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 배치·군인이 헌화 도와···살벌한 45주년 기념식

입력 2025.05.18. 16:43 박승환 기자
5·18 재단 “무장 군인 기념식에…12·3 계엄 연상”
묵념곡 선정, 가·피해자 고려없는 기념식 비판
보훈부 "모든 정부 기념식서 묵념 시 사용" 반박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저격수가 배치돼있다. 뉴시스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다 희생한 5·18 영령을 기리는 기념식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대거 배치돼 논란이다.

기념식을 찾은 시민들은 5·18 영령들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제1묘역을 기준으로 양쪽 언덕 위에 저격수들이 눈에 띄었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경호하는 인력들로 보였다. 기념식장 내부에서도 무장한 경호원들의 모습이 쉽게 발견됐다.

한 유가족은 "대통령도 아니고 권한대행 주제에 여기가 어디라고 저격수까지 배치하느냐"며 "경호를 하더라도 적어도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5·18기념재단도 5·18 기념식이 끝난 직후 성명을 내고 "정부는 기념식을 준비할 때 5·18이 왜 발생했는지부터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고려했어야 한다"며 기념식을 준비한 정부에 유감을 표했다.

재단은 "정부는 기념식 무대 좌우에 12·3 비상계엄 때 국회에 출동했던 계엄군과 같은 복장과 무장을 한 군인들을 배치했다. 희생자 묘역 위에 저격수들도 있었다"며 "5·18의 가해자가 계엄군인데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기념식을 준비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보훈부는 기념식 중 묵념할 때 '죽은 군인을 위한 노래'를 사용했다. 죽은 군인의 노래의 원래 제목은 '묵념곡'으로 1950년대 육군본부 군악대장을 하던 김희조가 현충원에 묻힌 한국전쟁 전사자들을 위해 작곡한 노래다"며 "또 헌화 도우미도 제복을 입은 군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권한대행의 기념사에도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이나 5·18 진상규명 지속 5·18 기념사업법 제정 5·18 민주유공자 처우 개선 등 5·18을 해결하기 위한 그 어떤 내용도 없었다"며 "보훈부는 형식적으로만 기념식을 준비하지 말고 기념의 대상이 누구인지, 왜 민주화운동이 발생했는지,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를 잘 고려해 기념식을 준비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보훈부는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묵념곡은 '정부의전편람'에 명시된 묵념곡이라고 반박했다.

보훈부 관계자는 "묵념곡은 모든 정부 기념식에서 국민의례 중 묵념 시 사용하는 곡이다. 최근 5년간 5·18 기념식에서도 묵념 시 사용됐다"며 "헌화 도우미는 보훈부 소속 국립임실호국원 의전단으로 민간인이다. 기념식 무대 좌우에 배치했다고 군인이라 지칭한 인력들도 주요 인사를 경호하기 위한 인력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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