶는 원포인트 개헌보다는, 여야 간 합의가 가능한 사안부터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단계적 개헌 전략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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